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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isor Insight 2026.07

금리 인하는 정말 올 것인가?

2026.07.10 | 조회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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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모스트투자자문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역사상 가장 짧은 130단어짜리 성명서를 내놓았다. 의장인 케빈 워시(Kevin Warsh)는 점도표에 자신의 전망을 찍지 않았다.

회의 직후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쪽의 베팅이 79%까지 올라갔다. 같은 시각 미국 연방정부의 장부에는 다른 숫자가 적혀 있다. 국채 이자 비용만 연 1.2조 달러로 1991년 이후 최대이며, GDP 대비 3.2%에 이른다.

긴축을 말하는 중앙은행의 입과, 인하를 가리키는 정부의 장부가 같은 화면 위에 놓여 있다. 금리 인하는 정말 오는가. 온다면 그것은 누구의 선택인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시장을 움직여 온 힘이 무엇이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1. 시장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 유동성이 그린 60년의 경사

경제가 좋아질 때가 아니라, 경제가 망가질 때 주가는 더 많이 올랐다.

 

(1) 두 자리 성장의 시대보다 1%대 성장의 시대에 더 올랐다

100에서 1,000까지 8,894일, 저성장기엔 절반이 걸렸다

S&P 500의 60년 장기 차트는 우리의 상식을 배반한다.

미국 경제가 두 자리 수 성장을 구가하던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지수가 100에서 1,000에 이르는 데는 8,894일이 걸렸다.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내려앉은 뒤에는 그 절반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고, 잠재성장률 2%를 두고 강한 성장이라 평가하는 현재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오히려 1,000포인트씩 뛰어오르는 상승이 나타났다. 경사는 갈수록 가팔라졌다. 경제가 가장 힘차게 성장하던 시기에 주가의 기울기가 가장 완만했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을 밀어 올리는 근본적인 힘이 실적과 경제 성장이라는 통념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무언가 다른 힘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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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힘을 금리, 더 정확하게는 달러 발행량에서 찾는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대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1980년대부터 내리막에 들어서자, 공교롭게도 바로 그 지점부터 지수의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금리가 4%대에서 제로까지 떨어졌던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의 경사는 단연 가장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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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상품 구조의 힘도 겹쳤다. 1994년 미국 시장의 2%에 불과하던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은 이제 50%를 훌쩍 넘었고, 오른 종목을 장 막판에 기계적으로 더 사들이는 지수형 상품의 속성은 오를 때 더 오르게 하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지게 하는 증폭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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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돈값이 떨어지면 주가는 오른다

"2008년과 2020년, 경제가 망가질 때 주가는 더 올랐다.”

금리는 바꿔 말하면 돈의 값이다.

1,000만 원을 빌려주고 5%를 받는 것은 2%를 받을 때보다 돈값이 높다는 뜻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돈값이 떨어지고, 돈값이 떨어지면 금리는 내려가며, 돈으로 표기되는 주식의 값은 올라간다.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를 동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차대조표로 확인되는 달러 발행량과 주가지수는 거의 비례하며 움직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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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국면은 이 원리를 극적으로 보여 준다. 2020년 4월과 7월, 9월과 10월로 갈수록 확진자 수는 늘어나고 기업 실적은 꺾이고 있었지만 주가는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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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2020년 5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경제는 망가지는데 주식은 오른다"였고, 그 해 가장 많이 읽힌 칼럼이 되었다. 경제가 망가질 때 주가가 더 오른 이유는 하나다. 망가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더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우리 곁의 숫자에도 닿아 있다. 원화 환율이 눌려 있는 요인을 하나로 답하기는 어렵지만, 세 개의 정부를 거치며 역사상 최대 규모로 돈이 풀려 돈값이 떨어진 것이 그중 큰 몫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 돈의 힘은 코로나19를 지나며 공급자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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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탑에서 투탑으로, 재정정책의 등장

"연준 4조 달러에 정부가 4조 달러를 얹어 8조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양적 완화의 주체는 연준 하나뿐이었다. 연준 의장이 거의 매일 경제면의 주인공이었던 이유도, 시장을 움직이는 유동성의 유일한 공급자가 중앙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 구도를 바꾸었다. 과거의 신용 위기와 달리 바이러스가 일으킨 소득 충격이었기에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정부가 재정을 들고 등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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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세 차례의 QE로 오랜 기간에 걸쳐 풀었던 4조 달러를 코로나19 국면에서 한 번에 다시 풀었고, 정부는 그와 맞먹는 4조 달러를 얹었다. 합쳐서 8조 달러다. 신흥국의 80배에 이르는 규모였고,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조차 거시정책 중 최악이라고 비난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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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시장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투탑 체제로 움직인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이어지는 나스닥의 수직 상승을 만든 것이 바로 이 두 힘이다. 통화정책은 원래대로였다. 거기에 재정이 가세하자 곡선의 기울기가 달라졌고,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는 기술주의 상승 각도는 한층 더 가팔라졌다. 연준 의장의 얼굴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뉴스에 덜 나오는 오늘의 풍경은, 통화정책 시대가 재정정책 시대로 넘어갔음을 보여 주는 가장 직관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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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장은 대부분 오른다, 다만 쉽게 벌리던 시대는 끝났다

"강세장은 1,000일 오르고 약세장은 286일 만에 끝난다."

강세장은 우리의 기억보다 훨씬 길다.

평균 1,000일 지속되며 114% 상승하고, 약세장은 286일에 낙폭 35%로 끝난다. 그런데도 약세장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손실 회피 탓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말하듯 잃은 고통은 번 기쁨보다 두 배 커서, 짧은 하락의 기억이 긴 상승의 데이터를 눌러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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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활용법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하락을 피하는 데 골몰하기보다, 압도적으로 길고 큰 상승에 참여해 어떻게 향유할지를 궁리하는 쪽이 먼저다. 다만 이 상승은 무엇에 투자해도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갈린다. 지난 20년 누적 수익률은 한국 188%, 중국 229% 대 S&P 500 414%, 나스닥 867%였고, 배당 재투자를 더한 총수익으로는 나스닥 1,056% 대 한국 304%로 간극이 더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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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케이 225는 바로 그 상승의 구간에 1989년 고점 38,000선을 잃고 잃어버린 20년을 지났으며, 밸류업을 거치고서야 70,000선을 새로 썼다. 미국조차 짧게 보면 아닌 기간이 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주가지수로는 닷컴 버블 붕괴 후 약 10년간 마이너스였고, 1970년대에는 더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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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는 금리가 내리기만 하던 지난 50년과 다른, 우리가 여러 해 전부터 말해 온 중금리·중물가의 시대다. 시장을 끌고 오던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7, M7)이 최근 맥을 못 추는 것도 이 변화의 단면이다.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새로운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2. 시장이 모르는 워시의 진짜 얼굴, 매파의 가면과 축소의 설계도

매파로 보이는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통행료이다.

 

(1) 130단어 성명서와 비어 있는 점도표

"FOMC 이후 연내 동결 배팅이 79%까지 치솟았다."

6월 FOMC에서 연준은 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면서 성명서에서 완화 편향 문구를 삭제했고, 분량은 역사상 가장 짧은 130단어에 그쳤다. 더 이례적인 장면은 점도표였다. 위원 8명이 연내 인상을 전망하는 가운데, 의장인 워시는 자신의 점을 찍지 않았다. 말수를 줄이는 것 자체가 그의 지론이다. 성명서는 앞으로 더 짧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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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 일련의 신호를 매파로 읽었다. 회의 직후 10월 인상 가능성의 반영이 높아졌고,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연내 인하가 없다는 쪽의 베팅은 79%까지 올라갔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금값이 밀린 것도 같은 해석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매파적 외양이 워시가 의도한 결과라고 본다. 만약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는 인물로 시장에 읽혔다면 장기금리가 급등해 미국 정부는 매우 곤란해졌을 것이다. 물가에 대한 신뢰를 먼저 확보해야 훗날 인하를 꺼낼 수 있다. 매파로 보이는 것은 그에게 목적지가 아니라 통행료이다. 실제로 시장이 인하는 없겠다고 여긴 덕분에 장기금리는 오히려 내려왔다. 반대로 인하 의지를 성급하게 내보였다면 채권 자경단이 움직이며 영국이 겪었던 종류의 쇼크가 재연될 수도 있었다. 워시로서는 굳이 바로잡을 이유가 없는 오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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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발자국을 지우려는 사람

" 2011년 양적 완화에 반대해 사임한 이력이 워시의 정체성이다.

워시를 이해하는 열쇠는 그가 즐겨 쓰는 발자국(footprint)이라는 단어다.

연준이 시장에 남긴 발자국이 비대해졌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며, 대표적인 발자국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6.7조 달러에 이르는 대차대조표이고, 다른 하나는 연준의 향후 방침을 미리 알려 주는 사전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다. 연준이 말을 하면 시장이 스스로 판단해 사고파는 기능이 마비되고, 모두가 연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공존하며 만들어 내던 시장의 균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130단어 성명서와 비어 있는 점도표는 이 신념의 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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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의 뿌리는 깊다. 2011년 양적 완화에 반대해 연준 이사직을 사임한 이력이 곧 그의 정체성이다. 인사청문회와 신트라 발언에서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충분한 시간을 두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다섯 개의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지급준비금 계정 역시 과거처럼 풍족한(abundant) 상태로 두지 않고 적정한(ample)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가 그리는 연준의 최종 모습은 지난달 살펴본 대로 재무부와 협약 자체를 다시 쓰며 긴밀히 협력하는 기관이며, 각자 따로 움직이는 두 기관의 시대를 끝내려 한다. 그러려면 우선 연준이 들고 있는 발자국부터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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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개의 페달, 그리고 물가라는 조건

" 축소가 목적이고 인하는 그 충격을 막는 수단이다.

시타델 증권은 워시의 향후 행보를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과 금리 인하가 동시에 진행되는 그림으로 요약했다.

두 개의 페달을 함께 밟는다는 뜻인데, 중심은 어디까지나 QT다. QT는 연준 창고에 쌓인 채권을 내보내고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이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고 유동성이 마르며 증시에 찬물이 된다. 워시의 설계도는 이 부작용을 금리 인하로 상쇄하는 것이다. QT로 장기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수요가 눌려 물가가 억제되고, 그때 금리를 내리면 단기금리가 떨어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진다. 예대마진이 확대된 은행이 대출을 늘리면 유동성 경색이 풀리고 자산시장 붕괴의 위험이 제거된다는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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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2025년 인터뷰에서 인쇄기가 조용해지면, 곧 QT가 진행되면 더 낮은 정책금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은 조건은 물가다. 물가 지표가 3년래 최고치인 4.2%로 나오는데도 그가 절사평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이번 물가의 정체가 이란발 에너지 공급 충격이어서, 수요가 만든 물가가 아니라 흘려보낼 수 있는 물가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에너지 충격이 소멸하면 기저효과로 헤드라인 물가가 빠르게 내려올 여지도 있다. 마지막 근거는 인공지능(AI)의 생산성 혁명이다. 다만 그가 기대는 것은 과거 산업혁명의 반복이다. 인터넷 혁명 때 구글과 애플의 서비스가 무료로 풀리며 만인이 휴대폰을 들었고, 그 보급 위에서 비로소 독점적 이익이 났다. AI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유추다. 천문학적 투자금을 회수해 독점적 이익을 내려면 모두가 쓸 만큼 값을 스스로 낮출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값이 내려가 만인이 쓰기 시작하는 바로 그 과정에서 생산성 혁명이 일어나 경제 전반의 물가를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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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정지배의 시대, 인하는 선택이 아니라 귀결이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보다 국가의 이자가 먼저 반응한다.

 

(1) 되돌릴 수 없는 숫자

" 차환 물량은 부채의 3분의 1, 이자만 연 1.2조 달러다.

미국 정부의 부채 시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에 만기가 돌아와 반드시 차환해야 하는 국채는 9.7조 달러, 국가 전체 부채의 3분의 1에 이른다. 국채 이자 비용만 연 1.2조 달러로 1991년 이후 최대이자 GDP 대비 3.2%에 이른다. 연방 지출에서 이자보다 큰 항목은 사회보장뿐이다. 의회예산국(CBO)은 연 2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203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구조를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단기물의 비중이다. 장기물을 발행하려 할 때마다 채권시장이 흔들린 탓에 재무부는 발행을 단기물로 돌렸고, 그 비중이 이미 20%에 이른다. 9.7조 달러에 달하는 올해의 차환 물량 역시 상당 부분 단기물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장기물은 발행 시점에 이자가 고정되지만 단기물은 정책금리가 오르는 즉시 높아진 이자를 반영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반응하기도 전에 국가의 이자 부담이 먼저 폭등한다는 뜻이다. 빚이 많은 정부에게 금리는 물가의 도구이기 전에 이자의 문제다. 패권 전쟁에서 이기고 달러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미국이 재정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돌아설 수도 없다. 금리 인상이 물가 대책이기 이전에 재정 위기의 방아쇠가 되는 구조여서, 현재의 미국은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나라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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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닻을 잃은 중앙은행

" 물가 방어보다 채권시장 방어가 앞서는 시대가 왔다."

통화학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는 이 상황을 닻을 잃은(unanchored) 중앙은행이라 부른다. 닻을 내려야 배가 흘러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듯, 중앙은행을 붙들어 매던 안전장치가 풀려 재정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조절하던 힘 자체가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생산성의 급격한 증가가 여러 부작용을 해결해 주던 1999년과 2000년 그린스펀 시대의 중앙은행과는 놓인 자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닻이 풀린 배는 조류를 따라 흐른다. 오늘의 조류는 재정이다. 정부와 연준이 충돌하면 대부분 정부가 이기며, 의장 인사권은 그 구조적 압력의 통로다. 금리를 올리면 이자 비용이 늘어 적자가 확대되고 그것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오니, 정부로 보나 연준으로 보나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 인플레이션과 채권 위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순간이 오면 최종 선택지는 채권 위기의 방어가 된다. 채권시장의 위기가 곧 정부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2022년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Liz Truss) 총리가 감세안을 내놓자 금리가 폭등했고, 국채를 대량 보유한 연기금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트러스는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났다. 국채값 폭락으로 뱅크런을 맞아 연준의 대출로 연명한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도 같은 구조였다. 그 위기를 막는 방법은 금리 인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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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번의 실패가 말해 주는 것

" 2019년과 지난해 12월, 두 번의 동행은 모두 실패했다. "

QT와 금리 인하를 함께 밟는 시도는 워시가 처음이 아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도 두 번 경험했고, 두 번 모두 실패였다. 2019년 미국 채권시장에 충격이 오자 파월은 QT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7월과 9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려야 했다. 보험적 인하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었지만, 내버려두면 금융위기로 번질 문제를 막기 위한 갑작스러운 인하였다. 그 해의 레포 발작에서는 환매조건부채권(레포, Repo) 금리가 하루 새 10% 폭등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금리를 여러 차례 내리며 계획적으로 QT를 병행하던 중에 하루짜리 단기물 금리가 폭등하는 쇼크가 왔고, 그 여파로 올해 초 QT는 종료되었다. 시장은 경고를 두 번 보낸 셈이다. 두 사례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은 긴축을 선형적으로 소화하지 않는다. 긴축이 시작되면 시장의 생태계 전체가 그것을 한꺼번에 반영하기 때문에, 완만한 금리 인하로는 충격을 상쇄할 수 없다. 워시는 자신은 다르다고 여기며 계획적으로 두 페달을 밟겠지만, 우리는 또 한 번의 쇼크가 오고 그 뒤에 한층 강한 인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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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네 개의 밸브, 세 개는 이미 열렸다

" 연말 마지막 밸브가 열리면 1999년의 멜트업이 재연될 수 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밸브를 네 개로 나누어 보면, 세 개는 이미 열려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를 다시 사들이며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9,190억 달러까지 부풀어 있던 재무부 일반계좌(Treasury General Account, TGA)의 잔고는 정부 지출을 타고 시중으로 풀리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의 쇼크로 올해 초부터 QT가 종료되어 긴축이 멈춘 상태다. 시장이 현재 강세장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남은 밸브는 하나, 연말의 금리 인하다. 시장이 그 가능성을 21%밖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3분기에는 긴축 재개 논의와 중간선거 같은 변수로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4분기 말 워시가 QT 재개와 함께 금리 인하를 꺼내 들고 그 과정의 쇼크가 강한 인하로 이어지면, 마지막 네 번째 밸브가 열리며 유동성 장세의 강력한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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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당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쇼크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렸고, 그 유동성이 만든 1999년의 멜트업 장세에서 나스닥은 한 해에만 86% 올랐다. 뒤늦게 금리를 다시 올렸지만 부풀어 오르는 장세를 막지 못했고, 그 끝은 버블의 붕괴였다. 같은 구도가 2026년 말에서 2027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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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동성 장세의 빅테크와 반도체, 진짜 조정의 조건

지금의 실적은 실적이라기보다, 유동성이 만들어 낸 실적이다.

 

(1) 빚을 내서 쌓는 자본적 지출

" 하이퍼스케일러는 이제 빚을 내서 자본적 지출을 늘린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어닝 시즌에는 실적 기사가 뉴스를 가득 메울 것이다. 그러나 그 실적의 상당 부분은 유동성이 만들어 낸 실적이다.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들이 쏟아붓는 자본적 지출(Capital Expenditure, CapEx)이 AI 관련 산업 곳곳에 온기를 돌게 하고 실적으로 찍히는 구조이지, 경기 전체가 만들어 내는 이익이 아니다. 실적 장세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AI 관련 실적은 아직 진검승부의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개별 종목과 업종에 대한 평가는 될 수 있어도 시장 전체에 대한 평가는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승자독식의 판을 알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 투자를 멈출 수 없기에, 지금까지 무서운 폭으로 늘려 온 CapEx는 3분기에도 증가한 것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4사와 오라클(Oracle)이 올해 집행하는 AI 설비투자만 5,27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익으로 투자하던 단계는 끝났고, 메타의 사례나 채권을 계속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아마존에서 보듯 이제는 빚을 내서 투자한다. 이익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밀어 올리던 선순환도 CapEx에 밀려 멈췄다. 자사주 매입 여력을 잃은 주도주는 예전의 주도주가 아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예전처럼 시장을 주도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시장의 위험은 조금씩 깊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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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끝을 묻게 만드는 조정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충격 속에서도 판단은 조정이다."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반도체 이슈로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고, 회복 속도도 예전 같지 않다. 조정의 정체는 투자금 회수(ROI)를 둘러싼 논쟁이다. 상반기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99%, SK하이닉스가 300% 오른 뒤, 시장은 잉여 데이터센터 우려를 앞세워 이 투자가 이익으로 돌아오는지 증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스닥 1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7배에 이른 지금, 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녹일 수 있는 것은 실적, 그렇지 않다면 유동성이다. 이번 조정의 질감은 과거와 다르다. 지난 몇 년의 조정은 이것이 조정인가 하고 묻는 사이에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정말 끝이 온 것인가를 심각하게 묻게 만든다. 그래서 진정한 조정이다. 심리적으로 긴장되고 힘든 구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락의 기억이 판단을 지배한다는 앞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가 바로 이런 국면이다. 공포는 언제나 데이터보다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우리의 판단은 조정이라는 쪽에 있다. 반도체 사이클에는 아직 충분히 돌아갈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며, 다만 빚에 기댄 투자라는 구조적 어려움 때문에 곳곳에서 커다란 조정이 반복될 수 있고 현재가 그런 국면이라고 본다. 앞서 살핀 네 번째 밸브가 열리며 분출될 유동성은 이 강세장의 마지막 국면, 곧 피날레를 장식하는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이런 국면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초점은 쏟아지는 실적 뉴스가 아니라 그 뒤에서 시장을 떠받치는 유동성이다. 눈앞에 나타난 모습만으로 시장 전체를 재단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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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 6개월간 S&P 500은 8%, M7은 0.5%에 그쳤다. "

지수만 사면되던 시대도 저물고 있다. S&P 500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7, M7)의 비중은 40% 아래로 내려왔고, 지난 6개월간 S&P 500이 8% 오르는 동안 M7의 상승은 0.5%에 그쳤다. 한때는 마이너스 13%까지 밀리기도 했다. M7이 지수를 끌고 가지 못하니 지수의 상승 각도도 예전 같을 수 없고, 몇몇 종목과 몇몇 업종만 오르는 장세가 이어진다. 지수의 성적표가 곧 내 성적표이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하나가 오르는 동안 들고 있는 나머지 네 개가 빠지는 경험은 어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연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열 명 중 여섯 명가량이 손실을 보고 있었고, 손실 규모는 900만 원 이상으로 보고되었다. 지수가 수월하게 오르던 해에도 그랬다면, 어렵게 오르는 올해는 변동성의 스트레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은퇴 설계와 재무 설계에 집중해 온 우리가 이 변화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나리오를 연금과 퇴직연금 계좌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 장기 자금일수록 단기 흐름을 좇기보다 유동성과 매크로의 큰 흐름 위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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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은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달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로 모인다. 시장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유동성이며, 그 유동성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이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라는 두 개의 손이다. 워시는 축소를 원하지만 그 길의 끝에는 인하가 놓여 있고, 재정지배의 시대는 인하 말고 다른 출구를 남겨 두지 않았다. 서두에서 본 130단어의 성명서와 연 1.2조 달러의 이자는 같은 이야기의 양면인 셈이다.

그러니 눈앞의 조정에 울고 웃기보다, 자본시장을 활용한다는 태도를 권하고 싶다. 매년 시황에서 되풀이해 말해 온 대로, 시장의 정보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효과를 얻은 뒤 나머지 시간을 삶을 위해 쓰는 것이 보편적으로 가장 나은 길이라고 본다. 스스로 운용하는 단기 자금에는 단기적인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금과 퇴직연금 같은 장기 자금이라면, 운용의 난이도가 현저히 높아진 이 시대에 유동성과 매크로의 큰 흐름 위에서,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자문과 함께 관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본 내용은 2026년 07월 08일에 진행된 인모스트투자자문의 시황세미나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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