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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쟁>과 어슐라 K. 르 귄

인사이트브리즈의 네번째 뉴스레터

2023.10.19 | 조회 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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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책으로

글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안녕하세요.

지난주 유학 나간 아들이 잠시 한국에 들렀다 갔습니다. 처음 보낼 땐 얼떨떨했는데 이번에는 떠나보냄에 대한 강렬한 후유증이 몰려왔습니다(물론 하루만에 평정심을 찾았지만!). 어려서부터 주변에 너무 감정 표현이 적나라한 가족들이 있는 바람에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것에 특화(?)된 사람이라 잘 표현을 못하는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감정을 고스란히 깊이 느끼고 누려보려 합니다. 기쁨이도 슬픔이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녀석들이라고 생각되거든요.

한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9살 때부터 팬픽을 써서 주위 사람들에게 재미있다는 평을 듣고 실제로 작가로 살고 싶은 로망도 있었지만 글로 먹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되어 실리콘밸리에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취미 생활로 글쓰기를 계속하여 개인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독자들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독자의 이메일 주소가 10년이 지나자 약 3000가 되었고 이때 연작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재가 끝나자 독자들이 웹브라우저가 아닌 책으로 읽고 싶다고 하자 이펍으로 만들어 무료로 올렸지만, 이번에는 어떤 독자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킨들로 읽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아마존은 무료가 불가능해 최저가인 99센트에 올렸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은 무료보다는 돈을 내고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는 편을 더 선호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Andy Weir의 이야기로 도서전쟁: 출판계의 디지털 혁명”(B. 톰슨 글/전주범 역/한울 출판)의 서두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해서 옮긴 것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사람들은 왜 돈을 내면서도 아마존에서 사서 읽기를 선택했을까입니다. 쉽게 생각되는 것은 그 비용이 그리 부담되지 않을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1달러에 불과한 금액이라면 그동안 이용하던 플랫폼의 서가에 내 책으로 꽂혀 있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습성으로 인해 아마존이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추천하는 책을 더 우선적으로 읽게 된다는 점입니다. 굳이 밴드웨건 효과라고 이름 붙일 건 없지만 개인주의 사회일수록 고립감을 이기는 방법의 하나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기 생각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앤디 위어가 지은 이야기는 랜덤하우스에 출판권으로, 폭스사에는 영화화 판권으로 판매되었고 책은 31개국에 계약되었고요, 영화화로 인한 수익금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저작권으로 지급되었겠죠.

이 사례야말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기존의 산업 체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전자책의 발전이라는 놀라운 현상을 목격하였고 출판 산업이 여러 가지로 분화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아직 이 <도서전쟁>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 전자출판이라는 신세계를 보고 출판계에 뛰어든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미리 알았으면 방향을 잡는데 좋았겠다라는 아쉬움도 많고요. 이후에 더 많은 내용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의 <글쓰기의 항해술>Steering the Craft: A 21st Guide to Sailing the Sea of Story의 첫 장에 이런 글이 있다고 합니다.

언어의 소리는 그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문장의 시험은 "옳게 들립니까?Does it sound right?"라는 질문입니다. 언어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물리적입니다: 소음같은 단어들이 만드는 소리와 침묵이 리듬으로 그것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죠. 글의 의미와 아름다움 모두 이 소리들과 리듬에 달려있습니다. 비록 산문의 효과음이 보통은 미세하고 불규칙하더라도, 시가 그렇듯 산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날의 르 귄
젊은 날의 르 귄

훌륭한 작가는 좋은 독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침묵 속에서 산문을 읽지만, 많은 독자는 그것을 듣는 예리한 내면의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느릿느릿하고, 뚝 끊어지다가, 웅얼거리고, 거칠고, 나약합니다. 서사에 대한 이러한 흔한 비판들은 모두 그 소리의 결점입니다. 생동감 있고, 잘 진행되고, 흐르고, 강하고, 아름답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산문 소리의 자질이며, 우리는 읽으면서 그것들을 즐깁니다. 서사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문장을 들을 수 있도록 마음의 귀를 훈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서술형 문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입니다. 전진, 속도, 리듬은 이 책에서 자주 돌아올 단어들입니다. 속도와 움직임은 무엇보다도 리듬에 달려있는데, 여러분이 산문의 리듬을 느끼고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것을 듣는 것, 그것을 귀담아듣는 것입니다.”

어슐러 르 귄의 말은 한마디로 문장은 소리로 듣기에도 좋도록 써야 한다는 말이죠. 특히나 과학소설 판타지 문학(SF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의 이야기니 더욱 귀담아들어야겠죠.


위키백과에 따르면 “어슐러 크로버 르 귄(영어: Ursula Kroeber Le Guin 1929년 10월 21일 ~ 2018년 1월 22일)은 미국의 SF·판타지 작가이다. 주로 소설과, 시와 동화를 썼으며, 과학소설, 판타지 소설과 기타 단편으로 유명하다.최초로 책이 출판된 1960년부터, 그는 최고의 과학소설과 판타지 문학의 대가로 주목받았으며, 그의 훌륭한 문체와 도교,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정신적&사회적 테마에 대해서 주목받게 되었다. 휴고상을 다섯 차례, 네뷸러 상을 다섯 차례 수상하였고, 그리고 세계 과학소설 연맹에서 수여한 간달프 상을 1979년에 수상하였고, 과학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기여가 큰 사람에게 수여하는 그랜드 마스터 상을 2003년에 수여받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소식은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줄여서 모기영) 소식입니다.

올해로 5회째 개최라고 하는데요. 11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기독교 영화제라고?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데?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 좋은영화를 선별한다는 것에 첫해부터 지원을 하고 있는 제가 보증합니다! 물론 좋다는 것에는 즐길만하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이번의 주제는 거리-라고 합니다. 14편을 상영한다고 하니 한번 둘러보시고 한두 편 골라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https://maily.so/cff4every1/posts/92cb5f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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