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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나보다 나를 잘 알까요?

추천 시스템 시대, 취향의 진짜 주인은?

2025.07.23 | 조회 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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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추천 알고리즘은 단순한 통계 모델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 상태와 맥락까지 예측하려는 딥러닝 기반 구조로 진화하고 있어요.

2️⃣ 이런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는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취향이 실제로 나의 것인지, 알고리즘이 설계한 것인지 경계가 흐려지고 있어요.⁷

3️⃣ UX 디자이너는 더 나은 추천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자신의 선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유튜브 앱을 켜면 제일 위에 있는 영상.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내 상태에 딱 맞는 느낌이에요. 그리고는 계속 이어지는 영상들 또한 그럴 때 우리가 하는 생각.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이 바로 이런거였구나? 그런데 그게 정말 ‘내’ 취향일까요? 아니면 알고리즘이 내 취향이라고 정의해 준 것들을 ‘수용’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통해 기술이 사람의 선택과 취향에 개입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의 자기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흐름을 알아보려 합니다.

image : QuickFrame
image : QuickFrame

유튜브는 어떻게 우리를 예측할까요?

추천 시스템의 출발점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에요. 이 방식은 "A, B, C를 본 사용자들이 이후에 D도 시청했다면, A, B, C를 본 다른 사용자에게도 D를 추천하자"는 식의 통계적 연관성에 기반해요. 비슷한 행동을 보인 사용자 집단의 평균값으로 취향을 예측하는 구조였죠.

하지만 지금의 추천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특히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은 딥러닝 기반의 추천 모델을 통해 단순한 시청 이력 뿐 아니라 시청 시간, 클릭 위치, 반복 여부, 피드백 신호 등을 모두 학습해요. 이처럼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구조는 사용자의 선택 뒤에 숨겨진 맥락과 감정 상태까지 포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모델의 핵심은 사용자의 단순한 시청 이력 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했는지에 대한 패턴까지 학습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추천 시스템은 점점 사용자의 ‘내면적 상태’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2017년 He 등이 제안한 Neural Collaborative Filtering 모델[1]처럼, 딥러닝 기반 추천 시스템은 고차원 공간에서 사용자와 아이템 간의 복합적 관계를 비선형적으로 탐지하고 예측할 수 있어요. 그 결과, 표면적으로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콘텐츠들 간에도 ‘사용자의 경험 흐름’ 속에서만 성립하는 숨겨진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거예요.

최근에는 ‘탐색(exploration)’과 ‘착취(exploitation)’ 전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도입되고 있는데요, 2023년 스포티파이의 연구[2]에서는 사용자의 명확한 취향에 맞는 곡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을 제안해주는 방식으로 추천 시스템을 설계했어요. 이렇게 해서 알고리즘은 이미 알고 있는 취향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탐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취향 역시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2023년부터는 '실시간 추천(online matching)'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있어요[3]. 이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즉시 반영해 추천 후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최신 동영상이나 새로운 콘텐츠의 노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방향이에요. 기존엔 과거 기반의 추천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실시간 행동에 더욱 민첩하게 반응하는 거죠.


알고리즘을 신뢰하게 되는 심리

문제는 이렇게 추천받은 콘텐츠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어요. Wang 등(2024)의 연구[4]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추천의 근거가 ‘당신과 취향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에 기반했다’고 설명했을 때, 이를 더욱 신뢰하고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이러한 설명은 추천 알고리즘을 단순한 통계적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 즉 나를 대신해 판단해주는 조언자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죠. 그 결과,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직접 탐색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소비한 이후의 만족감과 연결되며 ‘역시 나를 잘 알아’라는 신뢰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반복은 곧 알고리즘이 제시한 콘텐츠를 ‘자신의 취향’이라고 수용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어요. Joseph(2025)[5]은 이를 ‘선호의 고착(cognitive entrenchment)’이라 명명하면서,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알고리즘이 제시한 선택을 따를수록, 자신이 원래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게 되는 심리적 구조가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제안한 것 중에서 선택하도록 유도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거죠.

이러한 현상은 최근 스포티파이의 ‘Spotify Wrapped’와 관련된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Annabell & Rasmussen(2024)[6]은 사용자들이 알고리즘이 제공한 연간 음악 요약 데이터를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많은 참가자들이 “이건 나를 되돌아보게 해줬어요”라고 응답했고, 때로는 “생각보다 내가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구나”라며 놀라워하기도 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데이터는 내가 만든 것이지만, 해석은 알고리즘이 제공한 것이라는 점이에요. 사용자들은 점차 그 해석을 자기 인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결국 알고리즘이 구성한 맥락 안에서 자신을 정의하게 되는 거예요.

이러한 알고리즘 기반 자기 인식 구조는 Eli Pariser[7]가 말한 ‘필터 버블(filter bubble)’ 개념의 확장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단지 정보의 범위가 제한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의 자기 이해 자체가 특정 알고리즘적 흐름 안에서 재구성되고 있는 거예요.


UX 디자이너의 역할

그렇다면 이런 환경 속에서 UX 디자이너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더 정확한 추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능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추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추천 이유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은 이미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방식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를 더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왜 추천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왜 내가 선택했는지’를 사용자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해요. 이 영상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반문하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알고리즘이 제공한 맥락과 사용자의 맥락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죠. 이 거리는 비판적 수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어요.

 

흐름을 끊는 디자인

UX 디자이너는 늘 끊김 없이 이어지는 매끄러운 흐름을 지향해왔어요. 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한 자기 강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흐름을 의도적으로 중단시키는 순간이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까지 소비한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 또는 사용자와 정반대 취향의 콘텐츠를 탐색해보게 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거죠. 이러한 낯섦은 단순히 의외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왜 나는 이걸 좋아하는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장치예요. 익숙함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강화되던 취향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하는 그 틈이 자기 인식의 회복을 가능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기술이 나를 너무 잘 알아줄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에 대해 묻지 않게 됩니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해석한 내가 될지 몰라요. 이 침묵의 시간을 깨는 것이 어쩌면 디자이너의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편에서, 사용자를 돕는 사람이에요. 우리의 지향점은 더 나은 추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추천들 사이에서 ‘나’의 주관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사용자가 되도록 돕는거라 생각해요. 기계가 추천해준 내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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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He, X., Liao, L., Zhang, H., Nie, L., Hu, X., & Chua, T. S. (2017). Neural Collaborative Filtering. Proceedings of the 26th International World Wide Web Conference (WWW ’17), 173–182.

 

[2] Maheshwari, C. (2023). Music recommendation on spotify using deep learning. arXiv preprint arXiv:2312.10079.

 

[3] Yi, X., Wang, S. C., He, R., Chandrasekaran, H., Wu, C., Heldt, L., ... & Chi, E. H. (2023, September). Online matching: A real-time bandit system for large-scale recommendations. In Proceedings of the 17th ACM Conference on Recommender Systems (pp. 403-414).


[4] Wang, Y., Liu, W., & Yao, M. (2024). Which recommendation system do you trust the most? Exploring the impact of perceived anthropomorphism on recommendation system trust, choice confidence, and information disclosure. New Media & Society.

 

[5] Joseph, J. (2025). The algorithmic self: How AI is reshaping human identity, introspection, and agency. Frontiers in Psychology, 16, Article 1645795.


[6] Annabell, T., & Rasmussen, N. V. (2024). Spotify (Un)wrapped: How ordinary users critically reflect on Spotify’s datafication of the self within creative workshops. Journal of Gender Studies. Advance online publication.[7] Pariser, E. (2011).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 Pengui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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