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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기술과 함께 진화할 수 있을까?

완벽한 AI와 불완전한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생각

2025.07.16 | 조회 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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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많은 창작자들이 AI의 능력을 최적화가 아니라 방해물로 활용합니다.

2️⃣ AI에 의존할수록 사고와 기억이 줄어들 수 있어요.

3️⃣ AI는 결과물만 보면 창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기만의 의도나 문제 정의 능력이 없어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케데헌(K-POP DEMON HUNTERS) 보셨나요? 저는 요즘 문서 작업할 때 소다팝을 틀어놓고 있는데, 덕분에 보고서 문장이 지나치게 발랄해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어요. 하하.

이 작품을 추천해준 친구가 해준 얘기가 참 인상 깊었어요. 민화 속 전령 호랑이 ‘더피’가 등장하는데, 이 친구는 물건이 쓰러져 있으면 꼭 앞발로 다시 세워줘요. 자기 때문에 넘어진 화분을 뻔히 보고 못 지나치는 거죠. 귀엽고 어리숙한 표정을 한 이 친구는 ‘죽은 존재’예요. 반대로, 살아있는 고양이는 자꾸 물건을 넘어뜨리잖아요? 이승과 저승은 반대이기 때문에 캐릭터 행동도 반대로 설정했다는 설명이었어요. 심플하지만 분명한 컨셉, 이런게 바로 창의성의 힘이죠.

그 컨셉이 멋져서 케데헌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이 창의성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말하잖아요. 창의성은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케데헌은 전통과 현대를 잘 버무린 이야기로 그런 창의성을 보여줍니다. 외형은 한국 전통, 행동은 현대의 습관.

그렇다면 이런 창의성, 기술이 도와줄 수 있을까요? AI가 있다면 좀 더 쉽게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기대하죠. 오늘은 그래서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AI는 우리의 창의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창의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Image : DALLE
Image : DALLE

무한한 창의성을 약속하는 AI?

MIT Technology Review에서는  AI와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실험들을 소개했어요.

영국의 한 예술가는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AI 코드와 시각 효과를 조합하며 라이브 코딩 공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공연에서 AI가 틀리는 순간조차 공연의 일부라는 거예요. 코드가 오류를 내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도, 그걸 숨기지 않고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 오히려 창의성의 일부가 되는 거죠.

또 MIT가 개발한 'DesignAID'라는 도구는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AI가 시각 자료를 자동 생성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정형화된 검색을 넘어, 인간이 떠올릴 수 없던 색감이나 형태의 조합이 나오기도 해요. 디자이너는 그런 어색함을 기반으로 더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죠.

두 사례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많은 창작자들은 AI의 능력을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활용하려 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은 AI가 실패하는 지점이나  엉성한 부분, 이상한 결과물을 골라서 그것을 창작의 재료로 씁니다. 

왜 그럴까요? AI가 너무 완벽하고 매끄럽게, 빠르게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잃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창작자들은 AI가 놓치거나 실수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연결을 찾습니다. 일종의 ‘의도적인 불완전함 전략’이죠. 그래야 인간 고유의 해석과 감정이 개입할 틈이 생깁니다.

AI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창작자는 그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해요. 창의성은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틀린 것처럼 보이는 것을 끝까지 바라보는 힘에서 시작되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뇌는 점점 게을러지고 있다면?

AI가 창의성을 무한정 도와줄 것 같지만, MIT의 또 다른 연구는 AI가 오히려 인간의 인지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이 연구에서는  AI가 우리의 인지적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 SAT 스타일의 에세이를 작성하는 실험에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ChatGPT를 활용, 두 번째는 구글 검색을 이용, 세 번째는 어떤 도구도 없이 스스로 생각해야 했어요.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이들의 뇌파를 측정했죠.

놀랍게도 ChatGPT를 활용한 그룹은 글쓰기 동안 뇌의 인지 활성도가 가장 낮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떨어졌어요. 모든 뇌파 밴드에서 유의미한 저하가 있었고, 반복해서 글을 쓰게 하자 복사-붙여넣기 패턴만 늘어났을 뿐, 학습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즉, AI가 작성해주는 문장을 복사하고 붙여넣는 과정만 반복되었기 때문에, 사용자의 사고는 더 줄어들었던 것이죠. 

반면, 구글을 활용한 그룹은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며 비교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뇌의 인지적 연결성이 높았습니다. “나는 뭔가 배웠다”는 느낌도 더 강했죠.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그룹은 아무런 도구도 쓰지 않은 참가자들이었는데요, 이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기억력, 창의성, 주의 집중 패턴을 보였습니다.

이후 실험에서 같은 과제를 다시 쓰게 했을 때, ChatGPT 그룹은 거의 기억하지 못했어요. 뇌가 ‘정보 생성자’가 아니라 ‘정보 소비자’처럼 움직였기 때문이죠. AI는 우리의 생각을 돕는 게 아니라, 생각을 덜 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편리한 AI를 사용할수록, 우리는 덜 생각하고, 덜 기억하고, 덜 창의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거예요.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거의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AI가 만들어주는 문장들이 너무 그럴듯하기 때문에  우리는 판단하지 않고 곧장 받아들이곤 하죠. AI는 빠르고 유용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기준을 세우고, 판단하는 인지적 활동은 사라지고 있는지도 몰라요.


AI는 스스로 창의적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AI 자체는 창의적일까요? 한 연구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창의적이지 않다. 그저 창의적으로 보일 뿐이다."

AI가 산출하는 결과물 중 일부가 새롭고 유용할 수 있지만 창의성은 단순히 결과물의 특성으로만 정의할 수 없다는 거죠.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AI는 인간과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진짜 창의성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있어요.

  • 의도성: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목적을 가진 사고
  • 진정성: 자기 내면에서 우러난 표현
  • 내재적 동기: 외부 보상이 아닌 자기 동기에서 비롯된 시도
  • 문제 찾기 능력: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힘

이 네 가지는 모두 AI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으로 가능성 높은 출력을 생성할 뿐, 자기만의 이유나 욕망, 의식, 해석은 없어요.

연구에서는 이런 AI의 산출물을 "인공 창의성", 혹은 "유사 창의성"이라고 부릅니다. 겉으로는 창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기 고유의 문제 정의도, 감정도, 맥락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어떤 예술가들은 AI가 만든 창작물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 인간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감정’이지, AI의 의도나 표현은 아닙니다.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는 인간이 가진 불안정함, 우연성, 감정이 빠져 있어요. AI는 문제를 풀 수는 있어도  문제를 만들 수는 없고, AI가 표현할 수는 있어도 ‘자기’를 표현하진 못한다는 거죠. 스스로 정의하고 설명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AI 자체가 창의적이라고 보긴 어렵죠.


“결말은 뻔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죠.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간의 창의성은 더 좋은 방향으로도, 더 안 좋은 방향으로도 바뀔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AI는 점점 우리의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초반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렸듯, AI를 '도구'로 볼지, '동료'로 볼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요.사람과 협업할 때도 마찬가지잖아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결과물에 다양한 시각을 담기 어렵습니다.

AI와도 그런 ‘마찰’이 필요해요. AI의 답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때로는 의도적인 불완전함을 남겨두고, 일부러 능동적으로 다른 생각을 해볼 때, 우리가 생각하는 영역이 유지되면서 진짜 창의성이 생겨날 수 있거든요.

물론, 창의성을 AI에게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 돼요.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폭’이에요.사람이든, 책이든, 영화든, 다양한 출처에서 다양한 관점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리도 여러 가지 맛을 본 사람이 더 잘하잖아요. 상상의 재료가 많아지니까요. 저희 뉴스레터도 그런 재료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보다 더 새롭고 창의적인 마음으로, 우리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요!

 

[inspire X 오픈카톡방]

https://open.kakao.com/o/gBHmseah


Reference

[1] MIT Technology Review. (2024, June 18). How AI can help supercharge creativity [LinkedIn post]. LinkedIn. https://www.linkedin.com/pulse/how-ai-can-help-supercharge-creativity-mit-technology-review-fy1de

[2] Time. (2024, July 9). ChatGPT may be eroding critical thinking skills, according to a new MIT study. TIME. https://time.com/7295195/ai-chatgpt-google-learning-school/

[3] Runco, M. A. (2023). AI can only produce artificial creativity. Journal of Creativity, 33, 100063. https://doi.org/10.1016/j.yjoc.2023.10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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