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귀한 연꽃 향을 담아

당신에게

2024.08.30 | 조회 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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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좋아하는 글도 내게는 와닿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묘하게 어긋나 있음을 느낍니다. 마찬가지로 대중적 인기를 가진 작가임에도 나와는 맞지 않을 때가 있어요. 제게는 알랭드 보통이 그렇습니다. 어쩐지 잘 읽히지 않더라고요. 그의 글이 나빠서가 아니라, 되레 너무 좋아서 그런 거라 여깁니다. 그의 글은 정교하게 지어진 건축물 같습니다. 설계부터 견고하게 지어졌구나 싶어요. 그런데 어쩐지, 그런 글에는 쉬이 곁을 내어주기가 어렵습니다.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어려울 뿐입니다.

저는 빈틈이 있는 글을 읽을 때 틈 사이로 스며들고 글의 일부가 되었다가, 한 걸음 물러나 헐거운 만듦새를 공허하게 바라봅니다. 대충 지은 거 말고요, 바람이 선선하게 통하는 거요.

물론, 오늘 좋지 않던 게 내일은 좋아질 수도 있지요. 김금희 작가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속 어느 대목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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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는 여전히 알랭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꽂혀 있습니다. 다시 펼치는 날이 오겠죠. 그때 저는 촘촘한 틈 사이로도 잘 스며드는 사람이 되어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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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브랜딩이나 마케팅 관련 책을 읽습니다. 읽는다는 말보다는 공부, 습득한다는 말이 알맞겠어요. 어려서부터 소설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집돌이로 돌아다니지 않으면서 다른 이의 삶 살아보는 게 즐거웠나 봅니다. 그리고 저의 재능 중 하나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 마치 진짜 경험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는 거예요. 소설이라는 장르와 찰떡인 셈이지요. 에세이는 잘 읽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타인의 삶 들여다보는 일이지만, 어쩐지 일상에서 마주하는 누군가의 현실이라 생각하면 가끔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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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담 인스타그램 스토리 하이라이트에는 제가 밑줄 치며 책 읽었던 흔적이 여럿 남아있습니다. 가끔은 그것들만 주르륵 훑기도 해요. 뭐든 흔적을 남겨놓는 일은 좋아요. 내일은 모르겠지만, 오늘까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남겨봅니다. 박연준 작가의 <소란>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에요. 지난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구독자분들께 전해드리는 레터 서비스하는 플랫폼 '메일리'는 줄 바꿈에 무척 인색해서 특히 인용할 때는 제가 따로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글 옮겨쓴 이미지를 올립니다. 아래 이미지의 글도 책에서 줄 바꿈 한 것을 그대로 옮겼어요. 책의 호흡으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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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꺼내 읽을 때마다 저는 비 내린 후 축축 젖은 흙을 밟고 서 있는 기분이에요. 역시 좋고 싫음과는 별개로요. 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소설책 추천을 받았습니다. 도서관에 다녀와야겠어요. 요즘은 책을 잘 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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