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마디 끝에 하고 싶은 말이 맺혀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열두 달의 이야기가 온통 뒤섞여 있으니까요. 한 해의 마무리라는 건 이렇게 어지러운 건가요? 다른 얘기지만 아버지 제사를 스무 해 정도 지냈거든요. 근데, 이것도 일 년에 한번 하다 보니 매번 헷갈려요. '절부터 하는 건가... 젓가락을 지금 옮기는 게 맞나? 술잔 돌리는 방향이 오른쪽이던가?'
연말과 연초는 대체로 허둥지둥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아쉬움과 후회와 미련은 조금씩 표정이 달라서 끝끝내 붙잡지 못한 인연 같은 것들이 불쑥 떠오릅니다.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주간 레터를 쓰기 시작한 거예요.
저는 그동안 늘 기록을, 그리고 쓰는 것을 갈구했습니다. 쓰는 일에 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았고. 부피나 밀도와 별개로 미약하게나마 제가 잘 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 또한 미련이지요. 그러고 보면 호작담의 본질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합니다. 쓰는 것인지 아니면 만드는 것인지. 공방을 꾸리는 순간부터 그 물음은 제게 숙제와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결국 '짓는다'라는 표현을 썼지요. 글을 쓰는 것과 나무 만드는 것은 결국 다를 바 없는 '짓는' 일이라고요.
인스타그램에 쓴 주 5일 공방일기는 천편 가량 쌓았고, 이메일로 공방일기 전해드리는 구독 서비스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주간 레터입니다. 다양한 사람이 볼 수 있고, 그럼에도 적당히 사적이며 쓴 글은 휘발성이 적고 아카이빙 되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구독자분들이 누군지 모르는 것도 꽤 괜찮습니다. 그중에는 실제로 아는 분도 계시고, 직접 뵌 적 없지만 이름을 알아서 친근감 느끼는 분도 계세요. 다수는 닉네임과 메일 주소만 알기에 누군지 모릅니다. 저분은 나를 어떻게 알까? 궁금하지만 애써 알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너도 참 내려놓지 않고 계속하는구나'라고 말하더군요. 주간 레터를 언제까지 쓰게 될지는 모르지요. 또 다른 형태로 이야기를 지을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끊임없이 해보려고 합니다. 이따금 말하지만,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노력이에요. 조만간 '노력'에 관해 글을 써봐야겠군요.
최근 유튜브 구독을 시작한 채널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허인의 인과관계 (仁과 관계)>라는 '효자동 두오모'라는 레스토랑의 셰프님 채널이고요. 다른 하나는 <이연LEEYEON>이라는 그림 작가님의 채널이에요. 두 채널은 그림과 요리라는 전혀 다른 컨텐츠 같지만 저는 비슷한 결이라 느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것들에 관해서도 차분히 이야기 나눠요. 예를 들어 '반죽 후 냉장실에서 하루 정도 발효를 해야 하는데, 만약 시간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실온에서 빠르게 발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온이라는 게 27도일 수도 있고, 40도 일 수도 있다.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을 두고 냉장 발효하는 것.'처럼 변수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깔초네 레시피' 영상에서는 완성된 음식을 먹으며 에필로그처럼 가벼운 대화를 나눠요.
"깔초네 메뉴 할 때 안 힘드셨어요?"
"옛날에? 아니, 진짜 좋아하는 메뉴였어. 내가 요리 공부하러 유학 간다는 생각조차 안했던 회사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다니던 쿠킹 클래스에서 깔초네를 처음 먹어본 거야. 그때가 진짜 진짜 행복했던 것 같아. '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구나' 그 기억이 좋아서 이태리 유학까지 가게 된 거지. 스토리가 이어진 거야. 만약 그 클래스가 없었다면 1년을 그냥 쉬었을 것 같아. 좋아 난."
저는 2년 전쯤에 목조각을 배우러 인천에서 판교를 오갔습니다. 굳이 판교까지 간 건 저희 선생님에게 꼭 배우고 싶어서 였어요. 목공 시작할 때부터 팔로우를 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가구 만들 줄 알면 목조각은 그냥 시작해도 됩니다. 높은 수준에서는 다른 차원이겠지만, 시작은 그냥 해도 돼요. 그럼에도 그 먼 거리를 수고롭게 오간 건, 선생님이 나무를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고. 평소 말의 습관. 그러니까 그의 호흡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익히며 일종의 영감을 얻고 싶어서 였어요. 계기는 그것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그림 작가 <이연LEEYEON> 채널 화면에는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작가가 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그중 '우울을 이겨내는 작은 습관들'이라는 영상에서는 본인이 브런치에 쓴 글의 일부를 읽어줍니다. 글을 옮겨 놓을게요.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허인 셰프님이 말씀하셨던 실온의 기준이 모호하듯 사람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저 사람은 저런 방법으로 개선하고 해결해낸 상황을 왜 나는 해내지 못할까'라는 생각은 되레 상실감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런 글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안도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유튜브 구독 목록이 모두 차분한 결은 아닙니다. 제일 많이 보는 채널은 해외축구를 다루는 채널이에요. 아주 라이트하게 해외 축구를 보지만, 이쪽만큼 컨텐츠가 많고 라이브를 길게 하는 채널이 없거든요. 혼자 나무 작업할 때는 반드시 귀에 무언가 틀어놓고 지내다 보니! (가끔 쇼츠로 퀸가비 보는 것 무척 즐깁니다... 저세상 도파민... 혈당 스파이크 같달까...)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4년 12월 넷째 주, 작담 플리를 전해드립니다. 더불어 11월부터 전해드렸던 하반기 플레이 리스트를 한 장에 정리해서 첨부합니다. 일일이 찾아보는 건 귀찮을 테니까요.
<이상은 - 둥글게>, <이현우 -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이소라 -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샤이니 - 방백(A side)>, <롤러코스터 - 너에게 보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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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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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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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pob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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