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녹지 않는 눈

밟아도 지저분해지지 않고도 폭신한

2024.10.11 | 조회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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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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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담이 통신'의 막내 통신원 김용홉니다. 매주 한 편씩 별스럽지 않은 글을 적고 있습니다. 첫 번째 레터 발송한 날짜 보니 올해 3월 8일이더군요. 네 번의 계절을 돌아 매주 한 편씩 보내드린 게 어느덧 서른두 번째입니다.

시간은 도무지 적당히를 모릅니다. 더디 흘러 지루하다가도 잠시 한 눈 팔면 저만치 앞서 있으니 곱게 여기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몇 편의 레터가 더 이어질까요?

구독자분들 메일함에 글 넣어 드리기 위해 저는 레터 발송하는 플랫폼에 글을 씁니다. 페이지에 접속해 지난 서른한 편의 글 쌓여있는 것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요하게 내려 쌓인 눈 같다고요. 그리고 이 눈은 녹지 않아요. 몇 번이나 즈려 밟아도 까맣게 지저분해지지 않고, 폭신하고요. 좋다고 생각 했습니다.

공방 꾸리고 몇 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공방 일기를 매일 썼습니다. 일주일에 다섯 편씩 쓴 게 천편을 넘겼어요. 호작담 인스타그램의 게시글 수가 유난히 많은 까닭입니다. 아무래도 SNS에 적은 글은 휘발성이 강한데, 이렇게 글이 쌓여있으니 마음이 괜스레 든든하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고 보내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을 많이 받는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노력이에요. 노력의 크기가 작다는 게 아니라 이것마저 못하는 건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털어놓자면, 어떤 날은 욕심으로 글을 씁니다. 아닌 것을 꾸역꾸역 늘어놓아요. 그러다 보면 쓰는 것 아니라 지우는 게 일이 되고, 조금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이 잦습니다.

요즘은 자주 산을 오릅니다. 산 오르는 건 시간의 흐름과 비슷합니다. 거짓이 없고 멈추는 법이 없어요. 저는 의지가 약해 쉽게 포기하는데요. 특히 헬스장에서 유산소 할 때 그렇습니다. 러닝머신에 올라 발 조금 구르다 하기 싫어 죽겠을 때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무 일 없던 일이 돼요. 산에 발을 들여놓으면 어떤 방향이든 움직여야 합니다. 산에는 누를 버튼이 없을뿐더러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산에 서있는 사람이 될 뿐이니까요. 오르는 시간은 더디고 내려오는 시간은 쏜살같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되레 가장 상대젹인 흐름.

작담이 통신의 구독자 수는 완만하게 늘어납니다. 구독자 수와 별개로 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은 변하지 않습니다. 발송되는 메일의 30~40퍼센트만 읽힙니다. 그중에서도 꼼꼼히 읽어보는 분의 비율은 더 낮겠지요? 꾸준히 남의 글을 읽어보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예요. 그걸 왜 알고 있냐면, 저도 그렇거든요. 구독 중인 레터가 몇 개 있어요. 정보성 짙은 것과 문학성 짙은 것이 고루 섞여 있는데요. 처음엔 열심히 보다가 지금은 거의 메일을 열어보지 않습니다. 정성껏 쓰여진 그들의 글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애초에 저는 그런 준비를 할 마음도 없었겠지요? 엉엉.

그럼에도 작담이 통신 구독 신청 해주시고,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는 깊은 감사의 마음 갖습니다. 어느 방향에 계신지 모르니 레터 전송 버튼 누르며 동서남북으로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립니다. 큰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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