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잘 팔리는 글쓰기

꾸준한 글쓰기

2024.04.19 | 조회 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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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은 글을 쓰고 있으신가요? 형태나 대상과 무관하게 무엇이든지요.

오늘은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제목에 적어둔 '잘 팔리는 글'에 관해선 슬프게도 알지 못합니다. 해괴망측한 어그로꾼의 졸렬한 사기극이라 여기셔도 어쩔 수 없어요. 21세기 사이버 시대에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타이틀은 필수 불가결하니까요.

글은 거울과 같은 속성을 가집니다. 원하는 걸 보여주지 않지만, 현재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지요. 거울을 봐야 머리가 헝클지지 않았는지, 이에 고춧가루가 끼지 않았는지, 옷매무새 괜찮은지 확인할 수 있듯. 쓰는 글을 통해, 그리고 내가 읽는 글을 통해 지금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아마 제 첫 글은 초등 시절 선생님께 매일 제출했던 일기였을 거예요. 기억나는 내용은 없지만, 뻔했겠죠.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하교 후에는 친구들과 모바닥에서 놀거나 집에서 누나와 인형 놀이했을 거고요. 일기 마지막 단락은 '참 즐거운 하루였다'로 귀결되었을 거예요. 글 쓰기보다는 일과 나열에 가까웠던 첫 글은 아주 엷게 쌓였습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때 내면에선 거친 반발이 일어납니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이 시간에 다른 재밌는 일 할 수 있을 텐데!' 라고요. 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재밌는 일 할 가능성은 무척 드물어요. 내키지 않아도 일단 해보는 건 생각보다 도움이 됩니다. 억지로 썼던 일기 통해 얻은 건 글쓰기 능력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중고교 시절에는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꾸준한 글쓰기 대신 소설을 쓴 적 있어요. 컴퓨터로 타이핑하면 왠지 누가 볼 것 같아서 비밀스럽게 노트에 수기로 작성했더랬지요. 얼마나 비밀스러웠는지 저 스스로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충격적이지요? 일필휘지로 휘갈겨놓고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고 본인마저도 잊은 미스터리. 본래 글 장르와 별개로 제 첫 소설은 미스터리로 분류되고 말았습니다.

대학 진학 이후에는 블로그를 운영했어요. 꽤나 외진 곳에 간판도 없는 채로 있었던 탓에 방문객 많지 않았지만, 도란도란 뜨수운 곳이었지요. 여전히 블로그는 운영 중입니다. 사람들은 무너진 줄 알고 지나치지만, 우리 가게 영업합니다. 현수막이 대롱대롱 달려있어요.


 

기록해 놓은 글이 쌓여서 좋은 건 지난날 내가 가진 생각이 오늘과 이렇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거울의 성질을 갖는데 과거의 내 모습까지 보여준다니 어쩐지 백설 공주 속 마법 거울 같지 않나요? 멋져부러...

뿐만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낱말이나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 표현 등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요. 대체로 미숙하며 거추장스러운 미사여구 치렁치렁 얽혀 있어요. 지금이라면 덜어낼 표현들이지요. 지난날의 글을 고치거나 비공개 처리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런 문장을 좋아했던 것이니 옳고 그름이 아니라 취향의 영역으로 남겨둬요.


 

글은 쓰는 것과 읽는 것이 다르지 않습니다. 쓰지 않는다면 읽으시고 읽지 않는다면 써보시면 좋겠어요. 그것 통해 분명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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