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목공방 계정이 왜 글을 꾸준히 쓰냐고 물으면 달리할 말은 없습니다.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걸 한 거니까요

어제 썼으니 오늘도 썼고. 내일도 쓰겠죠

2025.09.19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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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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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기계실에서 작업하던 중 적고 싶은 문장이 떠올라 휴대폰 꺼내 글을 씁니다. 목공 기계들의 굉음과 진동으로 가득 찼던 공간에는 일순간 적막이 찾아왔고, 온몸은 나뭇 가루로 뒤덮여 지저분하지만. 적어놓지 않으면 금세 잊으니 글의 짜임새와 무관하게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둡니다. 글은 본디 쓰는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이라 믿는 편이라서요. 쓸 때는 최대한 아무렇게나.

 

작담이 통신이 블로그로 넘어가기 전 보내는 마지막 글입니다.

 

저는 라디오 키드예요. 나이를 기준으로 키드인지 나눈다면 글쎄 좀 애매하지만, 남들보다 뒤늦게 자아가 형성될 무렵 저는 심야 라디오 들으며 생각하고 떠올리며 소통했습니다. 성시경은 라디오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매체지만, 유독 '우리'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고요. 그런 맥락으로 저도 라디오를 참 좋아했습니다. 나의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고, 생면부지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하는 울타리. 속닥속닥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사실 매일매일 나누는 이야기에 그리 대단할 게 뭐 있나요.

호작담을 꾸리기 전에도 저는 글을 꾸준히 써왔습니다. 대학시절 블로그를 쓰다가 퇴사 후 독립출판을 시작했고, 지금은 외부 필진으로 활동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글쓰기 강사 일도 했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며 이 커리어는 이어지기가 어렵더군요. 호작담 꾸리고 며칠 뒤부터 인스타그램에 공방 일기를 썼어요. 목공방 계정이 왜 글을 꾸준히 쓰냐고 물으면 달리할 말은 없습니다.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걸 한 거니까요. 어제 썼으니 오늘도 썼고. 내일도 쓰겠죠.

 

인스타그램에 쓰던 글과 메일로 전해드리는 글에는 어떤 차이가 있냐면요, 사실 대단히 다른 점은 없습니다. 전해드리는 제 마음이 조금 달랐다면 알맞을까요? 우리끼리 나누는 이야기. 친구들에게만 하는 귓속말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요. 근데 왜 또 플랫폼을 옮기냐! 레터 발행 또한 장단점이 분명한데, 저 역시 뉴스레터를 몇 개 구독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잘 열어보지 않게 됩니다. 나중에 봐야지 하며 쌓이는데 나중이라는 건 사실 없다는 거예요. 정해진 날짜와 시간이 있다는 건 벅찬 기대와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익숙함이고 상시적이죠. 레터 발행 플랫폼을 이용해 보니 그 모든 게 수치로 기록되더라고요. 그것들 마주하는 건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와중에도 꾸준히 읽어주시고 피드백 주신 분들은 정말 정말 감사한 분들이에요. 그분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끊임없이 무언가 이어갑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속세와 타협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호호.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블로거였는걸요. 그리하야 다음 주부터는 네이버 블로그에 작담이 통신을 게재합니다. 메일함에서 보셨던 분들은 꽤나 귀찮은 일이 되실 수 있겠습니다. 화면 터치를 갑절로 해야 하니까요. 지금 블로그 이름은 <호호,호작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름을 유지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 이름은 너무 고루한 느낌이라서 바꾸고 싶은데 말이에요. 먼저 이웃추가해 두시고 새 글 알림 설정해두면 조금 더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굳이 바로 블로그로 넘어가지 않고 레터로 한편 더 발행하는 건, 우리끼리 인사나 좀 나누고 싶어서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 말고 우리끼리만 모여있는 공간에서만요. 저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새로운 페이지에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 알 길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새 페이지를 펼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는 거예요.

 

새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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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안디의 프로필 이미지

    이안디

    0
    3 months 전

    매번 덕분에 잘 봤습니다. 뭉근하게 이어가는 흔적들을 보며 매번 대단하다.. 하며 속으로 뱉어내곤 했습니다. 나만의 작은 비밀같던 주간레터를 마무리한다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블로그에서도 반갑게 방문하고 마주하도록 해보겠습니다 :)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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