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글의 가장 뒤편에 감춰둔 것

새벽에 쓴 글은 잘못이 없지

2025.04.04 | 조회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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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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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닐 적에는 늘 펜과 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다녔습니다. 좁은 사무실 틈 사이에서도요. 사수와 상사가 하는 말을 모두 적어야 했기 때문인데, 제가 꼼꼼한 까닭이 아니라 '메모 안 해도 되겠냐, 안 잊을 자신 있냐'라는 상사의 말에 뼈를 느낀 뒤부터였습니다.


 

방치해둔 블로그엔 오랫동안 적층 해둔 단상과 일상이 있는데요. 적층의 역사 거슬러 오르면 미니홈피에 다다릅니다. 아무렇게나 쓰던 다이어리 카테고리를 즐겨 찾는 이들이 늘었고, 잘 읽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 편 두 편씩 더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 쓰는 일이나 기록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좋아한다는 사실 전해 듣는 걸 좋아했던 것이지요.


 

글 쓰다가 갈피 못 잡는 날은 곧잘 블로그에 들어가 오래전 글을 훑습니다. 그다지 재미는 없어요. 그저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 신기한 건 지금과 무드가 꽤 다르다는 거예요. 의성어와 의태어 많이 섞어 더 반짝이게 쓰고 싶어 하더라고요. 여린 마음 숨김없이 드러내는 용기 혹은 무모함도 엿볼 수 있습니다.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많고, 칭얼대고 싶었나 봐요. 그에 비해 지금은 글의 가장 뒤편에 감정을 감춰둡니다. 칭얼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요. 아니, 흘러넘치지만요. 자칫 누군가 원치 않게 떠안을까 염려돼서요. 감정은 무릇 전염성이 강한 법이니까.


 

새벽에 쓰인 글은 아침에 지워지기 마련이지요? 감정이 차오를 때는 꾸미고 싶어져 무언가 끌어와 덧붙이기 마련입니다. 본래 꾸밈의 유행은 빨리 도는 법이잖아요. 그러니 뭉근한 달빛에 비춰 은은히 빛나던 것이 아침 볕 맞으면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요. 애초에 성질이 다른걸요. 밤에 쓴 글을 아침에도 지우지 않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꾸미지 않은 글을 쓰면 되지요. 글을 잘 쓴다는 건, 글을 잘 지운다는 말과 같아요. 군더더기 덜어낸 글을 쓰면 달빛에도, 햇볕에도 중요한 것이 돋보일 거예요. 저는 블로그에 적층된 오래전 글을 여전히 그대로 두고봅니다. 애써 꾹꾹 눌러쓴 글이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지워지는 게 조금 아쉬워요. 그리고 좀 오글거리면 어때요. 과거 사진 민망하다고 지워버리지 않잖아요.

2016 년 12월에는 '유자차의 효능'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하나 썼습니다.

깜찍하지 않습니까? 패기 넘치고요. 호호호.
깜찍하지 않습니까? 패기 넘치고요. 호호호.

 

어떤 글에는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퇴사할 때 다른 팀 과장님께 메신저로 받은 글을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지금 나는 어떤 스텝을 밟고 있나 문득 생각이 깊어져요.

글자가 작아서 잘 안보이시려나요?
글자가 작아서 잘 안보이시려나요?

 

2016년 11월에는 이런 대목도 썼더라고요. 30대가 된 지금도 다를  하나 없는데. 철이 덜 들어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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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4월 첫째 주, 작담 플리를 전해드립니다.

<김수영 - 비틀비틀>, <캡틴 플래닛 및 선우정아 - 그렇게 우리>, <페퍼톤스 -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 <이소라 - Track 3>, <유희열 - 여름날(Feat. 페퍼톤스 신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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