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잘 지내셨나요? 저는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변덕스러운 날씨를 맞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그 변덕스러운 날씨는 제가 있는 통영에서나 체감되는 일 일지도 모르지만요. 근황을 이야기해보기 전에 이런 식으로 레터를 오픈하는 이유는... 그냥 별 이유는 없구요 한 번 해보는거에요 ㅎ_ㅎ
우선 첫번째 근황으로는, 쓰고있던 책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인지 한번도 얘기 안했다구요? 네 맞아요... 인서타에 한두번 올리는 정도긴 했습니다만... 입문자를 위해 쉽게 정리한 재즈 역사를 다루는 책입니다. 재즈에 입문하려는 친구가 있다면 권해주기 딱 적절한, 딱히 어렵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은, 그리고 사진 자료가 많이 들어간 책을 제작하고 있어요. 6월 첫주에 투어를 떠나기 전까지 원고 작업을 마치고자 노력중에 있습니다.
6월 첫주에는 밴드 'DOLTANG'과 함께 3주간의 유럽 투어를 떠납니다. 사실 이 일도 저의 4~5월을 채운 중대한 업무였는데요. 유럽 내에서의 교통편을 알아보고, 예약하고, 숙소를 잡고, 동선을 체크하고, 인아웃 시간을 체크하고, 지원사업을 위한 증빙자료들을 만들고... 동시에 6월에 열릴 쇼케이스를 준비하기 위해 언론과 SNS 홍보를 컨택하고, 콘텐츠들을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현지에서는 촬영과 함께 매니저 역할을 감당해야해서 살짝 설레면서 긴장되기도... 이 시점에서 잠시 쇼케이스 소식들 보고 오시죠.
✅ 뉴욕의 다섯 뮤지션, 워크숍과 공연 가져
6/1에 CJ Azit 광흥창에서, 피아노 류다빈, 색소폰 유선현 외 출연
✅ 기타리스트 김준범 앨범 쇼케이스
6/27에 벨로주 망원에서, 최근 발매한 [ALIVE!] 쇼케이스
✅ 프로그레시브-임프로비제이셔널 밴드 DOLTANG 쇼케이스
6/29에 CJ Azit 광흥창에서, 유럽 투어로 가다듬은 사운드 선보일 예정
✅ 신아람 & 비움프로젝트 앨범 쇼케이스
7/5에 JCC 아트센터에서, '비움' 이후의 기록들 선보여
6월 1일에 있는 이 쇼케이스에 관심이 가는데요.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계시던 분들이 타이밍 좋게 한국에 들어와있는 동안 열리는 공연입니다. 스탠다드, 자작곡 등 다양한 레파토리가 준비되어있고 무엇보다 지금의 뉴욕 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신 분들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가 연주와 함께 정보를 구해보시는건 어떨까요! (링크)
또 근황이라고 한다면.. 매일 밥을 열심히 차려먹고 있습니다. 최근에 와이프가 월화수 아침 일찍 출근하는 오전 카페 알바를 시작했는데, 덕분에 외식을 잘 안하게 됐어요. 왜? 일월화는 일찍 자야하니까 ^^ 그래서 수요일에 장을 이만치 봐두고 그날그날 먹을 식단을 짭니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하는 대화의 8할이 "내일 뭐 해먹지"에요. 덕분에 집밥 만드는 스킬이 많이 늘었습니다. 요리 재료에 투자하기도 하고, 장비를 과감히 구입해보기도 해요. 내 입으로 들어가는거니까 아끼지 말자 주의로.. 그리고 외식보다 싸니까 ㅎㅎ..
최근에는 여러 고민들로 약간의 슬럼프?가 찾아왔는데요. 그 고민의 내용은 제가 인스타에도 올려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청취해보기도 했습니디만... 결과적으로 딱히 출구 없는 고민이더라구요 !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통해 국내 재즈 음악들을 알리고, 뮤지션들이 실제적인 이득과 리워드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데, 정작 나조차도 국내 재즈 음악을 '평소에' 찾아듣지는 않더라는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구를 초대해 커피를 마시면서 '이 음악 틀어야지' 하는 것에 제가 소개했던 음악은 별로 없었던...? 나의 일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데서 오는 혼란함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고민을 깊이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떠오르는 음악'에는 분명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A아티스트의 B음반 같은건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재즈를 틀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때 가장 먼저 퍼뜩 떠오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요컨데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캐릭터가 드러나고, 일반적인 구성의 조합보다는 특별한 악기가 더 기억에 남는 등 말이죠. 손님과 함께 들을 때에는 사운드가 일관되고 쉽게 들리면서도 매력적인.. 그래서 "오, 이 음악 뭐에요?"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 음악을 찾게 되더군요.
암튼 고민에 대한 제 해결 방법은 '내가 좀 더 찾아보고 디깅해보자'였습니다. 일단 나부터 바꿔보는게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잖아요. 습관적으로 해외 아티스트나 레거시 음반들을 재생하기보다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에 대한 대답을 국내 재즈 아티스트들의 음반으로 대답해보는 것입니다. 2020년대 이후의 음반들로 다양한 큐레이션을 만들어보고, 좋은 음악들을 꼽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 4월과 5월에 선물받았던 음악들에 대한 짧은 리뷰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새로 나온 음반에 대한 체크들을 한번씩 하는데요. 아무래도 싱글까지 리뷰를 작성하기는 어려워서 현재로서는 정규 앨범들 위주로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5월에는 의외로 발매되는 작품수가 많지 않더라구요. 가정의 달과 페스티벌로 인해 발매시기를 그 전후에 두시나...? 뭐 암튼, 오늘 소개하는 작품들은 4월 말~5월 초에 보내주신 CD를 감상하고 기록해봅니다. 지금 돌아보니 5월 15일즘 썼어도 됐을것 같네요 ㅎㅎ
1. 신아람, <비움프로젝트 ll : After BIUM>
피아니스트 신아람님의 '비움프로젝트'는 피아노-색소폰-드럼의 조합으로, 2022년의 앨범 발매 이후로도 계속해서 트리오를 유지하면서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일단 베이스가 없다는 점에서 전통의 양식을 깨려는 시도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 드럼이 없는 경우보다 베이스가 없는 경우가 훨씬 드문데, '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과감하게 삭제했을 때 나오는 결과를 보고자 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첫번째 앨범이 그저 우리에게 익숙한 '재즈'사운드에서 베이스를 '지우는' 작업에 불과했다면, 이번 앨범은 아예 베이스가 없다는 가정으로 음악을 '쌓아올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완성된 음악에서 베이스가 빠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피아노-색소폰-드럼을 위한 곡을 써올렸다는 의미입니다. 곡들은 심플해졌지만 전달력과 생동감은 훨씬 깊어졌으며, 재미있어졌습니다. 생기를 부여받은 각각의 트랙들은 서로 재미있게 춤추었고, "그래! 이렇게 만들면 재미있네"라고 홀로 중얼거리기도 했던 인상적인 앨범이었습니다.
2. 올디 벗 구디, <Oldie but Goodie>
올디 벗 구디는 보컬리스트 정화 + 피아니스트 강한성님의 듀오로 이루어진 스탠다드 재즈를 노래하는 팀입니다. 여기에 다른 악기를 객원으로 초대해 퀸텟 구성으로 녹음했죠. 모든 수록곡을 직접 작사/작곡 했는데 완성도가 높아 원래 있는 스탠다드를 듣는 기분이 듭니다.
이 앨범이 특별한건 벌스(Verse)를 테마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벌스란 일반적인 스탠다드 멜로디에 들어가기 전, 16마디 가량의 전주같은 요소인데요. 스탠다드가 많이 작곡되었던 뮤지컬 곡들을 떠올려보면, 본격적인 노래에 앞서 "옛날옛날에~ 내가말이야~" 처럼 읊조리는 멜로디가 한번 나오죠. 이 부분이 바로 벌스입니다.
그런데 재즈를 뮤지컬이나 극의 요소와 연관짓지 않고 하나의 곡으로서 연주하기 시작한 모던 재즈 시대 이후로는 벌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나마 보컬 재즈의 연주에서나 간간히 찾아보는 정도랄까요. 그런 부분에서 착안해 이 앨범의 곡들에는 벌스가 많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덕분에 앨범 전체를 듣다보면 파도치듯 오르내리는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에 녹아들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3. yonglee & the DOLTANG, <Invisible Worker>
저는 이들의 작품을 "음악으로 표현한 현대 미술"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대충 추상적이라는 뜻이겠지만,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어려운 박자 위에 테크닉을 구사해내는 밴드의 합도 놀랍고(이정도로 시간을 투자해 함께 하는 밴드가 많지 않기에), 기타의 톤과 신스의 레이어가 쌓아올리는 음악의 색깔이 정말 독특합니다. 대중적인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Do Plastic Bags Dream About Sunset"에서도 그저 단순한 리듬의 흐름이지만 낯선 톤으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4. 마리아킴, <Love Letters>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 마리아킴님의 미국 레이블 La Reserve Records 로의 진출 이후 두 번째 앨범입니다. 지난 앨범 <Misty Blue> 발매 때와 같이 3곡을 싱글로 선공개했는데요. <Misty Blue>가 첫 미국 진출작인 만큼 홍보와 MV제작 등 여러모로 공들였던 부분들이 있었던 반면, 이번 앨범은 다소 조용히 출시된 면이 있습니다. 해외 연주자들과 함께 스튜디오 녹음을 진행했는데, 아직 완벽한 밴드 구성을 찾았다기 보다는 탐색의 과정 중에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멋진 행보로 한국 재즈 씬의 좋은 선례가 되길 응원합니다 🙌🏻
끝으로 DOLTANG의 쇼케이스 소식을 전하며 오늘의 레터를 마칩니다. 포스터 제작을 위한 디자이너 섭외, 레퍼런스 전달, 사이에서 의견 조율, 멜론 티켓 오픈까지... 최근에 정말 회사가 할 일들을 혼자 다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데요. 다음 레터에서는 이러한 실제적인 업무에 대해서 다뤄볼게요 !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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