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 2월에 주목해야 할 공연으로 유지니아 최, 전송이, Yuhan Su의 대만/한국 투어를 언급했는데요. 바다 건너 뉴욕에 계신 피아니스트 유지니아님과 Zoom을 통해 이 앨범과 투어에 대한 인터뷰를 가져보았습니다. 인터뷰가 발행된 지금 시점에서는 대만 투어 시작을 앞두고 계시겠네요 😃
미국과 유럽을 건너는 트리오의 탄생
김 : 제가 제일 먼저 궁금했던 건 어떻게 이 그룹이 만들어졌는지에요. 유지니아님은 뉴욕에 계시고, 송이님은 유럽에 계시고, 비브라포니스트 분은 대만 분이시고. 어떤 커넥션으로 녹음까지 하게 된 건지 그 과정이 좀 궁금합니다.
유 : 송이가 버클리에서 마치고 뉴욕에서 활동하다 알게 됐었는데, 말이 잘 통하고 서로 바이브가 잘 통해서 친하게 지냈어요. 2017년? 2018년즘부터 작은 긱들은 많이 했었구요. 특별한 프로젝트를 하진 않았죠. 그러다가 이제 송이가 유럽으로 가게 됐구요.
그런 뒤에 최근 2~3년 전 즘부터. 마찬가지로 버클리를 나왔던 Yuhan과 음악적 교류를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이 친구도 뉴욕에 온 지 10년정도 됐었는데, 함께 하면서 제 음악을 여러 가지 방향으로 많이 시도하게 됐어요.
원래 제가 쓰는 곡 위주도 그렇고 좋아하는 곡들도 전형적인 피아노 트리오 사운드였거든요. 2018년에 마지막 앨범을 내고 팬데믹이 끝나갈 때쯤 뭔가 좀 다른 사운드를 찾고 싶어졌었죠. 유명한 사람들을 불러서 앨범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음악적으로 좀 편안한 사람들과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늘 해왔던 음악, 나의 Comfort Zone에서 좀 나와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김 : 피아노와 비브라폰의 조합은 그래도 좀 특별하긴 해요.
유 : 어떻게 보면 조금 부딪힐 수도 있고, 중간 부분의 레이어가 너무 많을 수도 있는데요. 이걸 수직적으로 쭉 늘려서 작은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상상해보면서 작업을 했었어요. 사실 둘이서 많이 해보고 음악도 좀 만들어보고 했는데 당장 앨범을 녹음 할 생각은 없었죠.
김 : 그래요?
유 : 그런데 어느 날 송이가 잠깐… 한 3일 가량? 뉴욕에 올 일이 있었는데 재워달라고 연락이 왔죠. 그래서 “그래, 그러면 나랑 녹음할래?”라고 던졌고, 정말 송이의 스케줄에 맞춰서 녹음을 진행했어요. 딱 하루 리허설하고, 그 다음 날 녹음하고, 그 다음 날 긱 하고 유럽으로 돌아갔죠.
김 : 와우, 완전 타이트한 작업이었네요.
유 : 근데 느낌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리허설도 효진님이랑 지금 인터뷰 하는 것처럼 페이스 타임으로 리허설을 했거든요. 송이가 워낙 특별하고 탤런트가 많은 친구라고 느낀게, 제 곡을 먼저 보내주고 페이스 타임으로 첫 합주를 하는데 다 따라오는거에요. 이미 방향을 다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녹음도 수월하게 진행됐고, 녹음 이후에도 너무 느낌이 괜찮다, 계속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죠.
김 : 아쉬움이 있을법 하죠.
유 : 그때 당시에 송이가 스위스에서 레지던시를 하는 프로그램에 있었어요. 그런데 저한테 스위스로 와서 같이 지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예전에 뉴욕에서 했던 듀오도 계속 발전시켜보고, 앨범도 녹음했으니까 뭔가 좀 새로운 걸 찾아볼까 싶어서 저도 스위스로 갔죠. 저는 아직도 제가 좋아하는 방향과 표현하고 싶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스위스에서 송이와 한 달 가량 있으면서 음악을 만들었던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김 : 그럼 스위스에서 추가로 작업한 것도 레코딩을 또 하신 건가요?
유 : 이미 앨범은 뉴욕에서 했던 레코딩으로 릴리즈가 잡혔구요. 이후에 작업한 새로운 곡들은 아마 이번 투어에서 연주 할 예정이에요. 사실 그 녹음 때에는 송이와 스케줄에 맞춰서 모든 걸 집어넣다보니 좀 정신이 없었고, 지금은 하고 싶은 사운드의 아이디어가 더 명확해졌달까요? 그래서 아마 이번 투어를 통해서 저희 사운드를 좀 더 잘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김 : 그러면 곧바로 하나의 레코딩을 더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겠네요.
유 : 그게 저의 목표예요.
김 : 아 진짜요?
유 : 네. 그렇게 되면 뉴욕으로 다시 송이를 데리고 가서 녹음과 공연도 할 수 있고, 이 프로젝트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김 : 그룹의 이름은 일부러 특별히 안 정하신 건가요?
유 : 생각도 해봤는데 제가 아이디어가 반짝반짝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름까지는… 근데 저희 이름이 일반적인 미국 이름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의 이름을 그냥 이렇게 알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 : 하하, 그러네요. 그런데 멀리까지 발매 공연을 오게 되셨어요.
유 : 운 좋게 Sunnyside Records 에서 앨범을 발매해주겠다고 해서, 발매 날짜를 받았어요(2월 7일). 그래서 공연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죠. 처음에는 유럽에서 긱을 잡아보려 했는데 저는 유럽에서 많이 해본 적이 없으니까, 몇 군데 컨택하려 했었는데, 우연치 않게 이 친구들이 구정을 맞아서 고국에 간다면서 Yuhan이가 대만에서 긱을 하는건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송이가 한국에서도 컨택을 하면서 투어가 성사됐죠.
김 : 미국에서 발매된 앨범의 발매 공연을 한국에서 하게 되는 셈이네요 ㅎㅎ
유 : 한국에 9년 만에 들어가요. 전 어렸을 때 가족이 다같이 이민을 와서, 부모님이 같이 미국에 계시니까 한국에는 잘 안들어가게 되더라구요. 마음을 크게 먹어야지 갈 수 있는 곳이 돼버렸거든요. 2016년에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느라 일주일 정도 있었던 게 다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투어 플랜을 세우려는데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다가 효진님도 알게 됐고 그렇게 된 거예요.
김 : 사실상 앞으로도 음반이 나오면 한국 레코드가 아닌, 해외 레코드를 통해서 발매될텐데 개인적으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나 기대감 같은게 있으신가요?
유 : 네, 사실 그 마음이 커서 이번에 한국 공연을 가는 게 하나도 후회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느끼기엔 한국 분들이 아트를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은 거예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인스타나 유튜브 이런 걸로 확인하는 게 다긴 하지만, 뉴욕 같은 경우에는 저희 같은 미드 커리어에 있는 뮤지션들이 연주 할 때 보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뮤지션들이 많고 그 그룹에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근데 한국은 보면 모든 아트나 콘서트 같은 거에 꽂히시면 자연스럽게 그 아트를 되게 존중하고 밀어주는게 너무 부럽기도 하구요. 한국에 계신 뮤지션을 보면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레이션 하는 공연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김 :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유 :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한국의 관객 분들께도 내 음악을 좀 들려드리고 싶구요. 제 음악이 너무 난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진짜 몇 분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된 것 같아요.
소녀의 눈으로 본 나 자신
김 : 보내주신 음악 너무 잘 들었어요. 몇 가지 들으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어서 좀 그런 것들을 한번 여쭤볼게요. 일단 저는 1번 트랙이 사실 제일 좋았거든요. 헤드 멜로디가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는 느낌이었구요.
유 : 저도 이 곡을 제일 좋아해요. 제목은 ‘Margie’인데, 소녀의 이름이거든요. 이 소녀를 통해서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뮤지션으로서, 여성으로서 저한테 하고 싶은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모든 작곡가들이 그러하겠지만 앨범마다 스토리가 있잖아요.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제 자아를 찾아가고 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Margie’의 멜로디를 들어보시면 대화의 문장 같은 느낌이 들거에요. 말 언어를 쓰는 대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멜로디로 쓴거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비가 오는 날 동네 카페에서 다른 뮤지션들이랑 다 같이 와인을 한 잔 하고 있었는데요. 비가 막 내리는데 빗소리 사이로 들린 멜로디가 ‘Margie’의 첫 프레이즈에요.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서 얼른 녹음을 하고 친구들한테 “나 집에 갈게” 이러고 집에 와서 딱 앉아서 썼는데 이렇게 완성이 됐어요. 다음 날 일어나서 멜로디에 코드를 약간 붙혔고, 다른 변화는 없었죠. 녹음실에서 제가 설명을 했을 때 친구들이 공감한 것도 있고, 그들이 그 상황에서 보는 자기 자신도 있고… 그래서 모든 게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 그런 곡이었던 것 같아요.
김 : 특히나 제가 좋았던 부분은 자연스럽게 자유 즉흥 구간으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헤드로 돌아오는 그 연결이 굉장히 스무스했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유 : 저희가 녹음할 때 3번의 테이크가 있었는데 즉흥 연주 구간은 그게 정말 다 달랐어요. 그래서 테이크를 선택하는 데 힘들 정도로 다 너무 다르고 나름대로 좋았죠.
김 : 그럼 이런 경우에는 언제쯤에 Free로 넘어가서 다시 언제 테마로 돌아오자, 뭐 이런 식으로 미리 얘기를 하고 들어가는 건가요?
유 : 녹음할 때는 너무 길어지면 안 되니까 헤드 이후 처음에는 그 코드 안에서 연주하기로 확실히 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비브라폰이 코드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저는 많이 침범하지 않으려고 서포트만 하는 입장이었고요.
그렇게 그 두 코러스가 끝나고 나면 프리로 가자, 그리고 마무리를 할 때쯤 내가 다시 코드로 포장을 하면 마지막 프레이즈를 다 같이 유니즌으로 하면서 깔끔하게 끝내자. 이렇게 설정해두었죠.
김 : 피아노랑 비브라폰 조합의 앨범 같은 경우는 꽤 있잖아요. 근데 여기에 보컬까지 같이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신건 사운드적인 요소가 먼저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송이님과의 관계적인 부분에서 시작한 빌드업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유 : 둘 다였던 것 같아요. 지금 질문을 해 주시니까 생각해보는건데, 딱히 제가 왜 송이한테 하자고 했지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우선 관계적인 부분에서는 송이랑의 듀오가 제가 유일하게 했던 듀오였어요. 제가 송이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둘이 약간 좋아하는 스타일이 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송이의 음악이 최근에는 프리 임프로비제이션으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굉장히 멜로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Yuhan과 제가 하고 있는 듀오 위에 하나의 레이어가 들어가면 더욱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보컬이 사운드를 더 바꾸면서 뭔가를 더해줄 수 있는 게 많아서 음악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다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더 잘해줘서 고마웠어요.
김 : 전체적으로 호흡이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유 : 이 앨범이 전체적으로 트리오라는 세팅으로 하고 싶긴 했지만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각기 솔로의 순간도 있고, 듀오 조합도 보여주고, 트리오의 컬러도 내보고. 해보고 싶은 거를 많이 시도했었죠.
어떤 게 우리의 색깔일까? 고민하며 찾아가는 과정에서 앨범을 제작하고 나니까 ‘이제 알겠네’, ‘또 앨범 녹음하고 싶다’, ‘더 곡을 많이 쓰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위 링크에서 선공개 된 곡 'Margie' 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김 : 혹시 그 외에 또 얻게 된 것들이 있다면 뭐가 있나요?
유 : 최근에는 각자가 많이 듣고 디깅하는 뮤지션들이 있긴 하지만, 시작은 누구나 다 비슷하잖아요. 옛날 스윙과 빅밴드부터, 한 순간은 진짜 빌 에반스만 한창 팠던 때도 있고, 모던 재즈랑 Odd Meter까지 하면서 “나는 재즈 뮤지션이니까 솔로를 잘해야 돼” 하는 생각도 하구요. 저 역시도 이런 박스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 송이가 유럽으로 가면서 조금 더 프리한 보이스를 찾기 시작하고, Yuhan이라는 친구도 그런 음악을 좋아하니까 저 역시 조금 더 내려놓고 편안하게 제 사운드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많이 제시해 준 것 같아요. Typical 하게 제가 항상 쓰던 폼에서 나오려고도 노력해보고, 또 그런 음악을 요즘에 많이 찾아보는 것 같기도 해요.
김 : 제가 작년에 유럽 투어하면서 송이님도 만났었고, 또 그런 음악들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거랑 정말 비슷하네요. 저도 되게 Typical 한 음악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많이 바뀌게 되더라고요.
유 : 그렇죠. 저도 특히 유럽이 더 그런 것 같아요. 뉴욕도 그런 씬이 있긴 한데 아직도 드럼 베이스 피아노- 이런 게 메이저긴 하잖아요. 저도 스위스에 레지던시 갔을 때가 모든 게 열리는 때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도 음악을 할 수가 있네’, ‘이게 나한테 더 잘 맞네’ 하면서요.
사실 저도 예전엔 프리라는, 폼도 없고 코드를 무시한다는 사실에 ‘그러면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들만의 구조와 모든 게 완벽하게 있는데 그 안에서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서 배울 게 참 많구나 싶었죠.
김 : 아까전에 그래서 “음악을 오래 하긴 했지만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 그런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런 과정이 지금 말씀하신 그런 것들이겠네요.
유 : 네, 변화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직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하고 있어요. 근데 이 그룹에서는 확실히 제 아이덴티티를 조금 더 보여주고, 남 눈치 안 보는 음악을 하려고 해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이게 진짜 음악적으로는 나랑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유서 깊은 레이블의 이면
김 :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이게 뉴욕의 레이블에서 나오게 되잖아요. 물론 한국 레이블 경험이 있지는 않으시니까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쪽 시장의 특징 같은 게 있을까요?
유 : 제가 살짝 비교를 할 수 있는게, 저의 앞선 두 앨범은 모두 유럽의 SteepleChase Records 에서 나왔거든요. 거기도 오래된 레이블이기도 하고, 이번 Sunnyside도 여기서 내 앨범이 나온다면 좋겠다 꿈꾸던 레이블이었어요.
김 : 유럽과 뉴욕의 대표격인 레코드 두 곳을 경험하셨군요.
유 : 전체적으로 봤을 때 뉴욕 레이블이 저한테 더 많은 권리를 주셨다고 할 수 있어요. 일단 스티플같은 경우에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제가 완전 신인이기도 했기에 포기해야 할 것들이 조금 있었죠. 되게 명확한 가이드를 정해두었더라구요. CD 뒷면은 항상 그 레이블이 원하는 레이아웃으로 해야 되고, 폰트나 CD 디자인 같은 것도 제가 결정할 수 없었고, 라이너노트를 누구에게 받을 수 있냐 이런 식으로 약간 굉장한 가이드라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써니사이드에서는 앨범을 보내고서 거의 하루 만에 연락이 왔던 것 같아요. 음악이 마음에 든다 계약을 하자. 그리고 그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가 알아서 하게 놔두셨어요.
김 : 의외로 또 그런 산업적인 면에서는 유럽의 레이블이 더 깐깐한 모습을 보였네요.
유 : 그런것 같기는 해요. 근데 요즘 재즈 레이블들이 많이 없어지면서, 친구들이 인디 레이블을 통해 발매하는 모습을 보면 각기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김 : 그러면 뮤지션으로서 ‘이런 식으로 프로모션 하라’는 전략 같은 것도 제공을 하나요?
유 : 너무 없어서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네임 벨류는 확실히 있지만 인디 레이블 같이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거나 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요즘은 앨범 발매 전에 싱글도 하나씩 드롭하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션이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도 그런 걸 되게 잘하는 편은 아니라서 거의 명함같은 느낌이죠. 스티플 체이스예요, 써니사이드예요 하면 한 번은 봐주시니까.
뉴스레터 독자들에게만 공개합니다! 유지니아 & 전송이의 스탠다드 연주 'I Though about You'
김 : 끝으로 곧 한국 공연이 있을텐데,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이 어떤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지 살짝 언급해주신다면요.
유 : 제가 원하는 부분은 큐레이터의 마음으로 같이 음악을 소개하고 같이 공감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미술관에 걸려있는 모던 아트나 그림을 잘 볼 줄 모르지만, 스토리도 좀 알게 되고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되면 개인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해’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나의 음악을 큐레이터의 마인드로 소개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저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하모니를 듣게 되면 인간의 식스센스가 반응하면서 공감이 형성된다고 믿거든요.
김 : 맞아요. 그곳에 함께 하는 관객들은 분명히 느끼죠.
유 :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고 믿어요. 한 공간 안에서 재즈 연주자들이 영감으로 하나되어 즉흥 연주를 펼치고, 교감을 하고, 그 에너지가 움직이면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앨범 제목인 'So We Speak'의 의미를 한국말로 풀어보자면, "우리들의 이야기" 정도로 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제대로 해보겠다는. "한번 들어보실래요?" 이런 의미로 쓴 제목이기도 해서, 이번 투어를 통해 잘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편집 후기
제가 이 트리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연 보컬리스트 전송이님의 소식으로부터였습니다. 1년에 한두번즘 한국에 오시긴 하지만, 앨범이 나오고 투어가 진행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기에 깜짝 놀랐죠. 그런데 소식을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지니아님께 메일이 왔습니다. 9년만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여러 컨택 포인트를 찾고 계시다고요.
마침 저 또한 뉴스레터에 실을 텍스트 인터뷰는 처음 해보는지라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빠르게 일정을 잡아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인 생각도 작년에 유럽 투어를 하면서 많이 바뀌었는데, 그 과정이 유지니아님의 변화 과정과 흡사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저도 그 당시에 뭉게뭉게 피어나던 생각들을 베를린에서 만난 전송이님과 많은 대화들로 구체화 했었거든요.
미리 들어본 음악의 여운이 꽤 길게 남아있습니다. 유지니아님의 피아노 터치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했기에 명료하고 클리어하며, 송이님의 보컬은 언제나처럼 강한 확신으로 힘있게 뻗어나갑니다. Yuhan Su님의 비브라폰은 그 모든 것을 Wrap Up 해주는 따뜻한 장치로 작용하구요. 곡의 구조나 멜로디가 명료해 따라가기 어렵지도 않습니다. 분명 좋은 감상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국에서 보기 힘들 수도 있는 이 공연에 함께 해보세요 ! 서울, 세종, 대구,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는 이번 투어는 각 베뉴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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