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종달리 탐방기 下 + Q&A 공지

종달리의 하루코스를 여기서 정해보세요

2022.02.20 | 조회 462 |
2
|

제주 한 잔

매일 자정, 제주 한 달 살이를 같이 하게 됩니다.

18일에 갔던 종달리 탐방기를 이제야 작성한다. 上편이 있으니 下편으로 마무리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또 한 번 더 종달리를 다녀왔다. 가고 싶었던 곳을 구석구석 다녀왔으니, 종달리에서의 일상을 한 번 공유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을 예정이다. 

제일 마지막에는 Q&A 질문을 받는 링크를 마련해두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 있을 예정. 그런데 "얘는 대체 뭔데 질문까지 받겠다는 거임?"하면... 조금 슬플지도. 각자의 마음 속으로만 해주세요.

 

일출을 보긴 했었는데요

아침 7시의 풍경이 맞다
아침 7시의 풍경이 맞다

이제까지 일출을 몇 번 보려고 7시에 일어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흐린 날씨 탓에 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일출이 될 거 같아, 7시에 일어나고자 하는 결심을 가까스로 지켰는데 사진과 같은 풍경이 있었다. 이게 일출 맞나? 내가 상상한 거와 좀 다른데...  어김없이 구름이 가득 낀 풍경에 새벽의 파랑이 한 줌 더해졌을 뿐이다.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일출을 보지 못하다니. 이 풍경을 보자마자 그냥 바로 잠에 들었다.

 

1시에 먹는 브런치 : 릴로

수비드 비프 타르틴 & 감자수프 &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비드 비프 타르틴 & 감자수프 & 아이스 아메리카노

1시에 도착했지만 어쨌든 브런치입니다. 런치는 런치니까요. 원래 웨이팅 있을 정도로 맛집이라는데, 다들 아침 일찍 줄을 서나보다. 나처럼 느긋하게 가면 자리가 남는다. 테이블 자체가 네 테이블 정도밖에 없더라. 주인분은 프랑스 유학 중에 제주도로 여행을 갔고, 이때 종달리를 보고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여 프랑스 가정식 브런치집을 차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하나로는 부족할 거 같아서 감자스프를 시켰는데 내 오산이었다. 하지만 시킨 나, 칭찬해. 부드러운 감자에 후추향이 더해져서 프랑스의 맛이 느껴졌다. (한 번도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는 나.) 특히나 바게트 위에 올려진 저 햄이 직접 12시간 동안 숙성을 시킨 거라고 메뉴판에 나와있었다. 어쩐지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딱 담짠담짠(담백&짠)해서 최고의 맛이었다. 제주도에서 프랑스를 즐길 수 있는 마법의 공간이다.

 

종달리 벽화 탐방

종달리의 벽화는 동네에 맞게 꽃이라는 공통된 테마를 가지고서 그려졌다. 똑같은 그림체와 깔끔한 단색과 포인트가 되는 꽃들. 그리고 꽃 사진뿐 아니라 종달리만의 귀여움을 담은 벽화도 중간마다 숨어있다.

초록과 흰색의 조합. 백합 벽화
초록과 흰색의 조합. 백합 벽화
보라색과 파란색의 조합 어떤 미술 천재가 이렇게 깔끔하게 했지?
보라색과 파란색의 조합 어떤 미술 천재가 이렇게 깔끔하게 했지?
가장 예뻤던 수국 벽화
가장 예뻤던 수국 벽화
종달리 약도! 카카오맵 없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마도)
종달리 약도! 카카오맵 없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마도)

 

가장 책 읽기 좋은 마을, 종달리

종달리에는 책방이 두 개가 있다. 무인 서점으로 운영하는 '책약방', 그리고 꽤 커다란 규모의 독립서점인 '소심한 책방'이다.

책약방에 있는 일기장의 정체는 사실 방명록
책약방에 있는 일기장의 정체는 사실 방명록
내 방명록이 적혀 있는 노트
내 방명록이 적혀 있는 노트

일기장이 테이블에 가득 올려져있길래,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건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행객들의 방명록이었다니! 조금 충격적이다. 그러면 나도 써야지. 위 사진에서 나온 노트에 내 방명록을 담았다. 여행객이 노트를 여기 책약방에서 구매해가지고 여행객을 위해서 노트를 내어준 것이다. 구매자분이 첫 페이지에 인삿말과 연락처를 남겼다. 마지막 페이지를 쓰게 된 사람이 이 연락처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감사하겠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이 노트가 다 채워질 순간을 나도 같이 기대하게 될 거 같다. 방명록이 적혀 있으니 혹시라도 제주 여행을 하다가 보면 인사해주기를!

책약방에서 열심히 방명록을 쓰는데 한 부부가 들어왔다. 갑자기 나한테 인사를 하길래 '여기 책방 주인인 줄 알았나?' 싶어 얼떨떨하게 있었다. 덩달아 인사하면 오해할 거 같아서 묵묵히 쓰기만 했다. (인성 버림) 대화를 살짝 들어보니 동네 주민인 듯 보였다. 그때 나에게 말을 걸면서 아래의 책을 주셨다.

사라져가는 오름들의 기록
사라져가는 오름들의 기록

그 부부는 알고보니 이 팜플렛을 직접 쓴 사람이랬다.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책약방에 무료로 배치하는 중이라고 한다. 명함도 같이 받고 말았다. 나중에 연락할 일이 있다면 좋을텐데. 오름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라, 오름이 사라져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었다던 그 분. 요새따라 자연과 계속 얽히고 있다. 자연을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자연을 기록하고, 지키고, 보호하고. 이런 주제들이 계속 내 삶과 연관이 되는 듯하다. 우연이 계속되면 호기심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이것도 어쩌면 하나의 복선일까.

종달리 746 : 북카페
종달리 746 : 북카페

소심한 책방에서 책 두 권을 샀다. 이유리 소설가의 <브로콜리 펀치>와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이다. 이 책들을 읽기 위해서 종달리 746이라는 북카페에 들렸다. 여기는 노트북도 금지이고, 대화도 아주 소곤소곤한 소리로 해야 한다. 통화도 밖에서 해야하는, 오로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이런 북카페의 수익은 어느정도일까? 사람들이 과연 많이 찾을까? 종달리라는 동네와의 시너지가 잘 작용해서인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서울에서 과연 이런 북카페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오로지 책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게 아쉽다.

 

혼술 하기에 딱 좋아 : 종달리엔심야식당

미리 예약하고 가지 않으면 금방 자리가 차는 '종달리엔심야식당'에 가게 되었다. 종달리 소품샵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바로 옆을 지나치게 되었다. 원래는 집에 가서 남은 재료로 냉장고 털이를 할 계획이었는데, 혼술에 대한 욕구가 막 솟아올랐다. 바로 인스타 DM으로 연락했다. 4시 30분 즈음이었다. 

나 : 혹시 1인 자리 남아있나요?

종달리엔 : 1인 자리 5시 30분에 있어요~

한 시간 전에 예약 성공! 한 시간 동안 소품샵이나 더 구경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5시 30분 타이밍에는 나랑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그분도 혼자 온 여행객이었다. 종달리엔심야식당 1인 테이블 좌석에도 방명록이 있길래 열심히 적었다. 나의 흔적을 여기저기 남기고 있다.

달고기 튀김 소자 1인 세트
달고기 튀김 소자 1인 세트

종달리에는 혼자 오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를 따로 판매하고 있다. 나는 달고기 튀김 소자만 시켰다. 배가 엄청 고프지 않았기 때문. 여기 온 사람들은 오뎅을 꼭 먹으라고 한다. 가격대는 좀 있는 편.

뼈까지 튀겨버려서인지 머리뼈나 지느러미도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숟가락 두개로 머리뼈를 눌러서 바사삭하게 잘게 부수고 간장에 찍어먹으면 된다. 머리뼈를 얼추 먹었으면 튀김 아래에 있는 연하고 부드러운 살을 먹으면 된다. 튀김 자체도 맛있지만 이 부드러운 살이 혀에서 살살 녹아가지고 정말 추천한다. 간장소스 역시도 짠 편이긴 하지만 하이볼과 함께 넘겨주니 적당하게 중화시켜준다.

토닉하이볼과 우롱하이볼을 마셨다. 우롱하이볼은 단맛이 전혀 없어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우롱차에 그대로 알코올맛이 나는 편. 알코올 있는 차를 마시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차가운 숭늉? (숭늉처럼 고소한 맛은 덜하다.) 먹을 만은 했으나 토닉 하이볼이 아직은 더 내 취향인 듯 하다.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도전해보기를!

 

추가부록

종달리 소품샵 목록

- 필기 : 미리 예약하면 아날로그 글쓰기인 타자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조용히 책 읽기도 가능하다. 1시간 30분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밖에도 각종 연필이나 지우개와 같은 문구 제품이 있는 기념품샵

- 근자C가게 : 종달리의 다른 가게들과 가장 동떨어져 있어 애매하다. 하지만 걸어가면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마지막이나 처음 코스로 잡기를 추천한다. 빈티지 인테리어 소품샵이다. 캔들, 그릇, 손수건, 브러시 등 다양하게 판다.

- 달리센트 : 인센스 전용 기념품 샵이다. 인센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려봐도 좋을 거 같다.

 

약간 무서웠던 벽화(?)

산뜻한 벽화에 그렇지 못한 '주의'
산뜻한 벽화에 그렇지 못한 '주의'

이 주의 대체 뭔데...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MBTI 유형 중 N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다고 한다. N 유형 답게 이것저것 추리 스릴러물을 상상하다가, 결국엔 아무 것도 아니겠지~ 라는 결론으로 넘어갔다.

 


Q&A 공지

앞으로 마지막 날 전까지 Q&A 칸을 맨 밑에 넣으려고 합니다.

한 달 살기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이 있거나, 아니면 이 에세이 메일링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 분들은 부담없이 질문해주세요. 물론 그것과 상관없이 아무거나 말하셔도 됩니다(?)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싶은 마음이라서 해봅니다...! 제주도 살기 꿀팁이나,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거나 마음껏 말해주세요. 마지막 특집 때 모두 답해줄 예정이랍니다!

큐앤에이 바로 가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제주 한 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김하물

    0
    about 2 years 전

    아니 브런치 왤케 예브냐? 막 미국같고 그러네? 종달리는 희정 덕분에 첨알았슈! 너가 예쁜 곳 많이 둘러보고 배고프지 않게 다녀서 참 좋다 대리만족.., 나도 제주 ~~

    ㄴ 답글 (1)

© 2024 제주 한 잔

매일 자정, 제주 한 달 살이를 같이 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