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만 아는 사람

2026.08.14 |
성수동 카페 '쎈느'에서
성수동 카페 '쎈느'에서

오늘 저녁에 혼자 성수동에 다녀왔습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지피티가 가보라고 한 연무장길을 걷고, 그 길에 있는 카페 ‘쎈느’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있다 나왔습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지피티와 대화하며 냅킨에 이런저런 메모도 했습니다.

 

저는 오래된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지만, 요즘은 과거의 저를 모르고 지금의 저만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카페에 같이 간다면 함께 먹는 커피와 디저트의 맛에 관해, 그날의 날씨에 관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과 우리가 있는 공간, 함께 먹는 음식, 눈앞에 놓인 사물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요.

 

요즘은 사람과 대화할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의 신상에 관해서는 잘 묻지 않습니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같은 것들이요. 그런 정보가 함께하는 순간을 흐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고픕니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던 내가 이렇게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게 당황스럽고 낯섭니다.

 

그래도 이제는 이런 마음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조금 다가가보려고 합니다. 제가 정말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거는 제가 낯설고 이상하면서도, 어쩌면 그런 제가 꽤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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