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도 호소인도 모르는 부산과 대구의 유래

말투로는 전혀 티가 안 나지만(진짜요!) 저는 경상도 출신입니다. 태어난 곳은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경남 고성(강원도 고성 아님)이고요. 지금도 부모님 살고 계신 본가는 거창(고창 아님)이지요. 호소인 아니냐는 비판을 듣곤 하지만 사투리는 저의 모국어가 맞습니다 맞고요...

서울 깍쟁이들이야 경상도 하면 딱 두어 곳 떠올리지요. 부산 혹은 대구입니다. 사투리를 쓰면 다 부산에서 왔느냐, 대구에서 왔느냐고 하기 마련이고요.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요상한 사투리에 사람들을 욱여 넣고는 합니다. 경상도 출신의 설움이랄까요? 억울하긴 하지만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대구와 부산, 두 지명의 유래에 대해 알아봅니다. 언젠가는 꼭! 고성과 거창에 대해 다뤄볼 겁니다!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두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대구
2️⃣ 부산

1️⃣ 대구: 넓은 벌이었는지, 닭의 벌판이었는지?

대구의 옛 이름이 '달구벌'이라는 걸 아는 분들은 많을 겁니다. 달구벌을 비롯해 달구화, 달벌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는데요. 삼국시대 신라 때부터 달구벌이라 불리던 지금의 대구 지역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에 '달구'에서 음차(음을 그대로 가져와 유사한 음의 한자로 표기하는 방식)한 '대구'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이중 대표격인 달구벌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뉩니다.

① 넓은 공간을 의미하는 달達과 벌판을 의미하는 벌伐이 합쳐져 지어진 이름
② 달이 경상도 사투리로 '닭'을 의미하므로, '닭이 많은 벌판'이라는 뜻

대구에 있는 '달성'이라는 지역도 아마 '달구성'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죠. 그러고 보니 대구에 '치킨'이 유명하다지요. (멕시카나치킨, 교촌치킨, 땅땅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처갓집양념통닭 등이 대구 출신(?)이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닭이 많던 벌판이어서였을까요? 이 지역에서 과거부터 섬기던 동물이 닭이었을 수도 있다는 학자들의 접근도 꽤나 흥미로웠습니다만, 아래 영상인 '치킨의 기원'도 꽤 재밌으니 시간이 되면 살펴 보셔요.

2️⃣ 부산: 부산은 대체 어느 산인가?

대한민국 제2도시의 위엄을 자랑하는 부산이지만, '부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얼마 안 됐습니다. 조선 성종 때에 이르러서야 부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 지역은 과거에 '동래'로 불렸거든요. (지금도 '동래구'라는 지명으로 남아있는 이 이름의 유래는 다루기가 꽤 복잡해 궁금하신 분만 (여기)를 눌러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부산釜山이라는 이름은 '가마솥 처럼 생긴 산'이라는 의미인데요.  이 산이 어떤 산을 일컫는 것인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부산은 동평현에 있다. 산이 가마솥 모양과 같아 이렇게 이름지었다. 그 아래가 바로 부산포다. 상주하는 왜인들이 있다. 북쪽으로 현과 거리가 21리다”라는 기록이 나오거든요.

가장 유력한 설은 바로 '증산설'인데요. 임진왜란 이전의 기록을 참고했을 때 이 증산이 부산이라는 이름으로 묘사됐다는 주장이 있고요. 또 하나의 유력설은 '자성대산설'입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 근대 개항장 부산에 대한 일지 형식의 기록인 <해은일록(海隱日錄)>에서 '자성대가 곧 부산'이라는 문구가 확인된 건데요. 증산설이 우세했다가 반박 증거들이 나오다 보니, 아직 학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합니다. 괜히 흥미롭네요!

두 산이 워낙에 가까운 곳이라 더 큰 오해가 생겼던 것 같은데요. 또렷한 기록이 적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때로는 명확하지 않은 게 더 큰 상상을 만들기도 하죠. 지명의 매력은 여기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오늘의 지명 복습

대구: '넓은 벌' 혹은 '닭의 벌판'이라는 뜻의 달구벌을 한자로 바꾼 이름.
부산: '가마솥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 어떤 산이 부산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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