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께 궁금한 것은

2024.03.12 | 조회 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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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타인에게 진실로 궁금한 건 요즘 맛있게 먹은 아이스크림은 무엇인지, 이맘때쯤 다녀오기에 좋은 여행지는 어딘지, 최근에 들은 중 감동적인 이야기는 무엇인지 등입니다. 수치화해서 나타낼 수 있는 것 중 그 어떤 것도 타인에게 진실로 궁금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의 대다수는 수치화된 뻔한 이야기들입니다. 요즘 거리에 어떤 꽃이 피어있고 동네 놀이터 어디에 그 꽃이 소담스레 피어있다는 이야기말고요.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의 대다수도 그렇습니다. 누가 무엇으로 얼마를 벌었고, 누가 어디에 다니면서 무엇을 준비하고.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하는데 혼자서만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누군가의 잘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상황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별 수 없습니다. 마음이 작아서 이런 얘기를 듣고도 그저 넘기는 게 아니라 나 역시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 있는지 주머니를 마구 뒤지는 것이죠. 저 또한 여기서 벗어날 수 없듯이, 누군가 전해 듣는 제 이야기는 대다수가 그러한 것들이겠죠.

이런 데 염증을 느끼다가도 뻔한 이야기 외의 것을 하기엔 피곤합니다. 아무래도 그런 뻔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쉬운 것들이잖아요. 별로 생각하지 않고도 나열할 수 있어서요. 우리가 남들과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러한 것들을 궁금해 하지 않는 남들 때문이 아니라, 정작 스스로와도 그런 얘기를 충분히 하지 않는 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중에 학교를 다니니 평일 낮의 서울을 볼 일이 많습니다. 다들 어디론가 이동하기에 바쁜 평일 아침과 밤의 서울만 보다가 어쩐지 한적한, 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서울을 보니 낯섭니다. 어색함이 싫지는 않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하려다가도 당장 배가 고프니 오늘 구내식당 메뉴판만 보게 되네요. 얼른 가서 밥이나 먹고 일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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