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 2주차의 소회

2024.03.15 | 조회 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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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로 개강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신입생이 된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지난 첫 주가 지나고, 과연 내가 이것을 2년 동안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득 찬 첫 주말도 보내고, 어떻게든 하기는 하겠구나 싶은 2주차입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우선 대학원은 다같이 '졸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가는 만큼 서로 돕고 돕는 분위기가 잘 돼 있습니다. 덕분에 이것저것 자료들을 받으면서 걱정했던 것의 절반은 덜었습니다. 또, 너무 어려워서 걱정했던 과제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또 하나의 걱정을 덜었습니다. 남들은 잘 따라가는데 혼자 못 따라가는 거면 너무 슬프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다들 비슷한 고충을 안고 있는 거니까요.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은 묘하게 위안이 됩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제가 쉬는 시간 없이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을지, 에 대한 걱정도 덜었습니다. 일단 생각보다 아침에 시원한 산 공기 맞으면서 출근하는 게 엄청난 힐링이고요. 저녁에도 맑은 공기 마시면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세미 등산을 해서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 잔잔한 행복입니다. 사람이 좀 차분해집니다. 어제는 한 선배와 저녁을 먹었는데 MBTI가 ENFP라는 말에 놀라시더군요. 되게 차분해서 I인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침착맨의 뒤를 잇는 차분걸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대학원의 긍정적인 효과로, 회사 일이 좀 더 좋아집니다. 제가 진짜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1학기 동안 수학 공부 얼른 끝내고 2학기부터 논문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분명 고등학생 때까지는 수학을 제일 좋아했는데 대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목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요. '이걸 어디에 쓰는지'를 몰라서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논문을 보면서는 지금 배운 모델을 어떻게 적용할 건지 알 수 있을 테니 마감 끝난 평일에는 논문을 찬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마감이 끝나고 나면 중간고사 기간이 돌아옵니다. 저는 큰 걸 바라지 않습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문제의 7할 이상만 맞히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큰 거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죽을 것처럼 괴롭지는 않고 은은한 행복감과 은근한 괴로움이 왔다갔다합니다. 그리고 기숙사 생활은 꽤나 즐겁습니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좋네요. 또 뭐가 있을까요. 아직 제가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순간들 오고... 동시에 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또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기대감들도 더해집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일상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제가 가진 꿈과 결이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밖에 나가서 말하려면 A부터 Z까지 말해야 해서 대충 덮어 놓고 말하는 것들을 a만 얘기해도 Z까지 아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언젠가의 미래에도 이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확신도 들고요. 확신이라기보다는 바람이라고 정정하겠습니다. 다소 외로울 수 있는 길이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과연 1학기가 끝날 때즈음 이 글을 보는 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여전히 고개를 끄덕일지 혹은 치를 떨고 있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모를 일이지만은 이왕이면 전자기를 바라봅니다.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말 날씨가 좋대요. 바깥 공기 담뿍 쐬는 주말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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