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저는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바로 '오펜하이머'인데요. 전 한때는 영화 리뷰 계정을 운영할 만큼 영화에 진심이었지만 현실을 핑계로 영화에서 눈을 뗀지 오래 됐습니다. OTT도 구독하는 게 하나도 없고 간혹 영화 요약 유튜버들이 알려주는 영화만 슬쩍 봤을 뿐이죠.
몇 시간 동안이나 외부와 단절돼서 콘텐츠 하나만 보고 있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그럴 여력도 없었네요. 핑계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올 봄 전주에 영화제 보러 다녀오니까 또 좋긴 하더라고요. 가을에 부산국제영화제도 별일 없으면 보러 가려고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날 잡고 영화를 보는 건 괜찮은데 일상 중에 하루 보고 오는 건 왜이리 부담스럽던지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우르릉쾅쾅 하는 영화가 아니라 잔잔하고 오직 사람들의 대화로만 구성되는 영화들이라서 더 그런 것도 같아요. 영화관보다는 컴컴한 방에서 혼자 보는 게 더 나은 영화들이요.
사실 그런 영화들도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기는 해요. 방보다는 더 집중해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거든요. 혜화에서 살 때에는 근처에 소규모 독립영화관들이 있어서 종종 찾았었는데 이사오면서는 근처가 너무 도심이라서 잘 안 가게 되기도 했네요.
그러다가 무슨 변덕이 끓어서 요즘 가장 이슈인 오펜하이머를 보러 갔을까요. 그것도 개봉 당일에 맞추는 정성까지 들이면서요. 우선 유튜브에서 너무 많이 보였습니다. 무려 알쓸별잡에서는 놀란 감독을 직접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침착맨도 궤도와 함께 오펜하이머에 관한 영상을 찍었더라고요. 핵 개발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큰 관심이 없었겠지만 그 너머 오펜하이머의 인간적인 고민들이 담겼다는 이야기를 보고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화요일,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이나 되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결론은 너무너무 재밌게 보고 왔어요. 음향이나 그런 것을 크게 신경 안 쓰고 그냥 집 바로 앞에 있는 영화관에서 봤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네요. 스포는 없으니 걱정마세요. 연출이니 구성이니 더 얹을 말 없이 그냥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두고 오가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예컨대 무슨 양자역학 기초 책을 보고 가면 더 재밌다거나 맨해튼 프로젝트 문서를 읽고 가야 이해가 간다는 말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 불만이 더 컸습니다. 애초에 대중을 겨냥한 콘텐츠인데 콘텐츠 감상전 따로 '공부'를 필요로 한다면 그 콘텐츠는 썩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알면 좋지만 몰라도 감상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관계성을 알면 재미있겠지만 몰라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저는 유튜브로 오펜하이머 보러 가기 전에 보면 좋은 영상 한 두가지를 라디오처럼 듣고 갔는데 그것만 해도 충분했습니다. 모르고 갔다 해도 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것도 재미겠더라고요.
생각보다 3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놀랐네요. 이번에 보고 나니까 영화관에 자주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잡념없이 영화에만 집중하니까 좋더군요. 사실 잡념이 들긴 했어요. 휴전국의 국민으로서 전쟁에 대한 생각이 이래저래 든 게 가장 컸네요. 아참, 그리고 요즘 다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대사가 많은 영화다보니까 영어 듣기 공부를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말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재미있게 봤나보네요. 구독자님도 요즘 볼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추천드리겠습니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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