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으로 성격을 알 수 있다고?

구독자님, 기억하시나요. MBTI 성격검사로 사람 유형을 나누기 전에 혈액형이 있었습니다. A형, B형, O형, AB형 4가지로 사람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판단하는 대표적인 비과학이죠.

제 기억 속에는 초등학생 때 되게 유행했었습니다. A형은 소심하다, O형은 다혈질이다 등등 스테레오타입을 정해뒀었죠. 처음 본 사이에 혈액형이 무엇일 것 같냐는 질문을 들으면 아주 긴장됐습니다. MBTI는 그래도 사람의 장점을 좀더 부각해서 기억하는 반면 혈액형은 단점이 훨씬 극명했거든요. 앞에서 제가 말한 A형과 O형의 스테레오타입만 봐도 그렇죠. AB형은 사이코다, B형은 변덕스럽다? 등도 있었네요.

그래도 (당시 기억으론)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본인 혈액형을 추정할 때, 듣기 좋아하는 것은 O형이었습니다. 혹은 보여지고 싶어하는 혈액형은 AB형일 경우도 많았네요. O형은 성격이 좋다는 것 때문에, AB형은 독특한 천재라는 이미지 때문일까요?

하지만 혈액형과 성격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완벽한 오류입니다. MBTI는 정확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성격이나 유형을 임의로 검사한 것이지만 혈액형은, 말 그대로 혈액의 유형입니다. 성격적인 면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죠. 물론 MBTI나 혈액형이나 똑같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그거나 그거나 싶겠지만요😅

저는 어릴 때부터 혈액형이 말도 안 된다고 믿었습니다. 저희 집 식구들은 모두 같은 혈액형이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면도 많거든요. 애초에 전 세계 인구 수가 60억 명이 넘어가는데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갔고요. 당초 혈액형 성격론은 1900년대 초 인간의 유전형질을 선별하고 개량해 인류의 유전적 품질을 높이겠다는 우생학을 기반으로 발전하기도 했고요.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혈액형 성격론은 전혀 믿지 않지만 이상하게 저를 아는 사람들은,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제 혈액형을 맞히더라고요. 혈액형을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누군가 제 성격을 보고 제 혈액형을 알아맞히니 황당하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제 편지를 쭉 받아보신 구독자님은 혹시 감이 잡히시나요?

저는 B형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다들 왠지 그럴 것 같다네요. B형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지 검색을 해봤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아무튼 혈액형을 안 믿는데도 불구하고 제 성격을 보고 혈액형을 맞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의아할 따름입니다. 다음부터 누군가 혈액형을 물어본다면 완전히 반대되는 스테레오 타입의 혈액형을 답하기 위해 A형이라고 답해야겠습니다. 어차피 수혈해 줄 거 아니면 제 혈액형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