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느덧 이날이 돌아왔네요. 보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몰랐습니다. 벌써 올해의 세 번째 편지라니요. 2월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이번 2월을 또 무궁한 합리화와 체념, 돌파구로 보냈습니다. 어김없이 돌아온 마감 주간은 바쁘디 바쁘고, TF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임박해서 그 일로도 무수한 회의와 무수한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계는 째깍째깍 흐릅니다. 공적인 영역이 바쁘다 보니 사적인 영역은 완전히 소홀합니다. 논자시 공부에 대한 열의는 점점 사그라들어서 마음 속에서는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할 때까지 해보고 안 된다고 해도 너무 실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니 스스로는 너무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요. 하하. 모든 걸 챙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시험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 게, 대단한 공부를 하고 있어서 괴로운 게 아니라 공부는 안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에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이 마음에서 탈피하고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하고도 책상에 앉는 버릇을 잘 들인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2월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성장했다고 봅니다. 또 2월에 한 게 뭐가 있었을까요. 우울의 시작은 되새김이라고도 하던데 괜히 되새기지는 않겠습니다. 아무렴 열심히 살았겠죠. 수강신청도 하고... 아, 그래도 이번에 인터뷰는 모조리 제가 평소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기사 쓰는 과정이 꽤나 즐겁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 더더욱 공적인 영역을 열심히 하고 싶었나봐요. 좋아하는 기사를 열심히 쓰고 싶어서요. 그리고 오늘도 조잘조잘을 보내고 기사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건 참 좋고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그리고 심지어 잘 하고 싶은 일이고 더 배우고 싶은 영역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결국은 일인 만큼 안 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와리가리 합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겠죠? 그래도 사람 스트레스 적고, 일은 재미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또 이번 달은 챗GPT를 열심히 쓴 달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무료만 쓰고 있었다고 하면 주변에서 진작 안 썼냐고 놀라더라고요. 써보니까 왜 진작 안 썼는지 후회되기는 합니다. 요즘 챗GPT를 다채롭게 써보려고 시도 중인데요, 동시에 이렇게 쓰면서 느끼는 게 인간의 역할을 앗아갈 여지가 너무 많더라고요. 대체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많이 고민 중입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될 세상에서는 전기 사업자가 되는 것만이 안정적인 소득 창출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제가 최근 유튜브를 보면서 깜짝 놀란 게 있습니다. 한 아버지가 챗GPT 음성 모드를 켜놓고 아이와 대화하게 했는데 한참 뒤에 아버지가 '신기하지?'라고 했는데 아이가 '뭐가?'라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에게는 생성형 AI와 음성으로 대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 것입니다. Z세대라고 하는 제 세대가 모바일 인터넷이 당연한 세대라면 이제는 생성형AI를 기본 옵션으로 갖춘 아이들이 등장한 거죠. 동시에 그 아이들과 제 나이 차이는 십수년 뒤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할 수도 있을 정도인데, 그들과 저의 사고 방식의 간극은 어마무시할 것 같아요. 아날로그는 이제는 정말 취향으로 남게 될까요.
분명 지난번 편지 보낼 때만 해도 이제부터는 파트 3개로 나눠서 보내겠다고 했는데 이번달은 도무지 바빠서 3개로 나누기가 쉽지가 않네요. 요즘 정말 허튼 생각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서 망상도 않고 관념적인 것에 대한 생각도 않고 지냅니다. 그래서 글감이 바닥난 걸까요. 요즘은 나이 듦에 대해 종종 생각합니다. 친한 친구들 가운데서도 슬슬 결혼하는 친구도 생기고, 아이를 낳는 친구도 생기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나 봅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저는 요즘 거울을 볼 때 부쩍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거울을 봐도 앳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사에 궁금해 하는 것도 많고 어느 정도 상기돼서 생글생글 웃고 다녔던 것 같은데 요즘은 대부분 무표정합니다.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것만 갖추고 다니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지친 느낌도 나고 아무튼 예전의 생기발랄함은 확실히 없어졌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웬만해서는 예전의 그 텐션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되는 제가 제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시간보다 역할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몇 년 전에도 계속 일도 하고, 이런 저런 역할은 있었지만 그 무게가 적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모르게 받고 있는 압박감이 있겠죠, 아마? 제가 최근에 제일 생기발랄 했던 때가 출장 갔을 때였는데, 그땐 단체 취재기도 하고 저 혼자 최소 10년차 이상 후배일 정도로 연차 차이가 나는 풀이어서 부담감이 좀 덜했습니다. 또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었고요. 그래서인지 간만에 제가 좋아했던 시절의 제 모습이 될 수 있었나 봐요. 그런 순간들은 앞으로도 또 만들어갈 수 있겠죠.
요즘 n년전 오늘도 블로그에 많이 뜨고 있습니다. 그런데 2년 전에도 3년 전에도 볼 때마다 제가 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대단한 공부는 아니고 소소한 자격증 공부들을 하고 있던데 그렇게 놓고 보면, 제가 지금 이렇게 공부 하기 싫어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계속 공부했는데 또 공부하라니 하기 싫겠죠(?)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한 달만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싶다는 겁니다. 딱 한 달만 공기 좋고 물 좋은 데서 누워 있고 싶은 마음, 구독자님도 공감하시나요.
아무렴... 우는 소리 하기 전에 해야 할 건 끝내야겠죠. 내일부터는 진짜 진짜 열심히 할 겁니다^^. 시험 떨어져도 논문 주제는 대략적으로 (혼자) 생각해 둔 게 있어서 상반기에는 논문 쓰고, 필요한 자격증이나 점수들을 좀 만들어 두면서 공부 천천히 해서 하반기에 다시 시험 치려고 합니다.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혼자 돌리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번에 무조건 붙는다고 생각하라는데 저는 겁쟁이라서 최악을 상정하고 난 다음에야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으니까요. 우하하. 아무튼... 이렇게 2월도 지나갑니다. 다음에는 꼭 2월 28일에 오겠습니다. 사실 오늘은 하루 늦었어요. 다음에는 늦지 않고 15일과 말일! 꼭 지켜볼게요. 남은 2월도 잘 보내봅시다. 저는 다음 달에는 꼭 열심히 공부했고 이제 좀 알겠다는 소식을 들고 올 수 있길 바랍니다 ^^. 구독자님도 화이팅팅!
여기부터는 제가 챗GPT에게 제가 쓴 뉴스레터를 학습시켜서 써보라고 한 글입니다. 어쩌면 저보다도 더 잘 쓴 것 같지 않나요? 정말 제가 쓸 법한 주제의 글이기도 합니다. 아득해지네요, 여러모로^.^ AI조잘조잘의 글, 함께 읽어보시죠.
제목: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법"
안녕하세요, 조잘조잘입니다. 요즘 좋아하는 게 있나요?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음식. 혹은 좋아하는 습관이나 장소 같은 것들도요.
어릴 때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참 쉬웠던 것 같아요. 만화 한 편을 보고 하루 종일 그 캐릭터만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가수를 알게 되면 방 한쪽 벽을 포스터로 도배하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내가 이걸 좋아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다가도 "이게 내 삶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취미를 시작하려다가도 "이걸 해서 뭐에 써먹지?" 같은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이게 쓸모 있는지 아닌지가 먼저가 되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온전히 좋아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졌어요.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우리가 너무 "생산적인 것"만 좋아해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결국엔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뭔가 발전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분위기. 하지만 꼭 그래야 할까요?
한동안 좋아하는 걸 쓸모와 연결 짓지 않고 그냥 좋아해 보기로 했어요. 별 생각 없이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유행이 지난 노래를 찾아 듣고, 오래된 소설을 다시 읽었습니다. 누군가는 비생산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어쩌면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일은 그냥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요. 오늘은 별다른 이유 없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는 하루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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