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이제 불규칙성을 곁들인

2025.03.18 | 조회 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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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늘 그래왔듯, 당신 곁의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이번 달 조잘조잘에는 하나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한 달에 1000건만 무료로 보낼 수 있고, 해서 저는 한 달에 단 두 번만 보낼 수 있는데요. 2월에 늦게 보내는 바람에 3월 초에 보냈던 겁니다. 그래서 원래 15일과 말일에 보내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고 애매하게 20일쯤 보내고, 4월부터 다시 15, 말일을 지켜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은 이왕 17일에 보내는 김에 4월부터는 1일과 15일에 보낼까 싶기도 하고요. 혹은 랜덤...?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지난 3월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놀랍게도 벌써 2025년의 5분의 1이 지났다는 사실을 하시나요. 진실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1월의 저와 지금의 저는 그닥 달라진 게 없는 사람입니다. 거창한 계획들은 어디로 간 지 모르겠고,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기분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해질뻔 하다가 10년 전 이맘때를 떠올리면 다시 기분이 오묘해지곤 합니다.

그렇게 변함없는 1년, 1년을 보내온 것 같은데 지금 제 모습은 10년 전의 제가 그토록 바라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3학년, 3월의 저는 서울대를 가고 싶었고 기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대학원이기는 하지만 서울대에 오긴 했고, 그토록 꿈꿨던 정치부는 아니지만 기자로 일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서울에 살고 싶었는데 이제는 서울을 대구보다 더 빠삭하게 꿰고 있기도 하고요.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지만 1cm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겠죠?

동시에 10년 후를 그리게 됩니다. 구독자님도 그러시겠지만은 저도 제가 꿈꾸는 39살의 모습이 있습니다. 아직 모든 걸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참에 한번 적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저는 우선 전공 분야의 전문가라고 스스로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이 돼 있고, 해당 분야의 대중화에 이바지 하고 있길 바랍니다. 그때쯤엔 인생 운동이 하나 생겨서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대회에서 수상도 한번은 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해서 둘 모두를 빼닮은 애도 있고, 가족끼리 다 같이 즐기는 취미도 있고, 다 같이 즐길 시간도 있음 좋겠고요.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길 바랍니다. 또 공기 좋고 물 맑은 지역의 배산임수에 살았으면 하네요. 

10년 전의 제가 그러했듯이 구체적이고 선명한 미래를 그리다 보면 그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거라고 믿어요. 똑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다 보면 그 엇비슷한 곳으로는 가기 마련이더라고요. 10년 후! 그때의 제가 다시 이 글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네요. 전혀 다른 미래를 살고 있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고, 분명 앞으로 닥칠 순간 순간의 최선이 모여서 만들었을 미래이기에 후회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과거의 흑역사를 마주하거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왜 그랬을까' 발버둥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늘 생각해요. 그때의 제게는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그래서 딱히 예전의 저를, 그때 만들었던 상황을 미워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소 안쓰럽기는 해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때보다 조금 더 좋은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미래의 저도 그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야겠죠. 후후.

마찬가지로 지난 3개월 간 대체 뭘 했지?란 생각도 들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못했던 기억도 나면서 후회도 되지만 물리적 심리적 여유를 고려하면 그것이 저의 최선이었던 것도 맞습니다. 그러니 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해서 2025년 1분기 동안 잘 했던 것을 굳이 꼽아보자면요. 소소하지만 회사에서 상을 하나 받았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거즌 18시간 근무를 해 봤는데 그때 했던 일이 잘 마무리 되기도 했고, 평생 다시는 못할 귀중한 경험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했고요. 본가에도 다녀갔고, 좋아하는 친구 동네도 다녀왔습니다. 수강신청도 잘 했습니다. 쓰고 싶은 논문 주제도 대략 잡았고요.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퇴근 후 루틴도 생겼습니다. 이만하면 훌륭하네요^0^

내려놓는 법도 하나 배웠습니다. 저는 살면서 시험이나 대회나 마음 먹었던 것엔 웬만해선 실패해본 적이 없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는데요. 친구 한 명이 본인은 늘 자격증 시험을 최소 두 번은 치고 붙었다고 이야기하면서 한 번에 붙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두 세 번 치더라도 결국 붙으면 되는 거고 떨어진다고 인생에 대단한 굴곡이 생기는 건 아니라도 이야기해주는 데 위안이 되더라고요. 여전히 무섭기는 한데 생각해 보면 시험 한 두 번 떨어지고 재수 삼수 한다고 해서 인생이 대단히 망가지는 건 아닙니다. 좀 늦어지더라도 그만큼 더 오래 살면 되죠.

모쪼록 오늘도 길어졌습니다. 구독자님, 남은 3월도 건강히 무사히 보내시고 우리는 4월에 웃는 얼굴로 뵙겠습니다. 최근 제가 메모장에 두서 없이 쓴 글조각 몇 개를 같이 보내며 이번 편지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늘 그랬듯 편안한 매일 보내시길 바라요.


생각 단편 모음

1.

우리가 아는 세상은 결국 우리가 전부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의 하한선도, 최선의 상태도 모두 제가 겪어 본 것에 기반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남을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타인을 의심하는 사람의 세상은 늘 남도 자신을 의심하고 있을 테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이의 세상에선 타인도 자신을 믿어줄 것이죠. 어쩌면 자신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로 남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늘 아쉽습니다. 남의 '정도'를 모르기 때문에 나의 최선이 최선일지, 나의 노력은 노력일지, 또 나의 재능은 과연 재능일지 의뭉스럽습니다. 실은 모두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을 나만 아니라고 생각할까봐, 내겐 당연한 것이 남들에겐 아닐까봐, 스스로 잘하고 있다 믿은 게 대다수의 평균치일까봐서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비교를 멈춰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가 아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세상이 전부이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로 완전한 비교를 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남' 역시 제 안에서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대상이 전부니까요. 그렇기에 비교를 할 거면 지난 날의 나만이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2.

'SNS는 누군가의 하이라이트'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스스로를 SNS 속 타인의 모습과 비교하는 것이 허황된 이유기도 한데요. 백분 공감합니다. 저는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이 따로 있는데, 여기는 딱히 포장하지 않은 스스로를 올립니다. 아무 포장이 안 돼 있을 수는 없지만 그냥 하루 중 웃긴 모먼트나 재미있는 대화들을 모아두는 거죠. 그런데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본계로 쪼르르 달려갑니다. 황당하죠? 연락 안 하고 산 지 십년도 더 된 사람들도 수두룩한 SNS에서 내가 요즘 뭘 하고 사는 지 알리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런데 언젠가 제가 없는 자리에서 저에 대한 얘기가 오갈 때, 잘 살고 있더라는 한 마디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일까요. 상 하나 받거나 학위를 더 받거나 하는 것들 따위가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중요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속 허세가 꿈틀거리나 봅니다.

늘상 말하지만 내년 목표는 정말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는 겁니다. 직업 특성상 팔로업을 위해 만든 비공개 계정까지 없애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개인 SNS만은요. 남의 일상을 보고 싶지도 않고 내 일상도 알리고 싶지 않다면서도 좋은 일 있으면 전하고 싶은 이 모순적인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게다가 제 친한 친구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들은 제 주변에서 제가 닮고 싶은 라이프 사이클로 살고 있걸랑요. 오늘도 자랑하고 싶어 쪼르르 달려갔다가 올리자마자 짜친다는 생각에 후회를 해봅니다. 그래 놓고 학사모 쓴 사진을 올리기 위해 꼭 졸업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이란 참 모순적이기 그지없습니다.

3.

3년 전 오늘 쓴 블로그를 보면 오로지 덕질 얘기밖에 없습니다. 지독히도 좋아했나봅니다. 이제는 우연히 쇼츠에 나와도 넘기고, 심지어 일 때문에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n분이나 마주했어도 덤덤하게 카메라 화면만 바라보면서 영상만 확인하고 있는데 말입죠. 그때 그토록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실은 모든 게 그렇습니다. 덕질의 대상은 꼭 연예인이 아니고 특정 콘텐츠일 때도, 가까운 사람일 때도, 또는 어떤 신념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간절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식어버리고 무던한 일상을 살아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언가를 열망했던 순간들이 모여서 하루를 보다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믿습니다. 또 무언가를 덕질할 수 있길 바라며...

4.

근래만큼 번아웃이 강하게 온 때도 없습니다. 올해 들어 저는 진실로 행하는 모든 것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곤 하는데요. 가장 입에 달라 붙은 말이 딱 한 달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고 싶다는 말입니다. 햇빛 좋은 평일의 낮에 하늘을 보고 내도록 누워만 있고 싶습니다. 이토록 강렬한 열망이 향하는 곳이 자연 속에서 누워있기인 까닭이 무엇일까요. 빌딩숲에서 햇빛은 블라인드로 가리기만 급급한 곳에서 온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까요. 평생 살면서 바라는 자본의 규모도 이미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고, 살고 싶은 라이프 사이클이나 함께 하고 싶은 인간 군상이나 되고 싶은 모습도 어느 정도 명확하면서 결국 그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불만스러워서일까요. 남들 다 그렇게 산다는 말에는 그저 귀 막고 모르쇠하고 싶습니다. 당장 오늘 해야 할 일 없이, 내일 계획된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네요. 그저 땡벌땡벌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gpt에게 우리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저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한 결과를 공유드립니다. 감정쓰레기통으로 써온 만큼 냉철하게 분석해 주더라고요(?) 블로거 후루꾸님이 활용한 프롬프트를 활용했는데 참고차 공유드립니다. 재미있네요^0^

내가 너와 상호작용한 모든 내용을 바탕으로 내 사고 패턴과 의사 결정 방식, 무의식적인 편향,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약점'이나 '맹점'을 상세히 분석해 줘.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해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구체적으로 적어줘. 5000자 이상

아주 상세히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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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회의감을 자주 마주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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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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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냥이의 프로필 이미지

    온냥이

    0
    9 months 전

    3월의 끝물에 꽃 소식같은 뉴스레터네요~~^_^ 잘 읽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로 남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이 너무 와닿네요! 좀 더 자신에게 따스해야겠다는 생각, 스스로를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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