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12분의 1 지점에서 보내는 편지

2025.01.31 | 조회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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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늘 그래왔듯, 당신 곁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랜만입니다. 지난 1월 잘 보내셨나요? 어쩐지 조잘조잘을 주 5일에서 월 2회로 바꾸고나자 구독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연유일까요? 알 수는 없지만 즐기려고 합니다. 혹시 오늘 편지로 처음 저를 만난 분이라면 반갑습니다, 구독자님. 물론 오래 만나셨더라도 반갑고요. 최근에 늘어난 분들이 좀 계셔서 짧게 제 소개를 드리자면, 글이 좋아서 글밥 먹고 살고 싶어서 기자로 근무하다가 돈 받고 쓰는 글이 아니라, 제 맘대로 쓰는 글이 쓰고 싶어져서 3년째 조잘조잘을 보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주 5일 쓰다가 올해부터는 뉴스레터 플랫폼의 정책이 바뀌기도 했고, 저도 대학원 졸업반이라 바쁜 관계로 타이밍 좋게 월 2회 무료 플랜으로 보내게 됐습니다. 내년에 좀 여유로워지면 다시 주 5일이나 못해도 주 1회로 바꿀지도 모를 일입니다. 월 2회의 편리함에 반해서 이대로 계속 할 수도 있고요.

매일 쓰던 것을 월 2회로 바꾸니까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도 고민이더군요. 평소처럼 일상이나 단상을 쓸지,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쓸지 등등. 그런데 후자로 쓰자니 너무 공이 많이 들어가서 제가 조잘조잘을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아니라 노동으로 느낄 것 같고 전자를 쓰자니 월 2회인데 너무 허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은 3단 구성입니다. 우선 지금처럼 가볍게 지난 2주 간 제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쓰고, 요즘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서도 좀 쓰고, 마지막에는 해보고 싶었던 실험적인 것들에 대해 쓰는 식으로요. 사진일기도 될 수 있고 퀴즈 만들기도 되고 문답도 되고요. 참고로 오늘은 문답을 할 예정이랍니다. 하하하. 참고로 이 내용은 쓰다가 날아가서 제가 똑같은 내용을 두 번째 쓰는 중입니다.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데 중간에 삼성노트 업데이트가 될 수 있나요. 붐따입니다.

초중고 친구가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해서 회사 간식 나오면 종종 이렇게 콩 한쪽도 나누곤 하는데 호두과자를 열심히 포장해온 모습이 귀여워서 한 컷 찍었습니다.
초중고 친구가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해서 회사 간식 나오면 종종 이렇게 콩 한쪽도 나누곤 하는데 호두과자를 열심히 포장해온 모습이 귀여워서 한 컷 찍었습니다.

요즘 저는 여전히 평온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의 디데이를 정하고나면 적어도 그 시기까지는 해당 목표와 무관한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가진 파이 중 너무 큰 부분을 특정 파트가 차지하고나면 나머지 것들은 제가 원래 신경써야 하는 가족이나 친구, 재테크 등으로 채워지고 그 외의 것들은 정말 고려할 여유가 없걸랑요. 그래서인지 외부의 신경쓸만한 요인들이 그리 오래 시간과 마음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것들에 '글쿤' 하고 넘어갑니다. 물론 그러한 외부 요인과 관련된 사람들 앞에서까지 너무 무덤덤하게 행동하는 건 딱히 좋지 않습니다. 해당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 앞에서 무던한 태도를 취한다면 즉시 '이상하다'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쉬우니까요. 동조와 모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나를 너무 확고하게 정해놓고 나머지 것들은 불필요하다는 식의 태도가 그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태도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하하.

작년에 길 가다 본 가게 출입문에 붙여진 글... 올해부터는 00년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네요.
작년에 길 가다 본 가게 출입문에 붙여진 글... 올해부터는 00년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네요.

거시적인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미시적인 것들에는 지극히 무관심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부터 내내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해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연기가 탄로나서인지 이제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조차 안 들어서인지 이제는 다정함이 아니라 무심함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은요. 남의 얘기가 궁금하다면 해당 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대변할 수 있는 특성, 예컨대 연령이나 성별, 성향 등을 통해 범주화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 듣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내적으로 쌓은 데이터가 특정한 선을 이룬다면 나름 합당한 인사이트라고 생각하고 내면의 선입견만 공공해지겠죠. 즉 아무 의미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삶의 태도가 상당히 오만하고 마치 자신이 뭐 되는 마냥 사고하고 어떻게 보면 선민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너무 오래 살아서 다른 식으로 사는 법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래나 저래나 마음은 평온한 가운데 고민의 요소가 있다면 머리스타일입니다. 지금 갈색 머리를 하고 있는데 뿌리염색이 너무 귀찮아서 다시 확 덮고 싶다가도 왜 갈색으로 염색했는지를 다시 떠올려보면 망설이게 됩니다. 유전의 힘으로 갈수록 늘어날 새치를 숨기고 싶기도 하고 검은색보다는 갈색이 어울리기도 하고요. 연휴에 미용실이 열어서 다행입니다. 사람을 달로는 보내면서 머리카락을 왜 두피에서부터 갈색으로 나게 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아쉽네요.

통영에서 본 귀여운 작품. 작품명은 '친구'라는 점이 이 작품의 귀여운 재미요소입니다.
통영에서 본 귀여운 작품. 작품명은 '친구'라는 점이 이 작품의 귀여운 재미요소입니다.

연휴에 공부한다는 핑계로 고향에도 안 내려갔는데 정작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스스로의 잉여력을 테스트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터치드 콘서트도 다녀오고 친구 집에도 다녀오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뿌염도 하고 연휴의 마지막 밤에 한 잔도 하며 즐겁게 보냈습니다. 가족이랑도 거즌 하루에 한 번 영상통화하면서요. 바뀐 머리 최초 공개도 했습니다. 오직 부모님만을 위한 쇼케이스.

그런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1월 31일입니다. 6일이 이렇게나 눈 깜빡할 새에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지내보니까 느낀 게 제가 아무래도 잉여력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하루종일 누워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최소 한 달은 집밖에 안 나가고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해보고 하는 말이려나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시켜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쉬는 날 없이 쭉 달려야겠지요... 심지어 이제 논문자격시험도 50일 안팎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수능 디데이도 이만큼 떨리진 않았던 것 같은데요.

제가 이번 시험을 (공부는 안 하면서) 왜 이리 긴장하고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에 하도 공부하는 척을 해놔서 그런지, 이렇게 떠들고 다녔는데 막상 시험에 떨어져서 얌전히 재시험을 볼 제 모습이 상상돼서 슬픈 것 같아요. 말로는 시험 또 보면 되지 해놓고서는 그렇게나 공부한다고 설쳐놓고 시험에 떨어지면 내가 얼마나 바보처럼 보일까!?하는 걱정인가봐요. 남들은 남의 삶에 그닥 관심 없다는 걸 알면서요. 충격요법으로 제 머릿속에는 이미 두 번째 시험에 붙고, 1학기에는 얌전히 논문 쓰는 스스로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붙으면 오히려 좋아고 떨어져도 밑져야 본전이니 평온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로는 자꾸 평온, 평온하지만 실은 겉보기에만 평온이고 물밑으로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백조가 떠오르네요. 폭풍같은 내면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삶이란... 피로하군요.

아무튼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제가 월 2회 보내면서 너무 길게 써서 구독자님이 끊어 읽으시다보면 2주 내내 읽으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럼 한 번 쉬었다 읽으실 수 있게 우선 일상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2월도 화이팅, 화이팅 !! 겉보기에라도 마음 편안하게 보내봅시다.

길가다 본 귀여운 간판. 생보리뽁음.
길가다 본 귀여운 간판. 생보리뽁음.

죽음에 대하여

제가 요즘 종종 하는 생각은 제 삶의 마지막에 대한 것입니다. 우울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삶도 죽음도 늘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자주 상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는 죽음도 상상하고요.

도의적인 것이나 법적인 것 등등 모든 걸을 차치하고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저의 마지막은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의 실족사입니다. 주변 몇몇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약간 돌아버린 것이냐는 질문으로 돌아와서 구독자님께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긴 하네요.

아시다시피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돌발상황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요. 그래서 사실상 말이 실족사이지 실족사를 위장한 자살을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이 아흔쯤 되고 삶에 미련이 없을 만큼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놓은 상황에서요. 적어도 죽을 장소와 날짜만큼은 제가 정하고 싶은 마음이죠. 이왕이면 좋아하는 장소에서 괜찮은 날씨에 죽고 싶어서요.

당연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나이아가라 폭포나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깎아내린듯한 절벽에서 제가 그러한 선택을 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관광을 온 사람들에게 그토록 민폐일 수도 없고, 수습하러 외국까지 와야 하는 가족들과 현지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에게도 엄청난 폐를 끼치는 것입니다. 혼자만 준비를 한 죽음이고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더더욱 갑작스러운 충격이 클 것인데 저는 그러한 충격을 굳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욱이나 마지막의 순간에 주고 싶지도 않고요.

또 제 나이 아흔이 다 돼서 그런 산악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 미래의 제 자녀들의 반대도 클 거고, 요즘은 다 관광화돼서 입장조차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노약자 출입금지라고요. 어찌저찌 통과해서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막상 가보니까 더 살고 싶어져서 절대 죽기 싫은데, 하필이면 미끄러운 신발을 신고 오고 신체도 노쇠해서 더 살고 싶은데 못 내려가고 전전긍긍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죽음을 상상해보긴 합니다. 친구에게 88살쯤에 같이 위험천만한 산지로 슬리퍼 신고 다녀오자하면, 그날인줄 알라고 말을 해놨습니다. 대문자 E로서 혼자 죽기는 무서워서 이왕이면 같이 떠나자고(?) 했는데 우선 거절당했지만 88살까지 1년에 한 번씩 권유해 보겠습니다. 농담입니다 ^ ^

아무튼 제가 숫자 8을 좋아해서 88살에 죽고 싶기는 해서, 87살까지 열심히 살고 88살에는 한달에 하나씩 정리하고 차분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장소도 가고 음악도 듣고 사람도 만나고 아쉬울 것 없이 다 해 보고 떠나고 싶습니다. 현실로는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로만 시간을 가득 채우다보니 삶이 너무 살만해서 더 살고 싶어져서 욕심낼지도 모르지만요.

죽음에 대해 유달리 많이 생각하는 까닭은 최근 나름대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면서, 만약 이러한 시기에 내게 죽음이 찾아오면 너무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미래를 보며 살고 있는데 데드라인이 얼마 안 남았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입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바빠도 잠은 잘 자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운동도 해야 합니다. 적어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요인들을 못 챙겨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결론은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합니다. 우하하. 구독자님은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2024년 연말 문답

구정이 지났으니 이제야 진짜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연말 문답을 해보겠습니다. 싸이월드 시절에는 이런 문답을 즐겨했는데 안 한지도 오래 됐네요. 질문에 다 답하지는 않고 5개만 골라서 해보겠습니다. 그냥 일기쓰듯 말투도 편안하게 쓰겠습니다. 구독자님도 한번 해보시면서 2024년을 돌아보는 시간 가지시길..^^

오늘의 긴 편지도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1월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벌써 2024년의 12분의 1이 지났다니! 8분의 1지점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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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나에 대한 칭찬 세 개

- 해보고 싶은 것들을 모두 시도해본 것

- 새로운 일들에 잘 적응한 것

- 지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꿈을 품은 것

2. 올해의 나에게 아쉬웠던 일

- 시도는 했으나 지속적이지 못한 것

-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 것

- 취미 붙일 운동을 못 찾은 것

3. 올해의 음식

- 유부초밥... 원래 유부초밥을 좋아하지만 올해는 진짜 유부초밥 = 소울푸드 수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유부초밥이었음 적어도 올해만큼은. 유부초밥 맛집도 많고 마트에 파는 유부초밥도 맛있는 동네에 감사를.

4. 올해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채널과 이유

- 찰스엔터. 여자대통령이란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님. 브이로그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 찰스엔터 브이로그는 재미있게 봄. 영상 속에서 보이는 사람이 무해하고 그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과 일상을 살고 있어서 공감하며 볼 수 있었음.

5. 올해 제일 좋아했던 노래

- 터치드 하이 불리. 올해 첨 알게 된 밴드인데 오랜만에 다시 밴드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날 정도로 열심히 들음. 하이라이트나 럽이댄 같은 다른 노래도 다 좋았지만 하이 불리를 제일 많이 들은듯. 반복듣기 해도 질리지 않음. 한창 좋아할 때 콘서트 신청해놓고 막상 날짜 가까워지고는 마음이 예전만하지 않아서 그냥저냥 그랬는데 콘서트 다녀오고 다시 마음이 불타오름. 다녀와서는 피아니시모가 너무 좋아서 내내 들음. 터치드 콘서트는 매년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김. 조윤민은 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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