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은 것들은 쉽게 휘발되고 말아서

2024.04.24 | 조회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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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은 꾸준히 기록하시는 게 있나요. 꼭 글이 아니어도 사진, 영상, 하다 못해 인스타 스토리 등 기록할 방법은 많습니다. 저는 계속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록의 실효성에 대해선 가끔 의문을 품고는 합니다.

무언가를 남김으로써 그때를 떠올릴 수는 있지만, 또 현실을 잘 살아가다 보면 굳이 과거를 떠올릴 여유가 없을 때도 많습니다. 지금이 바쁜데 예전의 것들을 다시 꺼낼 필요에 대해서도 가끔 의구심이 듭니다. 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기록 때문에 다시 떠올릴 때면 괜히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괜한 감정이 극대화된다거나, 스스로를 지나치게 연민한다거나, 왜곡이라 생각도 못한 왜곡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인간은 아무도 볼 수 없는 일기장에도 온전한 속마음을 적지 않는다고 할 만큼 심연의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내 모습이 썩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여나 남에게 보일까 걱정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제 아무리 솔직하게 적었다고 하는 글조차도 각색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가끔 과거의 글을 보다 보면 이때의 내가 과연 정말 그렇게 생각했나, 의구심이 들곤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말하면 괜찮아 보일 것 같아서 쓴 글들도 무수하겠죠.

기록의 단점에 대해 말하라면 계속해서 말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록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겹겹이 쌓인 거짓 속에서도 나만은 알 수 있는 진실을 남겨두고 싶어서일까요. 어쩌면 그 진실을 숨기기 위해 덮은 거짓을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는 알량한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일까요. 혹은 그렇게 쓴 거짓이라고 해도, 완벽한 거짓이 아니라 마음에 한 톨쯤 있던 진실에서 확대한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요.

그런 스스로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못내 붙잡고 있나 봅니다. 분명 기록했는데도 돌아봤을 때 기억나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았다면 어떤 것을 잊은지조차도 모를 테죠. 아무튼 간에 기록을 이어가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편지는 제가 써놓고도 돌아봤을 때, 이 주제를 왜 잡았는지 혹은 여기에 든 예시들은 과연 내 경험에서 비롯한 예시가 맞는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어쩌면 제가 아닌 '조잘조잘'로서의 페르소나가 보낸 글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보내는 이유는 그런 글마저도 제가 쓴 글이기 때문이겠죠. 구독자님, 이 글에 쓰인 한 톨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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