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사다난한 요즘의 마음

2024.12.17 | 조회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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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12월은 늘 싱숭생숭합니다. 한해를 돌아보면서도 다음해를 자꾸만 꿈꾸게 돼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하루종일 와리가리합니다. 늘상 그렇듯 미래를 다 정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왔다갔다 하는 연유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정해놓은 틀은 이제 더할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마치 수백 번 외운 면접 답변처럼 보지도 않고 줄줄 읊어댑니다. 오죽 읊어댔으면 이젠 저희 어머니께서 저보다도 더 잘 아실 지경입니다. 제가 설득을 빙자한 강요를 하도 했걸랑요. 오히려 제가 헷갈릴 때마다 너 이렇게 하려는 거 아니었냐며 말씀주십니다. 마치 챗지피티보다 더 정확합니다.

그렇게나 완벽한 계획을 세워뒀는데도 마음이 왔다갔다 합니다. 주저하는 이유는 계획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현재가 불만족스러운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제 제게 필요한 건 오직 인내뿐인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고역이기 때문일까요. 분명히 기다리면 언젠가 올 미래인데 당장 제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잠시간의 멈춤도 버겁나 봅니다.  혹은 언젠가 올 미래가 너무 완벽하게만 보여서 불완전한 현재가 불만족스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늘상 그렇게나 완벽한 미래를 꿈꿔온 저는 알고 있습니다. 계획 속에서 계획처럼 살아가더라도 또 예상못한, 어쩌면 예상은 했지만 그 강도는 훨씬 더 강한 난해함 속에서 괴로워할지 모른다는 것을요. 그래서 여기서 도피하기 위해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하고 꿈꾸며, 당장 오지 않을 시간만 무한히 그리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이렇게나 욕심이 많아서야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늘 궁금해집니다. 이는 제가 별나서 생기는 문제인지, 구독자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아가시는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에서 이같은 얘기를 딱히 터놓지는 않으니까요. 사실 저는 제 속마음이라거나 상황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를 솔직하게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약 80%의 진실과 20%의 거짓을 섞어놓기는 하지만요. 진실은 대부분 팩트이고 거짓은 대부분 감정입니다. 그 반대라면 영 거짓부렁이 되겠지만,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평가가 엇갈리나 봅니다. 20%의 거짓이 무엇인지 아는 주변인들은 제게 늘 차갑다는 말을 달고 살고, 20%의 거짓이 긴가민가한 사람들은 비교적 다정하게 봐주니 말이에요. 전 제가 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고, 뇌를 거치지 않고 입밖에 나오는 스스로의 말에 다소 놀란 경험이 있어서 전자구나 싶기는 합니다. 마치 가장 뜨거운 불은 파란색인 것 마냥 그정도의 스탠스입니다.

말이 길어지는 까닭은 마음이 불안할 때면 무엇이라도 쏟아내고야 마는 평소의 습성 때문입니다. 마감이 하루 남은 오늘 밤은 지지리도 길 것이고, 하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마음이 온통 쓰이는 곳 투성이라 걱정이 큽니다. 저는 부모님이랑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하는 편인데, 최근 제가 하고 있는 고민 한 가지를 풀어냈더니 제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의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듣고보니 그럴싸해서 그 방향도 좋겠거니 싶더라고요. 동시에 그렇게나 명확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두고도 마음은 왜 이리도 좌불안석인지요.

얼마전 원우들이랑 이야기를 하기를, 우리는 모두 정신과에 주기적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케일링도 반기별로 받고 건강검진도 매년 받으면서 정신건강은 왜 으레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놓치고 사냐면서요. 그러면서 한 친구가 병원을 가려고 했더니 예약이 한달 뒤에 잡혔다면서, 세상 사람들이 우리 빼고 다 야무지게 살고 있나 보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작금의 불안이 일상에 대단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늘상 세상을 복잡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복잡한 구성에 던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는 이 같은 성향의 근원이 궁금하기는 합니다. 가정환경이나 성장환경도 평온하기 그지없고 유전적으로 보더라도 부모님의 성향도 안정적이기 그지없는데 말입죠. 어딘가 이유가 있겠죠. 아무렴 이렇게 하고 싶은 것들을 머릿속으로 둥실둥실 띄우다가도 다 내려놓고 살고 싶기도 하고 , 그렇게 살면 성에 안 찰 스스로를 아니까 그러한 미래는 그저 망상으로만 내려놓고 또 살아갑니다.

그래서 요즘의 꿈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한국도 지구도 떠나서 미세먼지 없고 쾌청하고 인구밀도 낮은 어느 행성에 가서 어린왕자의 장미 마냥 오직 그 행성에서 나와의 시간과 추억만 주고 받은 미확인 생명체와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문장에서 거짓과 진실은 무엇일까요? 푸하항. 아무튼 오늘도 잘 보내봅시다, 구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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