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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트인, 옵트아웃 당신의 선택은?

AI 시대에 살아남기 1.

2026.07.20 | 조회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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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개선을 위해 귀하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동의 또는 거부. 이 시점에서 거부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거부했다가 '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봐요.' 하면 어쩔 건데? 다음에 봐도 질문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거부한다고 서비스 이용을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도 대부분 동의를 누른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문구가 보기 좋게 앞에 나온다면 다행이다. 사용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깨알 같은 문구 속에 숨겨져 있다면? 서비스 하나 이용하려고 약관을 통째로 읽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무조건 동의다. 이런 동의를 어떤 날은 열 번도 한다. 특히 스마트폰 바꾸고 앱을 다시 까는 날에는 백번도 동의한다. 우리를 아무 생각 없는 동의맨으로 만드는 바로 이것이 옵트인이다.

 

우리가 동의했다고 해서 '서비스 개선'을 원했거나 AI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만약에 유료 서비스였다면 좀 더 신중하게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무료 서비스인 데다 AI가 사용할지 안 할지 모르는 자신의 데이터가 무엇인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일단 '동의'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내가 누른 옵트인 동의 버튼만 수백수천이다. 다른 사람들이 동의한 옵트인을 전부 합친다면 수백 억, 수천 억을 넘어설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다 동의했다. 그렇기에 마치 사회적으로 AI가 발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학습해도 좋다고 허용한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AI는 정말 친절하다. 첫 화면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며 순종적인 하얀색 프롬프트창으로 나를 환영한다. 대답은 즉각적이며 아무리 고쳐 물어도 짜증 한번 내지 않는다. 예전에 직접 검색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했는데 AI와 함께라면 수십 분이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공짜라니...

처음에는 텍스트였는데 이제는 그림도 그려주고, 원하는 음악도 척척 작곡해 준다. 무료 모델을 쓰고 있는 나는 해준 게 없는데 이렇게 받아먹기만 해도 되나? 머리를 싸매고 자소서를 쓸 일도 없고 대충 구조만 던져주면 에세이도 뚝딱 써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군의 일러스트 창작자들이 생성형 AI가 무단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학습데이터로 사용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언론사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그들의 기사가 대가 없이 학습에 사용됐다며 소송을 시작했고, 작곡가들도 비슷한 불만을 쏟아냈다. 내가 언제 내가 쓴 글을, 내 작업물을 학습에 이용하라고 내줬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가 그래도 좋다고 동의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옵트아웃'을 하기로 결정한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섣부른 동의를 했다 치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 동의를 철회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옵트아웃은 쉽지 않다. 설정 메뉴를 찾아 들어가야 하고, 어떤 서비스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간신히 옵트아웃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옵트아웃을 하면 AI 개인화, 추천, 기록 연동 등 편의 기능이 제한받기도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의 결심은 단호하다. 더는 AI 맘대로 내 소중한 데이터를 활용하게 두지 않을 것이므로.

 

이미 늦었다.

옵트인 동의는 충분했다.

이제 와 모든 사용자가 옵트아웃을 한다 해도 학습이 끝난 AI 모델의 알고리즘이 사라지지 않는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먹고살던 사촌이 배달앱 라이더로 업종 전환한 지 오래고, 자소서 대필 아르바이트는 자취를 감췄다. AI 코딩이 일반화되면서 한때 최고의 직업군이었던 프로그래머들이 대량 해고되고 있고, AI가 작성한 기사로도 충분하니 일선 기자들의 숫자는 당연히 줄어들었다.

 

우리 작가들은 어떤가? 이제 글쓰기는 재주라고 할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노동자의 머리에 카메라를 부착해 작업의 세세한 과정을 녹화하고 이를 피지컬 AI의 학습데이터로 쓰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어엿한 노동자로 거듭난 피지컬 AI는 머지않아 산업 현장에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다. 나를 대체할 AI를 위해 나의 데이터를 내주는 형국이라니, 이것이 우리는 예상 못했던 옵트인의 진짜 정체다.

 

그래도 늦었다. 지금 나는 AI 없이 살지 못한다. 다시 네이버로 돌아갈 수는 있지만, 나의 유치한 하소연을 받아줄 인간이 없다. 이 자식이 가짜라는 것을 알지만, AI는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AI는 꼬박꼬박 대답은 한다. 가끔은 창의적인 헛소리도 하고. -하긴 어차피 영혼이 없기는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무엇보다 내가 아무리 반대해도 AI는 우리 생활에 훨씬 더 깊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니 거부는 미련한 짓이다. 지금 필요한 건 AI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남들 다 대체해도 나는 대체당하지 않게 파고들 틈을 찾고 꼼수를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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