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원문을 찾아볼 생각을 안 하고 대충 외롭더라도 혼자서 잘해라, 정도의 뜻인 줄 알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무소의 뿔이 뭔지 몰라도 '혼자서 가라'는 명확한 지침이 있지 않나.
무소는 물소가 아니라 코뿔소이고, '혼자서 가라'는 건 누가 뭐라 해도 내 고집대로 하라는 게 아니라, 집착을 끊고 수행에 정진하라는 뜻이었지만 이 역시 상관없다. 알아서 해석하는 것이니까. 점수 매기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일종의 주문이었다. 뭔가 마주하기 두렵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면 이 주문을 외웠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노라고. 나에게 닥쳐올 사건이 운명이든 내 선택의 귀결이든 간에 그것을 감당해야 할 주체는 오직 나뿐이고, 그러니 처연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었다.
힘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내가 아끼는 가족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련을 감당해야 한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라면 상관없다' '나는 감당할 수 있다'면서 주문을 외웠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노라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두려움을 이겨낼 방법은 없다. 이겨낼 수 없기에 두려움이니까. 떨칠 수 없어 두려움이다. 그게 두려움의 본질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두려움에 정면으로 마주 서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소 미련스럽게 보일지라도, 결코 당해낼 깜냥이 안된다는 것도 알지만 눈을 감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주문을 외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서 가라.
두려움에 정면으로 마주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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