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뭐지? 그리고 어떻게 하지?

분노와 충동성

내가 나를 제어하지 못할 때

2025.12.05 | 조회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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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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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가끔은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마음이 출렁일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은 누군가의 말이 스치듯 지나갔을 뿐인데,

갑자기 울컥 화가 올라와 목소리가 커지고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상대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반응했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날 밤, 부끄러움과 후회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지요.

그리고 돌아보니 이런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약속이 어그러지거나, 계획에 작은 변화만 생겨도

그 일이 ‘나를 무시하는 신호’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분명해졌습니다.

이 감정의 폭주가 바로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분노와 충동성’이라는 중요한 신호였다는 것을요.

오늘의 이야기가 여러분 각자의 마음을 살피는 데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2] 이해하기 – 조울증과 감정조절 시스템의 관계

 

조울증은 흔히 “기분이 들쑥날쑥한 병” 정도로 오해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깊은 뇌 감정조절 시스템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복합적 질환입니다.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뇌의 여러 회로가 정교하게 협력하며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반응입니다.

따라서 이 회로가 잠시라도 균형을 잃으면,

평소에는 그냥 넘겼을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감정 반응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실제로 Phillips et al.(2008, 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서는

양극성 장애의 핵심 특징을

“감정 과반응(emotional hyper-reactivity)과 전전두피질의 조절기능 저하”로 설명합니다.

즉, 감정의 가속페달은 지나치게 민감해지고

브레이크는 약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 왜 이렇게 예민해질까? –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조울증의 감정변동은 단순한 심리적 민감함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뇌 회로의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결과라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① 조증기 – 뇌의 가속페달이 바닥까지 밟히는 상태

조증 상태에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이로 인해 뇌는 마치 계속 ‘흥분 신호’를 받는 것처럼 과각성 상태가 됩니다.

Berk et al.(2007, Molecular Psychiatry)

조증 상태에서 도파민 시스템이 과활성화되면

위험감수 행동, 충동성, 과대평가 등이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말도

“나를 공격하는 것 같다”,

“왜 나를 무시하지?”

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되기 쉽습니다.

② 감정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전전두피질의 약화

우리 뇌에서 감정을 ‘멈춰 세우는’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전전두피질(PFC)입니다.

하지만 양극성 장애에서는 이 부위의 조절 기능이 흔들립니다.

fMRI 연구(Phillips & Swartz, 2014)에 따르면

양극성 환자는 부정적 감정을 처리할 때

편도체는 과하게 활발해지고

전전두피질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감정의 ‘브레이크’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③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는 이유

뇌의 경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편도체(amygdala)

양극성 장애에서 더 쉽게 과반응합니다.

그 결과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말을,

위협이나 무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Strakowski et al.(2012, Biological Psychiatry)에서

“양극성 장애 환자는 애매한 사회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한 내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 충동성과 분노 폭발의 주요 특징

감정 회로가 이러한 방식으로 불균형해지면

겉으로는 ‘성격 문제’처럼 보이는 반응이 나타나지만,

사실은 뇌 기능의 일시적 혼란이 그 배경에 있습니다.

1)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하고, 바로 후회가 따라옴

순간적인 폭발과 직후의 후회는

양극성 장애에서 매우 흔한 패턴입니다.

이는 “충동성 증가와 감정 조절 실패”가 동시에 일어나는 결과이며

실제로 Henry et al.(2001, Bipolar Disorders)에서도

조울증 환자의 충동성 점수가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가 제시됩니다.

2) 자기합리화가 강해지고, 타인을 탓하게 됨

감정이 이미 폭주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이 느리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잘못했어”라는 생각이 쉽게 자리 잡게 됩니다.

3) 내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움

조증기에는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고 확신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흐름이 방해받으면

‘통제 상실’처럼 느껴져 감정이 흔들립니다.

이는 Leahy (2011,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가 설명한

“통제 욕구와 인지적 경직성(cognitive rigidity)” 패턴과도 연관됩니다.

4) 말과 행동이 동시에 폭주하면서 실수가 커짐

조울증에서는 언어속도, 행동속도, 사고속도가 동시에 빨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말, 더 빠른 행동, 더 큰 실수가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 역시 Bauer et al.(2006)이 조증기의 “행동 활성화 증가”로 설명한 대표적 특징입니다.


💡 결론 – 이것은 ‘성격’이 아니라 ‘뇌의 혼란’입니다

이 모든 반응은 개인의 성격 때문도, 의지 부족 때문도 아닙니다.

뇌 회로가 순간적으로 과열되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의 자연스러운 증상’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지금 내 뇌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구나”

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접근입니다.

이해는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게 되면

내 감정의 폭주를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3] 마음약국 노트 –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줬어요”

어느 날은 친구가 제가 한 말을 잊었다는 말에 갑자기 격한 분노가 치밀어 “넌 날 무시하는구나”라고 말해버리기도 하고, 회의 중에는 제 의견이 묵살됐다는 느낌만으로 말을 끊고 소리치며 반응한 뒤 나중에서야 단순히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임을 알게 되는 일도 있으며, 그 순간에는 모든 감정이 진짜 같았지만 지나고 나면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이런 반응들은 많은 분들이 조증기나 혼재기에서 경험하는 분노 폭발과 충동적 행동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한 청년 조울러의 고백

 


[4] 회복 가이드 – 분노의 불씨를 다루는 기술

✅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조울증의 분노 폭발과 충동성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뇌의 감정조절 시스템이 과부하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과정은 감정 회복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아래의 세 가지 실천은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심리학 연구에서 실제로 증상 조절에 효과적인 전략으로 검증되어 있습니다.


1. ‘신호’를 알아차리기 — 감정 폭발의 ‘전조(前兆)’를 읽는 능력

분노는 갑자기 ‘뻥’ 하고 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직전에 신체가 먼저 위험 신호를 보내는 과정이 있습니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어깨가 굳고, 턱근육이 조이고, 손끝이 뜨거워지는 변화들이 그 신호입니다.

이것은 뇌의 편도체(amygdala)가 위협을 감지했을 때 활성화되는 스트레스 반응이며,

심리학에서는 이를 “신체 각성(physiological arousal)”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조울증에서는 이 각성 반응이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넘어갈 일에도 몸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지요.

✦ 왜 ‘신호 읽기’가 중요한가?

정서조절 이론에 따르면, 감정 폭발은 보통 아래의 과정을 거칩니다.

자극 → 신체 반응 → 감정 해석 → 행동

이 중 가장 먼저 일어나는 단계가 ‘신체 반응’입니다.

신체 반응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으면, 감정폭발로 이어지는 다음 단계를 진입 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 실천 팁

  • “지금 어깨가 올라갔다.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 “심장이 빨라졌어. 지금은 반응하기 전 단계야.”

이렇게 매 순간 신체의 변화를 말로 확인해주는 연습

뇌의 전전두피질(PFC)을 활성화해 감정 폭주를 억제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이는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MBCT)에서도 핵심 기법으로 사용됩니다.


2. 반응 전 5초 멈추기 — 전전두피질(PFC)을 다시 켜기

무언가를 말하거나 행동하기 직전, 5초간 멈추는 습관은 매우 작은 노력처럼 보이지만

제어력을 되찾는 데 탁월합니다.

조울증에서는 편도체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전전두피질의 판단 기능이 늦게 따라오기 때문에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고 생각은 나중에 돌아오는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때 5초 지연(delay)은 전전두피질이 개입할 시간을 벌어주는 과정입니다.

✦ 심리학적 근거

임펄스 컨트롤(충동조절) 연구에 따르면,

반응을 3~5초만 지연시키는 것만으로도 감정적 행동 확률이 50% 이상 감소합니다.

특히 감정 각성이 높은 상태에서는 이 지연이 명확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 어떻게 실천할까?

  • 속으로 “잠깐 멈춰”라고 말하기
  •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다 펴며 호흡 한 번 하기
  • 눈을 한 번 천천히 감았다 뜨기

5초의 틈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의 판단 시스템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에너지를 재배치하는 과정입니다.

즉,

감정의 가속페달을 떼고 브레이크를 되살리는 5초의 여유입니다.


3. ‘감정 따로 보기’ 연습 —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는 인지훈련

조울증에서는 감정의 강도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고,

그 감정이 곧 “사실”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 “저 사람이 답장을 늦게 한다 = 나를 무시한다.”
  • “회의에서 내 의견을 바로 안 받았다 = 나를 평가절하했다.”

이 과정은 인지적 융합(cognitive fusion)이라고 부르며,

감정과 생각이 얽혀 버려 판단이 왜곡되는 현상입니다.

✦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감정 따로 보기’

즉,

감정은 감정이고, 사실은 사실이라는 분리 작업입니다.

심리치료(특히 ACT, CBT)에 따르면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편도체의 과반응이 줄어들고, 사고의 유연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 질문 하나가 뇌의 균형을 되살린다

아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사실과 얼마나 일치할까?”
  • “혹시 감정이 확대 해석되고 있는 건 아닐까?”
  • “다른 설명은 가능하지 않을까?”

이 단순한 질문들은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고

감정이 내리는 왜곡된 ‘해석’과 거리를 두도록 도와줍니다.

“감정은 진짜지만, 그 감정이 설명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 깨달음이 바로 감정조절의 핵심입니다.

 


[5] 조우의 편지 – 당신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

 

그날의 당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겼을지라도 그것이 당신의 본모습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순간은 단지 감정의 회로가 과열되고, 뇌가 잠시 균형을 잃어 흔들린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이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무엇보다 회복 가능한 과정 속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조금씩 연습해나가는 우리의 의지이지,

 

죄책감 속에서 자신을 끝없이 깎아내리는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고, 이미 변화의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오늘도 그 가능성을 믿고, 아주 작은 걸음 하나를 함께 내디뎌봅시다.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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