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안녕하세요, 조이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의 첫 문장으로
‘재정적 피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이 이야기를 피하지 않아야
진짜 ‘복’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울증의 조증 시기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큰 재정적 후회로 이어질 수 있는지
미리 알고 있어야
피해를 막거나, 최소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장으로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사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생각은 곧
망상으로 이어졌고,
그 망상의 핵심은
“지금 내가 구상 중인 이 사업은
반드시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통해
창업과 관련된 사람들과
무작정 친구를 맺기 시작했고,
직접 만나자고 연락하며
사업 계획서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계획은 완성도가 낮았고,
저는 사업 경험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당시의 저는
이상할 정도로 자신만만했습니다.
조증이 오면
세상은 만만해 보이고,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다행이었던 점은,
그때 제 손에
큰돈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실 임대나
과도한 채용,
무리한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때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많았다면,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한순간에 모두 소진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상담하면서
당사자와 보호자분들이
가장 깊이 후회하고,
오래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바로
조증 가운데 발생한 재정적 피해입니다.
이미 소유한 아파트를 팔아
더 큰 집을 계약하려 하거나,
맹지를 사서
그 땅을 개발하겠다는
허황된 확신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왜 조증 시기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런 후회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불편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로요.
[2] 이해하기 – 조울증과 재정적 판단의 관계
💸 조증기 – 과잉 확신과 충동적 지출
조증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패턴을 경험합니다.
- 충분한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거나
-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거나
- “돈은 다시 벌면 된다”는 과도한 낙관주의에 빠집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확신의 과잉’입니다.
정신의학 연구에 따르면
조증 상태에서는
자기평가가 실제 능력보다 과대평가되고,
위험 인식은 현저히 감소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지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연구에서는
조증 상태의 환자들이
재정적 위험이 큰 선택을 하면서도
그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합니다. (Garcia et al., 2018)
이때 중요한 점은
이 선택들이 ‘성격 문제’나 ‘욕심’의 결과가 아니라
뇌 기능의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 뇌의 변화 – 충동 조절이 무너지는 구조
조울증, 특히 조증기에는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기능이 저하됩니다.
전전두엽은
판단, 계획, 충동 억제, 결과 예측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반면
보상과 쾌감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는 과활성화됩니다.
이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뇌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 “지금 당장 해야 한다”
-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 “잘 될 게 분명하다”
실제로 Biological Psychiatry 저널에 따르면
조증 상태에서는
전전두엽의 억제 기능이 약화되고
도파민 시스템이 과활성화되면서
충동적 결정과 과도한 자신감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Phillips & Swartz, 2014)
즉,
조증기 재정적 피해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브레이크를 잃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 우울기 – 후회, 죄책감, 그리고 현실 회피
조증기가 지나고
우울기가 찾아오면
문제는 다른 얼굴로 나타납니다.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돈보다 더 힘든 건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우울기에는
- 잃은 돈보다‘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자기 비난이 커지고
- 경제적 문제로 인해가족과의 갈등이 심화되며
- 현실을 직면하기보다회피하거나 무기력에 빠지기 쉽습니다
상담심리학 연구에서도
조울증 우울기에는
강한 죄책감, 수치심, 자기비난이 동반되며
이 감정들이 대인관계와 가족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설명합니다. (Gilbert & Irons, 2005)
이 시기에 가족이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추궁할수록
당사자는 더 깊이 움츠러들고
회복은 늦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당사자와 가족에게 꼭 전하고 싶은 관점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조증기 재정적 피해는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질환의 증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오랜 상처로 남는 말은
“그건 네 선택이잖아”라는 말입니다.
물론 선택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이루어진
심리적·신경학적 조건은
정상적인 판단 상태와 다릅니다.
그래서 회복의 첫 단계는
비난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 어떤 상태에서 특히 위험해지는지
- 다음 조증기에 대비해돈과 관련된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이 질문들이
비로소 회복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3] 마음약국 노트 – “돈이 너무 많이 나갔어요… 회복이 더디게 느껴져요”
조증 때는 돈이 더 이상 현실이 아니라 그냥 화면 속 숫자처럼 느껴졌어요. 카드를 긁으면서도 심장이 뛰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은 투자하는 거야, 내가 잘되면 이건 다 의미 없어져”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죠. 그런데 우울기에 들어오니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은행 앱을 여는 것조차 겁이 나고,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면 숨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병 자체는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는 걸 알겠는데, 남아 있는 빚과 생활비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마치 나는 아직 그 자리에 묶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회복이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멈춰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청년 조울러의 고백
[4] 회복 가이드 – 재정의 후폭풍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
회복은 늘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돈과 관련된 회복은
“완벽하게 고치겠다”보다
“흐름을 다시 인식하겠다”는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1. ‘지출 일기’ 쓰기
오늘 하루 얼마를 썼는지,
그리고 왜 그 돈을 쓰게 되었는지를 함께 적어보세요.
금액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입니다.
예를 들어
“피곤해서”, “괜히 기분이 올라서”, “안 사면 손해 같아서”
같은 말들이 반복해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이 쌓이면
내 소비가 언제 충동적으로 변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특히 위험해지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건 통제가 아니라 인식의 회복입니다.
2. ‘비상 버튼’ 만들기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한 번은 상의해야 할 사람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증이 의심되는 시기에는
혼자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나 말고 한 사람”을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안전장치입니다.
또 하나,
마음이 들떠 있을수록
결정은 하루만 미뤄보세요.
단 하루의 유예만으로도
충동의 파도가 지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3. 재정 회복의 계획 세우기
당장 쌓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좌절하게 됩니다.
재정 회복은
“지금 당장 갚아야 할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현실적인 예산을 다시 짜고,
필요하다면 금융 상담이나 가족 상담을
함께 병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건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전략입니다.
❗ 꼭 피해야 할 자기비난의 말들
- “내가 너무 멍청했어”
- “나는 항상 망치기만 해”
- “이제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야”
이 말들은 반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복을 막는 가장 강력한 독입니다.
☝️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
조울증의 특성상
이런 행동은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책임을 느끼는 것과
자신을 벌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책임은
“다음엔 어떻게 대비할까”로 이어지지만,
자기비난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회복은 처벌이 아니라
조정과 보완의 과정입니다.
🛠️ 실제로 도움 되는 도구들
- 지출 가계부 앱
- 예산 한도 설정 알림
-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공동 재정관리
회복은
완벽하게 통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질 수 있는 지점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한 가지부터
함께 시작해보셔도 충분합니다.
[5] 조우의 편지 – 돈보다 더 중요한 ‘회복의 중심’
조이 여러분께,
조증기 때의 선택을 떠올리면
잃어버린 돈보다 더 아프게 남는 건
“나는 왜 이랬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스스로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은 시간을 두고 다시 모을 수 있지만,
나 자신을 향한 신뢰가 무너지면
무엇을 시작하려 해도
첫 발을 떼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상처는
통장 잔고보다 훨씬 깊게 남습니다.
그런데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이미 다시 회복 중에 있습니다.
회복은 숫자로만, 속도로만,
경제적인 성과로만 재단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고
다시 정비하려 애쓰고 있다면,
그 마음 자체가
이미 회복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증거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더디게 가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삶은
얼마를 쓰고, 얼마나 가졌는지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자리에서
어떤 태도로 다시 살아내려 하는지가
우리를 설명해 줍니다.
오늘의 여러분이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조이 여러분의 오늘이
조금은 덜 무겁고,
조금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며
이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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