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뭐지? 그리고 어떻게 하지?

과대망상과 현실 왜곡

눈에 보이는 세상이 뒤틀릴 때

2025.11.28 | 조회 344 |
0
|
조우네 마음약국의 프로필 이미지

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첨부 이미지

[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 기분의 파도가 가장 높이 솟구쳤던 시간

조증의 중심에 서 있었을 때,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루 세 시간만 자도 멀쩡했고, 지하철 사람들을 바라보며 “왜 저렇게 수동적으로 살까?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나 같은데…”라는 생각까지 스쳤던 때였죠.

회의 자리에서는 끝없이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모두가 제 생각에 감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통장 잔고는 많지 않았지만, “이 일만 성공하면 곧 돈이 쏟아질 거야”라는 확신도 있었어요.


🌑 하지만 파도는 꼭 한 번 내려옵니다

그 과도한 확신은 며칠 뒤 우울의 문턱 앞에서 무너져내렸습니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였는데…”

조증의 과대감은 잠시 내 자존감을 부풀려주지만, 결국 더 깊은 현실감 상실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러한 감정의 파동이 어떻게 찾아오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흔드는지 함께 돌아보게 되실 겁니다.

여러분의 하루에 작은 이해와 위로가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2] 이해하기 – 왜 조울증에서 현실 감각이 흐려질까?

 

조증기의 과대감·왜곡된 판단의 신경생물학적 기반과 임상적 의미

조울증(양극성 장애)의 조증기에는 종종 ‘비현실적인 자신감’ 또는 ‘특별한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느낌이 강해지는데, 이를 임상적으로 과대망상(grandiose delusion)이라고 부릅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오해나 ‘자기 확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뇌 기능과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크게 흔들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1. 과대망상이란 무엇인가?

과대망상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확신, 즉 일반적인 경험·능력 범위를 넘어선 믿음을 말합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내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지금 엄청난 흐름이 오고 있다”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단순한 자기 긍정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DSM-5(미국정신의학회, 2013)는 과대망상을 “자신의 가치·능력·권력·지식·정체성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믿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양극성 장애의 조증 삽화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핵심 증상 중 하나로 제시합니다.


2. 조증기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현실 감각이 흐려지는 이유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 회로의 조절 실패(dysregulation)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2-1. 도파민 과활성(Dopamine Hyperactivity)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Lawrence et al., Brain, 2004)에 따르면, 조증기에는 도파민 경로의 과잉 활성이 특징적으로 관찰됩니다.

도파민은 동기화, 보상, 확신감, 위험추구와 강하게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도파민이 많아지면:

  • 사소한 생각도 “엄청난 영감”처럼 느껴지고
  • 어떤 판단이라도 “확실하다”는 강한 내적 확신이 생기며
  • 위험성과 현실성을 고려하는 기능이 저하됩니다.

이 때문에 ‘비합리적인 믿음’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기 쉬워지는 것입니다.


2-2. 전전두엽 기능 약화(Prefrontal Cortex Hypofunction)

전전두엽(PFC)은 인간의 ‘브레이크 시스템’에 해당합니다.

즉, 판단을 멈추고, 검토하고, 재평가하는 기능입니다.

그러나 조증기에는 fMRI 연구에서 전전두엽의 활동이 낮아지고(Strakowski et al.,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2005), 대신 정서 반응과 충동성을 담당하는 변연계(특히 편도체)의 활동이 더 우세해지는 패턴이 확인됩니다.

이로 인해:

  • 평소라면 걸러냈을 생각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고
  • “이게 맞는 판단인가?”를 체크하기가 어려워지며
  • 순간적 흥분이나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즉, 뇌의 가속 페달은 밟힌 채 브레이크가 약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3. 현실 검증 기능의 저하(Reality Monitoring Deficit)

2020년 발표된 메타분석(Olley et al., Bipolar Disorders)에서는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조증기에는 특히 ‘현실 검증 기능’이 약화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내 생각’과 ‘객관적 사실’의 구분을 어려워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조증기에는:

  • 표정이나 말투를 과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거나
  • 작은 신호도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느끼며
  • 주변의 우려를 “내 가능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3. 현실 감각이 흐려질 때 나타나는 행동 패턴

 

3-1. 평소 하지 않을 말이 튀어나오는 이유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약화되면, 평소에는 걸러냈을 말이 그대로 표현됩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고백, 사업 제안, 투자 약속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2.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이유

도파민 과활성은 “이건 반드시 성공한다”는 과도한 확신감을 강화합니다.

ADHD의 과각성 상태와 일부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조울증 환자에서 충동성 관련 신경회로가 함께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Swann et al., Biological Psychiatry, 2009).

3-3. 남의 표정·말을 잘못 해석하는 이유

정서 인식 기능(emotional processing)이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조증기에는 타인의 중립적인 표정도 “나를 인정해주는구나”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내 의지의 문제’나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뇌 회로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작동한 결과입니다.


4. 과대망상이 자주 나타나는 유형들

임상적으로 자주 관찰되는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종교적 과대망상

“신이 나를 특별히 선택했다.”

“나는 예언을 받은 사람이다.”

이는 도파민 과활성과 ‘의미 과해석’이 결합할 때 자주 나타납니다.

🔹 사업·재정 관련 과대망상

“곧 큰 투자금이 들어온다.”

“내가 지금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조증기에는 보상 예측 시스템이 과활성되기 때문에 현실적 근거가 없음에도 강하게 믿게 됩니다.

🔹 유명인·권력자와 연결됐다는 망상

연예인·정치인·기업과 자신을 연결 짓는 형태가 흔하며, 이는 ‘자기 중요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와 연관됩니다.


5. 왜 위험할까?

과대망상 자체는 ‘나쁜 생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면 다음과 같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주변과의 신뢰 관계 훼손
  • 가족 및 친구와의 갈등
  • 경제적 손실(과소비, 무리한 계약, 투자 등)
  • 직업적·사회적 기능 저하
  • 심각한 경우에는 안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

실제로 미국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Baldessarini et al.,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2010)는

조증기 과대감·충동성이 높을수록 재발률과 입원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6. 이해가 회복의 첫걸음

조증기의 현실감 저하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변화 + 인지 왜곡 + 감정 조절 실패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입니다.

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할수록:

  • 비난보다 이해가 가능해지고
  • 대응 방향이 명확해지며
  • 회복 과정에서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게 됩니다.

 


[3] 마음약국 노트 - "그땐 정말로 믿었어요."

 

그 시절의 저는 정말로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입사지원도 해본 적 없는 대기업에서 이미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확신했고, 머릿속에서는 그 회사 대표와 미팅을 하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까지 또렷하게 재생됐습니다. 어느 날에는 제가 적은 짧은 글 하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 거라고 믿어 며칠씩 잠도 안 자고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며 ‘이제 곧 세상이 바뀔 거야’라는 묘한 확신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뉴스에서 들리는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주는 신호처럼 느껴져 마치 모든 연결고리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지만, 그때의 저는 정말로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고, 그 세계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한 청년 조울러의 고백

 


 

[4] 회복 가이드 – 현실을 다시 찾기 위한 다섯 걸음

조증기 이후 현실감이 흐려지거나 생각의 확신이 지나치게 강해질 때,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습니다. 의식적인 훈련과 반복되는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아래의 다섯 단계는 임상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된 기법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실천 가이드입니다.


✅ 1.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인지적 유연성 훈련

이 문장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인지 확신(cognitive certainty)을 낮추는 핵심 기술입니다.

조증기에는 생각이 곧 사실처럼 느껴지는 사고-현실 동일시(thought-fact confusion)가 쉽게 일어납니다. 이를 완화하려면 생각과 사실을 떨어뜨려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활용 기법

  • 인지적 거리두기(Cognitive Defusion, ACT)
  • 마음챙김 기반 관찰(MBCT)
  • 이중사고법(Double-Standard Technique, CBT)

이 훈련의 목적은 확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확신의 자동 폭주를 멈추는 것입니다.


✅ 2. 종이에 적기 – 사고를 실체화하여 검증하는 과정

생각을 글로 쓰는 순간, 뇌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됩니다.

이는 실제 연구에서도 확인된 기술로,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강화하고 과열된 사고 흐름을 끊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적을까?

  • 자동사고 기록지(Thought Record, CBT)
  • 사고 연쇄 분석(Chain Analysis, DBT)

왜 글쓰기가 효과적인가?

  • 뇌의 전전두엽 기능(PFC)을 활성화시켜 ‘판단·검증’을 강화
  • 빠른 속도의 사고를 ‘글쓰기의 속도’로 강제로 늦추어 과열을 진정
  • 기록이 반복되면 왜곡 패턴을 인지하는

✅ 3. 신뢰 인물과 정기 점검 – 사회적 현실 검증(Social Reality Testing)

조증기의 사고 왜곡은 본인이 스스로 잡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균형감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임상에서 ‘사회적 현실 검증(social reality testing)’이라 불리며, 재발 예방에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어떻게 활용할까?

  • 정기 점검 파트너 설정
  • 주간 점검 루틴 만들기
  • 방어적 대화 방지 기법

이 작업의 주요 효과

  • 과대감·충동적 판단이 증폭되기 전에 차단
  • 사고의 현실성 점검을 ‘혼자만의 싸움’으로 만들지 않음
  • 사회적 지지감(social support)이 증가해 정서 안정이 빨라짐

✅ 4. 루틴 정비 – 현실 회복의 기초 체력 만들기

조증·우울의 파동은 생체리듬의 흔들림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IPSRT(Interpersonal & Social Rhythm Therapy)의 핵심 원리에서도 “루틴의 안정”은 기분장애 재발을 막는 가장 강력한 보호 요인으로 확인됩니다.

우선 정비해야 하는 루틴

  • 수면 시간 고정
  • 식사 시간 규칙화
  • 약물 복용의 일관성
  • 과도한 자극(카페인, 밤샘 작업) 최소화
  • 활동량·운동량 일정하게 유지

왜 루틴이 생각을 안정시키는가?

  • 생체시계(SCN)가 안정되면 기분 파동이 줄어듦
  • 규칙적인 루틴은 전전두엽의
  • 생각이 왜곡될 여지를 줄이고 판단의 ‘기본선’을 회복함

🛠️ 5. 도움이 되는 심리적 도구 세트

아래의 도구들은 실제 치료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검증된 방법들입니다.

• 자동사고 점검표(CBT Thought Record)

생각–감정–행동의 구조를 파악하며, 비약된 사고를 사실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핵심 도구.

• “사실 검증 루틴(Fact-Checking Routine)” 만들기

  • 무리한 계획 또는 확신이 들 때 반드시 1명에게 확인하기
  • “이 생각의 증거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는 체크리스트 작성
  • 흥분된 상태에서는 결정을

• 마음챙김 3분 호흡(3-Minute Breathing Space, MBCT)

강렬한 확신이나 불안이 밀려올 때, 호흡에 주의를 고정해

사고의 속도를 낮추고 몸-마음의 연결을 회복하는 스킬.

• 안전 계획(Safety Plan for Overactivation)

조증 초기 신호(수면 감소, 말의 속도 증가, 계획 폭증 등)가 나타날 때

즉시 적용할 행동 지침을 미리 만들어 두는 방법.


🌱 마무리 – 현실 회복은 ‘자기비난’이 아니라 ‘훈련’입니다

조증기의 사고 왜곡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속도와 감정 시스템이 급격히 가속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현실을 되찾는 과정도 ‘훈련’과 ‘루틴’이 핵심입니다.

이 다섯 단계의 실천은

  • 사고의 폭주를 늦추고
  • 현실감을 회복하며
  • 재발을 예방해 조울러의 일상에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5] 조우의 편지 – 당신의 세계가 다시 또렷해지기를

 

여러분, 조증의 순간에는 세상이 정말로 내 안에서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것 같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밀려오죠.

 

그런데 그 세계는 때때로 우리를 너무 높이 들어 올렸다가 깊은 곳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때의 당신을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뇌가 보내던 신호가 너무 강했던 시간일 뿐이니까요.

 

중요한 건, 우리가 그 흐름을 알아차리고

 

다시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내딛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는 것입니다.

 

흐릿했던 세계가 다시 또렷해질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어요.

 

흔들렸던 그 시간조차 견뎌낸 당신이 있기에 지금의 오늘이 있습니다.

 

당신을 응원하며,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뉴스레터를 매주 이메일로 받아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꼭 구독을 눌러주세요.

조우네 마음약국의 모든 콘텐츠는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으로 제작되어집니다.

일시 후원 또는 정기 후원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이미지를 눌러 후원 사이트로 이동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첨부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조우네 마음약국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