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뭐지? 그리고 어떻게 하지?

정신과 약 복용의 어려움

내 몸과 마음의 낯선 싸움

2025.12.12 | 조회 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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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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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것, 그 무게를 아는 분들에게”

처음 약을 처방 받았던 날을 떠올립니다.

진료실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질문이 쉼 없이 맴돌았지요.

“정신과 약까지 먹어야 하나…”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아픈 사람인가…”

설명하기 어려운 거부감, 왠지 모를 수치심,

그리고 ‘이 약을 먹으면 나는 더 이상 정상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묘한 두려움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습니다.

며칠 뒤에는 몸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무겁게 가라앉는 컨디션, 늘어나는 잠, 조금씩 불어나는 체중.

약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약은 내 감정의 급류를 붙잡아주는 구명줄이면서도

한편으론 일상을 더디게 만드는 족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저는 오래도록 갈등했고 스스로와 씨름했습니다.

오늘 이 글은,

이 복잡한 감정의 결을 이미 알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씁니다.

약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그 무게를 견디고 있는 당신의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2] 이해하기 – 정신과 약 복용이 어려운 이유들

정신과 약 복용은 단순히 “하루에 한 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정체성, 자존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낙인, 뇌 생물학적 변화가 모두 얽혀 있습니다.

왜 약을 먹는 일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감정의 배경에 어떤 과학적·심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1. 병의 인정과 약의 시작 사이의 거리

정신과 약을 시작하는 순간은 많은 분들께 “내가 병을 인정하게 되는 첫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조울증처럼 만성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에서는 이 감정이 더욱 깊게 나타납니다.

● “약을 먹는 나는 아픈 사람인가?”

정신과 약은 심리적 상징성을 갖습니다.

한 연구에서는(Deegan, 2007, Psychiatric Rehabilitation Journal)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약을 복용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나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느낌(identity shift)’이라고 말합니다.

약을 손에 쥐는 순간, 스스로를 “환자”로 규정하게 될까 두려운 것이지요.

● 조울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특유의 저항

양극성 장애의 경우, 병식(insight)이 불안정해 약 복용 저항감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특히 조증이나 경조증 단계에 가까울수록 “나는 지금 멀쩡하다”는 확신이 생기며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

(Mintz et al., 2004,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다시 말해, 약을 먹기 싫어지는 마음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질환 자체의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 나에게 필요한 것임을 알지만 마음이 따라오는 속도는 다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머리로는 약이 필요하단 걸 아는데, 마음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 간극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병을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과 감정의 소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 2. 부작용이라는 현실

약 복용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 이유는 바로 부작용입니다.

● 체중 증가, 졸림, 손떨림… 몸이 바로 반응할 때

정신과 약물의 초기 부작용은 비교적 흔합니다.

특히 조울증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분안정제(리튬, 발프로산, 라모트리진 등)와 항정신병약물은

체중 증가, 졸림, 진정감, 손떨림, 인지 속도 저하 등이 대표적으로 보고됩니다.

(APA Practice Guideline, 2022)

이런 변화들은 단순한 신체 감각의 불편을 넘어

“나는 약 때문에 예전의 나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불러옵니다.

● 부작용이 의지를 꺾는 이유

2018년의 대규모 메타분석(Lacro et al.,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서는

정신과 약물 중단 이유의 40~60%가 부작용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부작용은 단순 불편을 넘어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또한, 체중 증가나 졸림처럼 외부에서 티가 나는 부작용은

스스로를 “약 먹는 사람”으로 더욱 인식하게 만들어 자존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 그러나 대부분은 ‘초기 적응기’를 지나면 안정된다

약물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부작용은 초기 2~8주 사이에 가장 크고, 이후 점차 줄어든다고.

그래서 이 시기를 “약물 적응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구간을 어떻게 잘 지나가는지가 치료 성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 3.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죠?”

정신과 치료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 불확실성은 불안을 키운다

조울증은 재발 주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Maudsley Prescribing Guidelines, 2021)

안정화 이후에도 장기 유지치료를 권고합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니 너무 무섭다.”
  • “언제쯤 끊을 수 있을까?”
  • “끊으면 다시 무너질까 두렵다.”

이 불확실성은 치료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도 합니다.

● 재발 경험은 약에 대한 감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조울증 연구에서는

약을 중단한 사람들의 60~90%가 2년 내 재발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Geddes et al., 2004, Lancet)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약은 ‘나를 지켜주는 벽’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울타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약이 주는 안정감과 약이 주는 부담이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늘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 정신과 약은 단순한 “의학적 선택”이 아니다

약을 먹는 일은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는 과정이지만,

심리적으로는 훨씬 복잡한 의미를 가집니다.

● 약은 ‘나의 정체성’을 건드린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약을 먹는 일은 곧 다음과 같은 감정들을 동반합니다.

  • 자존감의 흔들림
  • 정상성(Normality)에 대한 의문
  • 미래의 불확실성
  •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이런 정서적 부담 때문에

일부 연구에서는 약 복용을 “심리적 애도 과정”(loss model)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Thoits, 1995, 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

● 그래서 약 복용의 어려움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다

건강행동 연구에서는

약물 순응(adherence)은 심리·사회·생물학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는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또한 약물 순응을

“가장 복잡한 건강행동 중 하나”라고 정의합니다.

즉, 약을 먹기 어려운 마음은

나약함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닌,

인간으로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입니다.


🌱 약을 먹는다는 건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작은 알약 하나에는

한 사람의 삶 전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
  • 과거의 기억
  • 미래에 대한 걱정
  •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 몸의 변화와 불편함
  • 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래서 약 복용이 어렵다는 말은,

실은 “나는 지금 이 모든 감정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복잡함은

너무나 당연하고,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닙니다.


[3] 마음약국 노트 – “약 먹는 내가 싫어요”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살이 자꾸 붙어 거울을 볼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을 느끼기도 하고, 지나치게 늘어난 잠과 떨어지는 집중력 때문에 스스로를 나태하다며 자책하기도 하며,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하지만 먹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이 모든 것이 회복인지 의존인지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들려주십니다.”

한 청년 조울러의 고백

[4] 회복 가이드 – 약과의 건강한 관계 만들기

정신과 약과의 관계는 ‘복용하느냐, 끊느냐’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내가 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약을 통해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삶과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이 과정과 연결되는지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약은 때로는 구명줄처럼 느껴지고, 때로는 족쇄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복잡한 감정의 결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약과 건강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작은 변화가 약과의 관계를 바꾸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출발점입니다.


1. ‘약에 대한 감정’을 일기로 써보세요

많은 분들이 “오늘 약을 먹었는가”만 체크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약을 먹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입니다.

  • “이 약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 “부작용 때문에 답답하다.”
  • “평생 먹어야 할까 두려움이 생긴다.”
  • “오늘은 약을 먹고도 하루를 무난히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이러한 감정 기록은 단순한 ‘감상문’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의 패턴이 보이고,

그 패턴은 주치의와 이야기할 때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경험적으로도, 감정을 언어화하기 시작하면

약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이해해갈 수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2. 주치의와의 ‘솔직한 대화’ 시도하기

약과의 관계는 결국 주치의와의 관계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많은 당사자들이 부작용이나 불안감을 감추고 진료실을 나옵니다.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약을 줄여달라고 하면 화내실까 봐…”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하실 것 같아서…”

하지만 실제로 가장 효과적인 약물 조절은

이런 솔직한 감정들이 공유될 때 이루어집니다.

약을 감출수록, 부작용을 억누를수록,

결국 스스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떠안게 됩니다.

경험 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진짜 회복은 솔직함 위에서만 설 수 있습니다.

내 몸, 내 감정, 내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그 용기 하나가 약물 치료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3. 약은 ‘나를 위한 도구’라고 정의해보기

많은 분들이 약을 “내가 약한 사람이라는 증거”로 느끼지만,

사실 약의 본질은 ‘내가 병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이 관점을 바꾸는 순간, 약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 “내 컨디션을 되찾기 위한 장비다.”
  • “내가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쓰는 방패다.”
  • “증상이 아닌, 일상을 선택하기 위한 나의 선택이다.”

능동적 태도는 약 복용의 불편함을 완전히 없애진 않지만,

‘약에 끌려가는 느낌’을 줄이고

‘약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해줍니다.

이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회복 과정에서 지속성과 자존감을 지키는 데 매우 큰 힘이 됩니다.


❗ 오해와 진실 – 약에 대한 대표적 편견 바로잡기

• “정신과 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못 끊는다?” → X

조울증·우울증·불안장애 모두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증상 안정 후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며 감량·중단 여부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약을 언제까지 먹을지는 내 증상, 스트레스 요인, 수면 패턴,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영원한 것도, 단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 “약은 내 인격을 바꿔버리는 거야.” → X

약은 감정 조절, 충동성, 수면, 사고 속도 등

‘기능(function)’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뿐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바꾸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이 인격을 흐리게 만들 때

약은 ‘본래의 나’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험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약을 먹기 전의 나는 나 같지 않았어요. 약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되찾았어요.”


🛠️ 도움되는 도구 – 약을 더 건강하게 다루는 실전 전략

• 약 복용 앱

정해진 시간에 알림을 주고, 복용 여부를 기록해주는 앱입니다.

특히 조울증은 규칙적인 복용과 수면이 재발 예방에 핵심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약 복용 후 변화 기록표

컨디션, 기분 점수, 수면 시간, 부작용 여부 등을

하루 1~2줄로 간단히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록은 진료 때 “지금의 약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 매우 가치 있는 자료가 됩니다.


• 신체 변화 추적 다이어리

체중, 식욕, 수면 패턴, 활력 정도 같은 변화들을 꾸준히 적어보세요.

부작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불안이 과장되거나 축소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한 약을 조절하거나 변경할 때

“무엇이 더 나았는지”를 정확히 비교할 수 있게 해줍니다.


[5] 조우의 편지 - 약은 당신을 지키는 ‘다리’입니다

 

여러분,

약을 손에 쥐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불러오는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스스로를 단단히 묶어두는 족쇄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마음이 조용히 밀려올 때도 있지요.

하지만 여러분, 약은 우리를 가두기 위한 쇠사슬이 아니라

무너뜨리려는 증상과,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삶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그 다리는 때로 미끄럽고, 먼 길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벅찰 만큼 마음이 무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길 끝에는 우리가 다시 서 있을 자리,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평온한 땅이 분명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을 먹는다는 건 자신을 포기하는 행동이 아니라

“나는 이 삶을 지키고 싶다”는 깊고 단단한 결심입니다.

그 결심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어가고 있는 여러분—

저는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고, 정말 귀하다고 느낍니다.

여러분의 걸음이 흔들릴 때,

그 다리가 너무 길어 보이는 날에도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그저 “나는 지금도 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오늘도 약과 함께,

당신을 지키는 하루가 되길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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