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려인과 썸을 타며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던 시기. 그가 어릴 때 겪은 일이 한 번도 낯설지 않았다. 그의 할아버지에 관한 일이나 군대에 다녀온 일, 어릴 적 전파사에 딸린 작은방에서 살았던 일, 부모님이 컴퓨터 학원을 운영했다가 속셈학원으로 바꾸며 사업이 번창하고 줄었던 일까지. 살면서 으레 겪는 부모님의 갈등도 왠지 모르게 우리 집과 평행 이론을 이루는 듯했다.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그러니 유년 시절을 겪은 시기도 다르다. 그가 서태지의 전성기를 목격할 때 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꼭 미리 세상에 내다 놓은 나 같았다. 나 대신, 그리고 나 없이 이런저런 아픔을 다 겪은 사람을 겨우 찾은 기분이었다. 블로그 이웃에서 글쓰기 모임원이었던 그와 처음 문자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 그가 마음도 겉모습도 젊은 채 청주 어딘가에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비로소 인생의 새로운 막이 시작되려는 것 같았다. 내향적이고 하얀 동갑내기 남자 조우를 만난 것 같았다. 내 안에는 분명 저런 사람이 살고 있었다. 늘 보고 싶었다. 과묵하고 하얗고 갤럭시 폰 쓰고 따듯한 커피와 차를 주로 마시며 풀, 꽃, 나비 사진 잘 찍는. 애들 좋아하고 고양이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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