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은 지난 6월 10일 진행된 ‘2021 콘텐츠산업포럼’에서 매직스트로베리의 맹선호 부장님께서 발제하신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음악 시장의 변화’을 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내용입니다. 본 이벤트에도 좋은 내용이 많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링크를 통하여 꼭 확인해주세요.
* 또한 이번 글은 영화 ‘비긴 어게인’을 통하여 주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스포가 담겨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
-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고 ‘저게 돼?’ 라고 의문을 가지신 분
- 인디 음악인은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고 싶으신 분
- 음악 콘텐츠 기획에 관심이 많으신 분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입니다.
몇 번의 비오는 주말을 보내고 우산을 털고 나니, 어느새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는 제대로 된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이 더워지니 가장 먼저 불편해진 건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이 잠 못이루는 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영화나 한 편 보자 하고 꺼내 본 영화가 바로 ‘비긴 어게인’이었습니다.
다들 이 영화 보셨나요? ‘원스’, ‘싱스트리트, ‘라라랜드’와 함께 국내에서 히트한 대표적인 음악 영화 중 하나죠. 이 영화의 OST인 ‘Lost Stars’ 따라 부른다고 열심히 소음을 만들어냈던 부끄러운 기억도 나고…
그런데 이 영화가 2014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7년이나 지난 영화입니다. 재밌는 건 말이죠, 음악 비즈니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7년 전의 저는 이걸 그냥 힐링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봤었습니다. 각자 겪은 마음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해가는 뭐 그런 영화요.
그런데 음악 업계에 대해 조금은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의 눈으로 보니까 힐링도 힐링이지만, 이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슈퍼 스타와 인디 아티스트의 앨범 제작 및 판매 방식의 차이입니다.
Point 1 : 앨범 제작
영화에서 데이브(애덤 리바인)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앨범 제작 과정은 정말 극과 극입니다.
우선 데이브를 보죠. 데이브는 전형적인 대형 레이블 소속의 슈퍼 스타의 모습입니다. 첫 회의 때 마주한 스태프만 10명 가까이 되며, 앨범은 ‘일렉트릭 레이디 스튜디오’라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에서 녹음을 하죠. 참고로 일렉트릭 레이디 스튜디오는 실존하는 스튜디오로 지미 헨드릭스가 스튜디오 제작 의뢰를 한 곳인데, 레드 제플린, 스티비 원더, U2, 카니예 웨스트, 레이디 가가가 녹음을 했던 곳입니다. 게다가 마스터링은 LA에서 마무리를 하죠.
반면 그레타의 녹음은 참… 구질구질합니다. 스튜디오는 고사하고, 마땅히 녹음할 곳이 없어서 뉴욕의 곳곳에서 도시의 소리를 담은 현장감 있는 녹음을 합니다. 말이 좋아 뉴욕의 소리를 담은 거지, 사실 그냥 길거리에서 엉터리로 하는 녹음이고, 게다가 모든 세션이 함께 원테이크로 녹음을 하죠. 장비들도 참 구질구질한데, 심지어 마이크 팝필터는 옷걸이에 스타킹 끼운 걸로 대체합니다.
Point 2 : 앨범 프로모션 방식
데이브의 프로모션 방식은 아주 정석적입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액션은 앨범 녹음 후 3개월간의 투어입니다(이는 그레타와 스티브(제임스 코든)의 대화에서 나옵니다). 또한 첫 미팅 때 마케팅팀과 소셜 미디어 관리자도 따로 있었으니 투어 외적으로도 많은 마케팅 활동을 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덕분에 데이브는 극중에서 상도 하나 받게 되죠.
반면 그레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합니다. 굉장히 현대적인 방법이죠. 그레타의 첫 앨범은 지구의 모든 사람이 팔로우 한다는(?!) 슈퍼 스타 트러블 검(시로그린)의 트윗 덕분에 발매 첫 날에만 무려 만 장의 앨범이 팔려나갔습니다. 게다가 앨범도 CD를 판다거나, 음원 플랫폼에 올리는 일반적인 유통의 형태가 아닌, 자체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 형태로 발매를 했다는 것도 매우 특이한 점입니다.
기술적으론 실현 가능한 기업가형 음악인
자 이제 그럼 현실로 돌아와서, 이 둘의 케이스가 실제로도 가능한 일일까요?
영화나 드라마 OST가 히트를 쳐서 이름을 알리는 데이브의 케이스는 현실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는 일입니다. 2020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가장 유명한 OST인 ‘시작’을 부른 가수 가호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오히려 더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건 큰 돈 들이지 않고 성공하는 그레타의 케이스이긴 합니다만, 사실 현재의 기술과 플랫폼을 이용하면 구현 가능한 일입니다.
위에서 봤던 그레타의 작업을 지금 시점에 맞춰서 본다면 앨범 제작은 프로툴이나 에이블톤을 통해 집에서 홈레코딩으로, 마케팅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을 통하여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이런 음악인을 ‘기업가형 음악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레이블(회사)에서 할법한 일을 가수가 직접 행함으로써 레이블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을 하는 형태의 음악인을 뜻하는 용어이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실행 가능성이 아니라, 성공 가능성입니다.
제 주변엔 인플루언서가 없는 걸요
집에서 앨범을 제작하고, SNS에 홍보 글을 게시한다는 것 자체는 이론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으며, 현실에서도 꽤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앨범으로 발매 하루 만에 1만 달러, 우리 돈으로 1200만 원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죠.
사실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은 슈퍼 스타이자 슈퍼 인플루언서인 트러블 검의 존재입니다. 한 스타가 다른 사람을 긍정적인 맥락으로 SNS에 언급을 해주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임팩트를 가져다 줍니다.
2015년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에서 애타게 찾던 이 신디 킴벌리라는 여성은 시급 5천원을 받으며 베이비시터를 하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유명 패션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모델이 된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모두가 슈퍼 스타를 친구로 둘 수는 없는 법이고, 저스틴 비버 같은 스타가 갑자기 앨범을 홍보해줄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죠.
새로운 플랫폼에 두려워 말라
결국 문제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이 무엇이냐는 것인데요. 현 시점에서 가장 유효한 방법은 결국 유튜브와 틱톡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연의 기회조차 얻기 힘든 기존 미디어와는 달리 어쨌든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선 투자대비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각각의 플랫폼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밖에 없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가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업로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유명 곡의 커버 영상을 중심으로 채널이 운영됩니다. 커버 영상으로 되겠냐구요? 아이돌을 제외한 음악 부문 유튜브 채널 중 Top 3인 J.Fla, 라온리, 새솜 모두 커버를 중심으로 하는 유튜버들인걸요.
반면 틱톡같은 경우는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OO챌린지’의 보급화 덕분에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플랫폼이지만, 댄스 가수가 아닌 음악인들에게는 챌린지를 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죠.
그런 고민이 있는 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Nina Nesbitt입니다.
* 원본 영상은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틱톡 팔로워 62만명을 보유한 니나 네즈빗은 댄스 챌린지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노래를 틱톡을 통해 널리 알린 케이스입니다. 특히 자연의 소리를 샘플링하여 멋진 곡을 만들어낸 이 영상은 지금의 그녀를 만든 발판입니다.
음악인을 위한 SNS 콘텐츠 기획자의 필요성
물론 유튜브와 틱톡으로 스타가 된 케이스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 케이스를 들이 밀며 음악에 매진하기에도 바쁜 사람들에게 SNS까지 열심히 하라고 압박하는 건 어떻게 보면 가혹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곡을 만드는 능력과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은 다른 일이잖아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는 것은 앞으로 음악인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SNS 콘텐츠 기획자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대형 기획사에선 유명한 PD들을 섭외하여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 수요가 소수의 아이돌에게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의 다른 분위기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결과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피드백을 주는 게 콘텐츠 기획자들에겐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음악인들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루씨의 간단 요약
- 영화 ‘비긴 어게인’의 애담 리바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레이블과 인디의 전형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
- 키이라 나이틀리의 극중 업적은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재현은 가능
- 다만 인디 음악인이 그 방법으로 실제 성공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나, 유튜브와 틱톡이 현 시점의 대안으로 보임
- 향후 음악인 전문 SNS 콘텐츠 기획자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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