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의 소담골...이 아닌 김루입니다.
“더: 인터뷰”를 소담골씨가 아닌 제가 하게 된 이유는... 오늘이 “더: 인터뷰”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8월에 처음 시작한 “더: 인터뷰”는 여러 플랫폼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다섯 분의 인터뷰를 통해 큐레이션은 무엇인지, 큐레이터들은 어떤 생각으로 작업을 하는지 생생하게 전해드렸는데요. 아쉽지만 다음 시즌의 준비를 위해 시즌 1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드리려고 했지만,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워서 오늘은 특별히 “더: 인터뷰”의 호스트, 소담골씨의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더: 인터뷰”는 왜 시작했는지, 어떤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그가 생각하는 큐레이션은 무엇인지, 시즌 2는 어떻게 될지 등등등! 다같이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뉴스레터 ‘음악파는 김루씨’에 작년부터 합류하여 “더: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 음악 큐레이터 소담골입니다.
처음 음악 큐레이터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어요. 음악 큐레이터라는 직종 자체가 아직은 한국에서 생소한 편이거든요. 일하다 보면 종종 외로워지기도 하고 이 분야 관련으로 물어볼 선배도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내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얘기해보자’고 결심한 게 이 콘텐츠의 시작이 된 셈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셨을까요?
큐레이터로서의 작업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음원이 매일 정오, 저녁 6시에 발매되는 곳이에요. 매일 새롭게 들어야 할 음악의 양부터 방대하다 보니 자신만의 루틴이 잡히지 않는다면 신보의 홍수에 파묻혀서 페이스를 잃기가 쉽더라고요. 해외 큐레이터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어보고자 했지만, 기본적으로 음악 시장 환경 자체가 달라서 당장 제게 와닿는 얘기를 캐치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내로 눈을 돌리게 된 것도 있어요. 어차피 이 직종에서 일하게 되면 스트리밍부터 OTT까지 여러 개의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으니까 제가 음악 선곡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도 다른 플랫폼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거든요. ‘여기는 음악 피처(Feature)들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네?’, ‘여기는 플레이리스트를 이런 식으로 구성하는구나’ 등의 생각이 계속 드는 거죠. 고민을 거듭하느니 빨리 만나보자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서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는 큐레이터 총 5분을 인터뷰했어요.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는 그간 회사에서 내부적인 일만 해왔어요. 오죽하면 지난 3년간은 사무실 책상에 전화조차 없었을 정도로 내부 사람들 위주로만 소통을 해왔거든요. 외부의 누군가를 만나 설득하고 함께하는 이 과정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무작정 만나러 다닐 수 있었을까 싶어요.
섭외를 시도하면서 느꼈던 점은 ‘인연 하나하나의 소중함’ 이었어요. 예전에 시간을 내서 잠시 도와드렸던 일, 술자리에서의 만남 하나하나가 당시에는 사소한 이벤트였을 수 있지만, 오늘에 와서는 섭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 되어있더라고요.
공감해요. 저희도 그런 인연으로 이렇게 같이 글을 쓰고 있잖아요. 그렇게 만난 다섯 명의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나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어요. 다른 큐레이터들을 만나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큐레이터로서의 저를 들여다볼 수 있었거든요. 이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예전만큼 일하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기도 했고요. 각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서 인터뷰이들이 말한 업무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이 저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시간 내주신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큐레이터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나 차이점 같은 것이 있을까요?
공통점이라면 모두가 음악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거예요. 각자가 큐레이션 하는 콘텐츠에 대한 책임감도 크고요. 재미있는 점은 각 음악 서비스마다 보유하고 있는 피처나 음악을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그에 따라 각 큐레이터의 업무 성향도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유통사에서 일하고 계신 큐레이터는 업의 특성답게 콘텐츠 간의 균형과 공정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 장르 전문 큐레이터는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해당 장르의 매력을 국내 유저들에게 더 많이 소개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강했어요.
맞아요. 비슷하면서 다르기 때문에 더 다채로웠던 것 같습니다. 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을까요?
비교적 최근에 만났던 유튜버 우키팝 님과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데요. 에센셜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하실 당시에 각 플레이리스트가 공간과 플랫폼에 어떻게 활용될지 미리 시뮬레이션하면서 플레이리스트의 컨셉과 비주얼을 고민했다는 부분이 같은 플레이리스트 기획자로서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상향 평준화의 시대에서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한 끗’ 더 고민하고 시도하는 자세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편집자 주 : 우키팝님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상을 올리셨는데, 저희와 진행한 인터뷰와 같이 보시면 더 재밌습니다!)
저도 그 인터뷰가 인상 깊었는데요, 사실 이전부터 우키팝 님의 팬이었어서 더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반대로 아쉽게 뉴스레터에는 담지 못한 인터뷰 내용도 있을까요?
여러 이유로 인해 공개하지 못한 인터뷰가 하나 있어요. 플레이리스트 기획과 음악 데이터 업무를 둘 다 보시는 분이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데이터의 특성상 회사 보안 정책으로 인해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어요.
사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대에서 큐레이션을 이야기할 때 데이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거든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인만큼 플레이리스트도 이와 무관할 수는 없는데 각 회사에 귀속되는 데이터 언급이 많다 보니 인터뷰에 싣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지금까지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이번에는 소담골씨의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소담골씨 본인은 어떤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가요?
항상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어요. 큐레이터는 에디터인 동시에 게이트키퍼이기 때문에 편성해놓은 콘텐츠의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유저의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거든요. 더 좋은 콘텐츠 퀄리티를 위해서 나 자신의 지식과 직관을 갈고닦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유저의 목소리보다 우위에 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달부터 테니스 동호회 ‘테니스파크’의 뮤직 큐레이터로 부캐(?)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제가 만든 플레이리스트가 바로 야외코트 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고 실제로 만나는 분들의 피드백도 들을 수 있어서 본업에도 매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플레이리스트가 실제로 재생되는 공간과 이에 대한 유저 반응을 좀 더 자세하게 시뮬레이션하면서 기획할 수 있거든요.
음악 서비스에서 일할 때는 주로 아이돌 팬, 장르 음악 매니아들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테니스파크 활동을 통해서는 음악을 다양한 상황에서 즐기거나 활용하는 라이트 유저들을 만날 수 있어서 큐레이터로서 공부가 많이 됩니다.
그렇다면 소담골씨가 생각하는 좋은 큐레이션이란 무엇일까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악 감상이 개인화된 시대인만큼 ‘좋은 추천’의 정의도 유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할 때마다 고민하는 것 같아요. 가령 매주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최적화된 추천을 중시하는 유저도 있죠.
뻔한 대답이지만 좋은 큐레이션의 기본은 역시 ‘정성’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플레이리스트를 포함해서 영화, 뉴스, 책 등 다양한 추천을 접하고 있는데요. 무난하게 즐기고 있다가도 한 군데라도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되면 몰입도가 바로 떨어지더라고요. 실제로 대시보드를 통해 제가 관리하는 플레이리스트의 지표를 확인했을 때도 추천 콘텐츠에 (프로그래밍 상의) 어떤 결함이 발견되거나, 선곡하면서 약간 어색한 흐름이다 싶었던 부분이 어김없이 스킵률 (Skip rate: 재생 중인 콘텐츠를 유저가 건너뛰는 비율)의 상승으로 나타났어요.
저는 “더: 인터뷰”도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저희 독자층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중심으로 정리한, 정성 가득한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구독자분들이 “더: 인터뷰”라는 큐레이션을 더 즐기시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각자가 사용하는 음악 서비스를 들여다보시면서 이 인터뷰를 읽는 것을 추천해요. 그냥 서비스에서 스쳐 지나가는 기능 중의 하나로 인식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과 ‘누군가가 이 고민을 하면서 만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듣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용 경험을 제공할 거에요.
이미 대부분의 서비스가 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을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홍보 문구만 보면 마치 AI가 다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각 서비스 탭과 메뉴의 행간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단 음악 외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서비스 속에 큐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주시면 각 서비스를 보다 흥미롭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흔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후회할 일들이 생긴다고 하죠. 이 일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마음이 변하고 있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한창 열심히 일하고 고민할 때라고 생각해요.
음악 큐레이터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이 인터뷰를 진행한 덕분에 저도 이제야 본격적으로 큐레이션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일로 하는 큐레이션 외에도 개인적으로 다양한 큐레이션을 해보면서 저만의 인사이트를 기르는 것이 올 한해 목표입니다.
가령 음악만 해도 DJ들의 믹스셑 (MIXSET),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의 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추천이 있는데 저도 직접 만들어보면서 크리에이터와 유저, 양 측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배우고 자극받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런 컨셉의 인터뷰는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마음 놓고 일을 벌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큐레이터의 삶’이 시즌 1이었고요, 시즌 2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는 음악 콘텐츠의 제작에 기여하는 다양한 종사자들을 인터뷰하는 확장된 콘셉트로 준비해서 돌아올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또 만나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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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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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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