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뉴스레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
- 갑자기 무손실 음원이 왜 기사에 나왔는지 궁금하신 분
- 애플이 애플 뮤직으로 뭘 할지 궁금하신 분
- 음원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이 궁금하신 분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입니다.
지난 5월 17일 애플은 꽤 파격적인 소식을 전했는데요. 바로 애플 뮤직 이용자들은 올해 6월부터 약 7천5백만 곡에 달하는 애플 뮤직의 음악 카탈로그를 무손실 오디오로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이용하는데 별도의 추가 비용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경쟁사인 아마존 뮤직은 기존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었던 고음질 서비스인 ‘아마존 HD’를 일반 이용권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안에 출시할 고음질 상품을 통해 객단가를 높이려던 스포티파이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국내 언론사들도 애플 뮤직의 행보가 국내 음원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배포하였는데요. 기사에서 내린 결론만 먼저 공유드리자면 최소한 국내 시장엔 큰 영향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자는 들을 수 없다.
무손실 음원은 사실 최근에 새로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애플이 이번에 다루었던 ALAC이라는 포맷도 이미 10년전인 2011년에 오픈소스로 풀렸던 것이고,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예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무손실 음원을 듣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의 존재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무손실 음원을 제대로 듣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애플 무손실 음원은 블루투스 기기들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애플이 자랑하는 그 어떤 에어팟으로는 무손실 음원을 들을 수 없다는 거죠(그 이유는 블루투스로 전송할 때 무손실 음원이 아니라 AAC 코덱으로 변환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무손실 음원을 즐기려면 에어팟이 아닌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선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라는 변환기와 이에 맞는 고해상도 유선 스피커(헤드폰 등) 등등이 있어야 합니다만... 그걸 다 연결하면...
뭐 일단 여기까지가 1차 컷트라인이고, 실제로 장비를 다 갖췄다고 해도 무손실 음원과 일반 음원(손실 압축 음원)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차피 손실 압축 음원의 개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소리를 제거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미 우리는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만큼의 최고음질을 듣고 있는 셈이에요(관련 기사).
그럼 무손실 음원은 얄팍한 상술인가?
그렇다면 무손실 음원은 광고는 하고 있지만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품이니 그냥 마케팅을 위한 수단 정도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기사에서는 그렇다! 라고 답하지만, 그렇게만 단정 짓기는 좀 어렵습니다.
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우선 지금의 스트리밍 시장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MBW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의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전년대비 가입자나 매출이 성장한 것은 맞으나, 매출의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감소하였고, 가입자 또한 ‘신흥 국가’에서 객단가를 낮추면서 커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 같이 이미 스트리밍이 자리잡은 국가에서의 시장 점유율 싸움은 이제 파이 키우기가 아닌 파이 뺏어 먹기 단계로 넘어갔단 것이죠.
포화 시장에서는 무작정 가입자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인 가격 프로모션이라는 카드를 써버리면 체리피커에게만 좋은 일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차별점을 만들어서 소수 일지언정 확실한 고객층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죠.
애플 뮤직의 무손실 음원 또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청취자들을 끌어 모으듯, 애플 뮤직은 무손실 음원을 통하여 그동안 타이달과 같은 플랫폼에 있던 고음질 매니아들을 자사 서비스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인 것이죠. 심지어 싸요. 타이달에선 한달에 $19.99는 내야 들을 수 있는 무손실 음원을 애플 뮤직에선 $9.99에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인터넷에서 도는 루머이긴 합니다만, 몇몇 사람들은 애플이 에어팟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낸 것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애플이 그들의 오디오 라인업에 무손실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뭐 예를 들면 ‘에어팟 맥스 프로’ 같은 걸 조만간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데요. 왠지 애플이라면 그럴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사실 애플이 광고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막상 애플은 무손실 음원을 이렇게까지 광고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점입니다.
실컷 무손실 음원에 대해 얘기 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면... 애플의 보도자료를 보면 말이죠, 그 시작이 무손실 음원이 아니라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지원하는 공간 음향의 적용입니다.
돌비 애트모스는 영화관에서 종종 보셨을 것입니다. 돌비에서 만든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인데, 오디오에 공간감을 줘서 듣는 이로 하여금 콘텐츠에 훨씬 빠져들게 만들어 주죠.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마스터링 방식이 아니라, 돌비 애트모스에 맞는 방식으로 아예 새로 해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재 기준으로 애플뮤직이 보유하고 있는 곡도 만 곡이 되지 않으며, 라이브러리를 늘리기 위해서 애플이 직접 돌비와 함께 제작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왜 돌비 애트모스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요? 이를 통해 애플이 얻어가는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돌비 마스터링 지원을 통한 아티스트 친화적인 이미지 강화, 둘째는 공간 음향이라는 애플 뮤직의 차별점 확보, 마지막으로는 공간 음향에 빠진 사람들을 애플 뮤직 및 애플 디바이스 구매로 유도하는, 즉 애플 생태계 확장이 그것이죠.
확실한 건 애플은 여러 장비들을 모두 갖춰야만 들을 수 있는 무손실 음원 보다는 아이폰과 에어팟만 있어도 경험 가능한 공간 음향을 통하여 훨씬 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맥의 스피커도 공간 음향을 지원하는 것처럼 말이죠
나가며
글을 쓰면서 머릿속에 계속 맴돌던 것은 ‘무손실 음원이나 공간 음향을 통해 얼마나 사람을 모으려나’가 아니라 오히려 ‘애플이라는 회사가 정말 기가 막히게 마케팅을 하는구나’ 였습니다. 무손실 음원이 발표되어도 새로운 에어팟 출시를 상상하게 만들고, 돌비 애트모스를 통해서 애플 생태계에 빠뜨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애플이 평소에 얼마나 촘촘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세웠는가를 반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애플이 음악을 활용하여 어떻게 애플 생태계를 꾸려 나갈지가 궁금하며, 당장 다음 달에 오픈 될 무손실 음원과 돌비 애트모스가 어떨지도 너무 궁금할 따름입니다.
김루씨의 간단 요약
- 애플 뮤직의 무손실 음원은 포화된 스트리밍 시장에서 확실한 고객층 확보를 위한 수단이다.
- 애플은 기기 제약이 적어 접근이 쉬운 돌비 애트모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애플 뮤직과 애플 디바이스에 끌어들일 것이다.
- 애플의 신제품은 항상 애플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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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이
공간음향 언제될런지...ㅋㅋㅋㅋㅋ
음악파는 김루씨
6월입니다 ㅋㅋㅋ
알랑이
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음악파는 김루씨
어제 저녁부터 공간음향 서비스 시작됐습니다~ 일반 음원과 뭐가 다른지는 들어보고 판단하는 걸로... ㅋㅋㅋ
알랑이
애플뮤직을 안써서,,ㅋㅋㅋ평가좀요
음악파는 김루씨
에어팟2로 들었더니… 작은 차이는 있다… 작은 차이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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