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목인입니다.

생각에서 풍경으로

2022.07.04 | 조회 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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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인의 풍경과 코러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이 보내온 일상과 창작 이야기, 소식들

이번 앨범 커버의 모델이 된 풍경(동네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라겠죠?)
이번 앨범 커버의 모델이 된 풍경(동네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라겠죠?)


생각에서 풍경으로

내일 정오에 드디어 4집 앨범 <저장된 풍경>이 발매됩니다.

세 번째 레터는 이번 앨범을 어떤 심경으로 제작했는지로 꾸며볼까 싶었는데요. 마침 어디에 쓰일지 모르고 써두었던 제작기가 있어 정리해 옮겨봅니다.

 

4집 <저장된 풍경> 제작기 - 생각에서 풍경으로

앨범은 작품집이기도 하지만 세상과 나누는 느리고 긴 대화이기도 하다. 1집이 용기를 내어 꺼낸 말이라면, 그 다음부터 한 장 한 장 대화의 맛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화의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가 온다.

내게는 이번 4집이 그랬다. 무엇보다 대화 상대로서의 세상이 우울했다. 확진자수와 암울한 전망들이 뉴스를 채웠고 지인들에게도 심란한 일이 많았다. 3집에서도 동시대의 암울하고 냉소적인 정서를 그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오히려 평온한 시절의 투덜댐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과 예술의 역할이 의미 있다고 하지만, 그 의미에 확신을 가지는 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대한 의욕이 줄었다. 재치든 풍자든 듣는 사람이 조금은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생존과 안전에 의미를 두는 시기였다. 

 

한 동안은 간간히 공연을 하고 약속한 책들을 쓰며 바쁘게 보냈다. 앨범과 노래는 천천히 길을 찾으리라 믿고 지켜보았다.

내가 처음 음악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건 어릴 적 배운 피아노를 통해서였다. 10대 때 대중음악을 동경하게 되며 피아노 반주를 배우거나 정교한 연주곡을 써보고 싶다는 게 애초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밴드를 하게 되고, 송라이터로 살며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금 하는 음악도 좋지만 마음 속의 음악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노래 위주의 송라이팅에서 벗어나 음악의 구성 자체에 호기심이 있던 상태로 돌아갔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기보다는 가끔 피아노를 치며 마음에 드는 부분을 녹음해 보곤 했다.

 

주변의 음악 씬에는 코로나로 인한 한숨과 대책들이 오갔고, 간간히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돌았다.

2021년 하반기가 되자 앨범 작업이 시작되었고, 노래를 쌓아갈수록 슬슬 앨범의 주제를 정할 때도 다가왔다. 그렇지만, 나는 제각각인 노래들 속에서 주제가 알아서 떠오르길 기다렸다.

아마 4집은 구성 면에서 가장 오래 ‘열어두었던’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프로듀서와 나는 슬슬 마감을 해야 할 시점까지도 18-19곡을 늘어놓고 계속 듣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풍경’이란 단어가 맴돌기 시작했다. 내게 풍경이란 경치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경험하는 순간들과 내면의 심경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 선별되고, 각색되고, 실제였는지 상상이었는지도 모르게 뒤섞이는 장면들.

게다가 실제의 풍경이라 해도 꽤나 심리적인 것이다. 정신 건강에 위기를 느껴 본 사람이라면 마음 상태에 따라 풍경이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이것저것 궁리할 뿐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에 소홀한 사람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려 한다’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삶은 결국 마음속의 장면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새 앨범이 생각이나 말을 전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방식보다는 그저 선명한 풍경처럼 완성되길 바랐다. 말이 피로해진 시대에 무의식적인 교감으로 전해지길 바랐다.

 

그렇게 ‘저장된 풍경’이라는 제목을 정했다. 그러자 트라우마처럼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정지된 장면부터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까지 겹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누구나 그 두 가지를 밀어내고 채워가며 살아가니까.

커버에는 제목 없이, 나에게만 의미가 있을지 모를 사적인 풍경 하나가 담겼다. 몇 차례, 뚜렷한 콘셉트가 없어도 괜찮을까, 하는 얘기도 있었다. 말로 딱 설명되는 것. 그러나 나는 풍경화들을 생각했다.

풍경화에는 희한한 사건과 사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미묘하고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비슷한 장면에 끌리는 사람만이 그 앞에 오래 멈춰 선다.

나는 내가 보는 풍경이 잘 그려졌다면, 멈춰 서는 사람에게 만큼은 많은 것들이 전달될 거라 믿었다.

 

이 앨범은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고, 지루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녹음을 마친 지금은 다시 한결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내게 이번 4집은 그 시기의 정서가 무의식적으로 담겨있는 앨범이고, 나 역시 여기 뭐가 담겨있는지는 계속 발견하게 될 것 같다. 

 

 

 

🌘 창작의 뒷면

프로필 촬영하러 방화대교 인근에 갔다가 본 말똥게 - 지나가던 모두가 '와, 이것 봐. 참게다. 참게.' 했지만 집에 와서 찾아보니 말똥게였습니다. 한강 하구에 남아있는 자연 습지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프로필 촬영하러 방화대교 인근에 갔다가 본 말똥게 - 지나가던 모두가 '와, 이것 봐. 참게다. 참게.' 했지만 집에 와서 찾아보니 말똥게였습니다. 한강 하구에 남아있는 자연 습지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실물 앨범을 처음 본 순간 - 사실 굉장히 감격스런 순간이지만, 현실은 프로듀서와 시간이 맞지 않아 작업실 입구 난로 위에 두면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난로 위에서 집어 든 순간.
실물 앨범을 처음 본 순간 - 사실 굉장히 감격스런 순간이지만, 현실은 프로듀서와 시간이 맞지 않아 작업실 입구 난로 위에 두면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난로 위에서 집어 든 순간.

 

🥝 가벼운 디깅

설명을 듣다 보면 재킷을 포함한 전체가 궁금해지는 앨범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LP로 주문했던 음반이고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주제곡 <Mistery of Love>로도 유명한 서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일리노이> 앨범입니다. 미국의 50개 주를 소재로 50장의 앨범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뒤 2번째로 나왔던 앨범이라고...(이런 얘기 들으면 어떤 사람은 바로 돌아서고, 어떤 사람은 바로 구입하죠)

이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는 첫 앨범 <미시건(2003)> 이후 이 <일리노이(2005)>로 끝났지만 둘 다 명반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보면 이 앨범 만들려고 일리노이 출신인 '솔 벨로'와 '칼 샌드버그'의 책을 읽고, 이민 기록과 주 역사책을 읽는 건 물론 답사도 몇 차례 했다고 하네요. 음악도 정말 자유분방하고, 곡 제목도 너무 깁니다.

2번 곡 제목 <블랙호크 전투 혹은, 어떻게 문명 전체를 파괴하고도 여전히 아침에 기분이 좋을 수 있는지, 혹은 불편하게 한 건 사과하지만 지금 당장 떠나야 할 거야, 혹은 나는 큰 칼들과 싸워왔고 그들이 이 땅을 떠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중단된 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사람은 50장 다 사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을 테니까요.

 

 

 

🌿 가까운 소식

🦆 내일, 7월 5일 정오에 드디어 4집 <저장된 풍경>이 발매됩니다. 내일 오후면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매를 기다려주고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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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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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얍얍

    0
    almost 2 years 전

    드디어 내일! 기대됩니다 ~~

    ㄴ 답글 (1)
  • 김지원

    0
    almost 2 years 전

    축하드려요! :) 시간 되자마자 가게에 틀어놓았어요! 오늘은 계속 만 재생할 거에요! 🙌🏻🙌🏻

    ㄴ 답글 (1)
  • 만물박사 김민지

    0
    almost 2 years 전

    주문한 앨범이 도착한 하루입니다. 발매일에 기분 좋게 플레이리스트에 올린 음원들도 산책 때마다 재생해서 감사히 잘 듣고 있어요. 예전에 씨클라우드에서 처음으로 봤던 목인님 공연이 생각나네요. 다가오는 공연 준비도 화이팅입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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