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목인입니다.

본업의 기준이 뭘까요?

2022.08.26 | 조회 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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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인의 풍경과 코러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이 보내온 일상과 창작 이야기, 소식들

본업이 아니라고 너무 대충 그렸습니다;;
본업이 아니라고 너무 대충 그렸습니다;;

 

본업의 기준이 뭐지?

 

7월 초부터 발매 공연과 라디오 출연, 팝업샵 등등, 계획표의 일정들을 죽 거쳐오고 나니 '모처럼 본업에 충실한 두 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대체 본업의 기준은 뭐지?'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음악은 제가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처음 한 일이지만, 수익이 가장 많은 일도 아니었고(프리랜서들에게는 가끔 본업보다 다른 일의 수익이 많죠), 제가 가장 내세우고 싶은 일이라고 하기도 뭣하고(내세우는 순간 느껴지는 책임감), 또 일의 양으로 보아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8/13일 재미공작소에서 열린 '김목인의 작은 가게'에서는 음반과 함께 그간 낸 책들도 전시했는데요. 책이 왜 이리 많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들 간에 외형상의 균형도 좀 맞춰보려 했지만 요즘은 그런 걸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날 꼭 이렇게 불러줘'라며 신경 쓰던 성향도 좀 느슨해졌고요. 마치 예식장에 축가를 부르러 가서 사회자가 소개 멘트를 물어볼 때처럼 답하게 된 거죠. '글쎄요. 거기 나와있는 대로 편하게 소개해주세요.' 정도.

 

얼마 전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가도 이 '본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껏 해오던 일 말고 한 번쯤 다른 일을 해보는 상상'에 대한 대화였는데, 이미 다른 일들을 꽤 해왔다 생각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언저리의 일, 나름의 맥락으로 연결된 일들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악을 하면서 음악 일에 대한 책을 쓴다든지)

저는 월세를 내며 바를 운영한 적도 없고, 회사 생활을 한 적도 없고, 인테리어 현장에 일을 하러 간 적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신축 빌딩에 미술 작품 거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하루 다녀온 적은 있습니다. 안전 교육을 받고, 안전모를 쓰고 새벽같이 현장에 가니까 그때 만큼은 '창작자 김목인'의 연장선상에서 간 느낌은 아니더군요. 그러나 그곳에서도 비슷한 인맥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창작자들을 만나 역시 아주 먼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평생의 본업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본업을 구분하는 얘기로 흘렀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가 일하다 보니 '내 본업'은 이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저 도와주러 간 것인데 너무 잘 할 것을 요구 받다 보니 '이건 내 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는 거죠. 뭐가 본업인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가 본업이 아닌 일을 하자마자 본능적으로 명확한 태도가 드러나는 식이랄까요.

 

어쩌면 본업은 직종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모든 일마다 내가 본업으로 느끼는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령 저는 음악가로 활동하며 곡도 쓰고, 편곡도 하고, 연주도 하고, 공연도 하지만 이 안에서도 '밀착감'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역시 난 이 쪽이 맞다' 하는 순간이 있는 거죠.

저는 아마추어 애호가로서 악기 연주와 녹음 등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가 밴드와 어울려 공연이라는 세계에 접어들었습니다(이미 오래 전 이야기지만요).

그래서인지 순간 순간 원래 나는 만드는 쪽이 본업이었나 생각하곤 합니다. 공연도 만드는 것인 데다, 만든 음악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이니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내 고향은 역시 무대였어'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아마 무대를 한껏 즐기지만 곡 쓰는 건 곤욕인 음악가가 있다면 서로 조언을 구하거나 전혀 다른 차원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요?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좋은 책들을 낼 기회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원래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독자로서 책을 좋아했고, 수집가로서 좋은 책들을 모아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문장 한 줄을 얻는다', '온몸으로 나를 표현한다'는 느낌(그냥 제가 상상해본 작가의 한 모습입니다 ㅎㅎ)보다는 내가 보아온 흥미로운 책들에 준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기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잘 만들고 싶고 말이죠.

요즘은 가수라고 불러도, 작가라고 불러도, 책을 자주 내는 싱어송라이터로 불러도 정체성의 문제로 느끼지는 않습니다. 모두들 편한 대로, 이해한 만큼 부르는 이름일 뿐 제가 열중하고 있는 일은 어차피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지난 몇 년이 본업이 무엇인지 신경 쓸 필요 없이 이것저것 만드는데 골몰한 기간이었다면, 지난 두 달은 간판을 걸고 돌아다니며 한껏 일을 소개하는 기간이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창작의 뒷면

이번 '창작의 뒷면'은 지난 7/16 현대카드 발매공연과 8/13 재미공작소에서 열린 팝업샵 '김목인의 작은 가게' 사진들로 대신합니다.

 

 

🥝 가벼운 디깅

인도에서 갓 도착한 모습과 다시 집어넣은 모습
인도에서 갓 도착한 모습과 다시 집어넣은 모습

이 악기는 인도에서 주로 쓰이는 스타일의 하모니움(harmonium)입니다. 유럽에서 전래되어 인도에서 토착화된 형태라 할 수 있죠.

어떤 악기인지 항상 관심이 있던 차에 인도의 한 상점에서 저렴하게 나온 것이 있어 구입했습니다(물론 인터넷 쇼핑으로). 휴대용 케이스를 연 다음 들어 올려 연주하는 형태고요. 수공예품이 이렇게 정교한데 놀랐습니다.

제 곡에 이 악기를 쓰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구조를 들여다보고 연주도 해보며 마음의 평정을 얻었습니다:) 하모니움의 소리는 풍금 소리인데, 발이 아닌 한쪽 손으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해 주로 한 손으로 연주합니다. 한 음이나 화음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어 명상 음악에도 자주 쓰이죠.

저는 상자 안에 정교한 장치를 넣은 악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더구나 이 하모니움은 오르간들이 그렇듯 건반이라는 장치가 바람의 흐름을 조정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링크 - 하모니움 반주의 만트라)

 

🌿 가까운 소식

🦆 김목인의 전국책방투어 - 9/3 서울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을 시작으로 전국 8개 서점에서 투어를 시작합니다. 매진 행렬, 그러나 아직 잔여표가 남은 곳도 있으니 확인해 주세요:)

예매페이지

 

🦆 4집 <저장된 풍경>의 바이닐(Vinyl)이 예정보다 빨리 발매되어 9월 1일 예약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그 동안 제 LP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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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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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물박사 김민지

    0
    over 1 year 전

    본업은 소개해주신 하모니움 같은 게 아닐까요. 한 음이나 화음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어 명상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그런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바람의 흐름을 조정하기까지 한다면 너무 좋은 본업일 것 같아요. 책 작업은 분명 음반 작업과 다르지만 목인님 앨범을 듣다 보면 책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책에 들어가는 요소들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왠지 계속 사게 되는 출판사 책들처럼요.

    ㄴ 답글 (1)
  • hotdogcoolpug

    0
    over 1 year 전

    거의 한달만에 온 레터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ㅠㅠ 현대 공연 너무 좋았는데 재미공작소를 못 간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여러 업을 하고 계신 모습이 멋집니다! 그것도 다 잘하시니 말이에요.. 노래처럼 디깅을 계속 하고 계시는군여 악기가 너무 예쁘구요... 앨범은 최고로 잘 듣고 있습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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