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일기

작은 기업의 힘, 의사결정과 실행의 시차를 줄여라

미네랄 가스 하나 없는 곳들은 말이죠

2024.01.16 | 조회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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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구하기 나름

개잡부형 사회인이자 무장점 제네럴리스트의 존버와 공부와 삶의 일기

난, 대기업론자다.

적어도 주니어들에겐 무조건 대기업이 더 좋다고 주장한다. 이건 예전에 글도 한 번 썼고. 그 안에 있는 주니어라는 관점에서 그냥 기업체 자체로 관점을 바꿔보자. 혹자는 대기업이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이다라고 하지만 사실 국내 대기업은 그렇게 무시당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대기업은 사실상 이미 이룰 거 다 이루고 (이게 존나 대단함) 유지하면서 잘하면 되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이미 퀘스트 다 깼고 카우방 돌면서 템파밍하고 있는 것. 고렙 사이에서 경쟁하는 것. 여기선 단순히 잘하는 게 아니라 존ㄴㄴㄴㄴㄴ나 잘해야 티가 난다.

이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 감시를 받는다. 금융시장, 정부, 언론, 산업 규제 등등 말이다. 좀만 커지면 언론사는 광고 내놓으라고 지랄하고, 소비자단체도 돈내놓으라고 개지랄하고, 별의별 똥파리가 붙는다. 그냥 똥파리면 상관없는데 국회의원이랑 시민단체가 붙으면 돌아버리는 거다.

연전연승
연전연승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블랙기업이 없고, 잣 같은 일을 당해도 구제가 된다. 한국 사회는 뉴스거리, 관심거리가 되는 회사에서 생긴 피해자들만 구제해주는 것을 잊지 말 것.

스타트업? 야 솔직히 말해서 대기업을 비웃거나 무시하면 안된다. 솔직히 서울에 있는 스타트업 곳 중에서 대기업 1차 하청, 2차 하청, 3차 하청보다 경영 못하고 BM 없는 곳들이 태반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젊은 스타트업 가느나 그냥 빡센 광고 대행사 가는 게 더 안정적일 수 있다. 대기업의 파파괴는 뉴스라도 되는데, 스타트업의 파파괴는 블라도 못 간다.

좀 비아냥대면, 대기업을 이기겠다고 하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는 중소기업이며 동시에 이름만 번지르르 한 곳일 확률이 높다. 인수되거나 상장해서 크게 한탕치려는 곳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 (흑자, 인센티브, 시스템) 이 없을 확률이 높다.

근데 대기업은 왤케 까여요?

사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까는 것도 있고, 동시에 언론은 대기업을 까야만 광고를 받기 때문에 그러는 거다. 언론 홍보팀 없는 스타트업을 욕할래, 삼성전자를 욕할래?

여튼, 대기업은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나름의 규칙과 시스템 (내부구성원이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적어도 1년에 한 번 인사 평가 혹은 결재라도 있잖아?) 이 있다. 동시에 지랄견들도 많다. 외부적으로는 언론과 정부가 지랄해, 내부적으론 사업기획팀, 재무팀, 법무팀, 하다 못해 경쟁 팀장이 지랄한다. 이 말인 즉슨, 어떤 의사결정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에 시간이 존나 오래 걸린다 (대표가 꽂히는 경우 제외).

이게 왜 그러나면... 사실 대기업들은 이미 대한민국 서버 고인물이라서 자기네가 무엇을 잘하고, 어떻게 돈벌면 되는지 다 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신사업부서가 소위 좌천부서기도 하다. 이미 에이스부서 가지 누가 개척자하냐.

스타트업은... 그냥 뉴비다. 우리가 뭘로 돈 벌어야 하지? 우리가 무엇을 잘하지?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모른다. 경영자도 모르고 실무자도 모르고 투자자도 모른다. 미래에 베팅하는 회사니까 그렇다. 세상에 100%는 없고, 스타트업은 BM도 없는 불확실한 기업이니까 그렇다.

이 말인 즉슨, 1) 우리가 뭘로 돈 벌 수 있는지 2)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3)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주 실험해봐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외부에선 조또 관심이 없고, 내부 지랄견들도 없다. 대표가 하자고 하면 하는 거고, 팀장이 하면 하는 거다. 그렇기에 어떤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테스트해보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고, 이는 의사결정으로 요약 가능하다.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해보면

대기업은 본진도 든든하고 멀티도 많다. 미네랄 많고, 가스 많고, 이미 풀업글 유닛 바글바글하다. 그런데, 일꾼 하나 뽑거나 이동 시킬 때마다 컨펌받아야 한다. 님 저희 인구수 꽉찼는데 서플라이디폿필요함 지을게요? 하면 이제 100명이 논의하는 셈. 심지어 이동하려는데 님인터넷모뎀임? 소리 나올 정도로 렉이 있는 상황.

스타트업은 미네랄 없다. 본진 불타서 체력 1씩 깎이는 회사도 있다. 미네랄이 적으면 가스라도 많아야 하는데 다 없다. 심지어 가스캘 리파이너리도 없다. 좆됐다. 일꾼도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그래도 이동하고 건물짓는 데에 논의할 필요는 없다. 1명이 그냥 맘먹고 오더내리고 건물 지으면 된다. 다행히 모뎀 아니고 5G다.

 

실제 경험 썰. 

내가 이전에 있던 회사는 의사걸졍과 실행의 시차가 최소 반 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결정은 정말 작은 단위의 마케팅 플랜 등이 아니라, 정말 조직 단위의 유의미한 의사결정 말이다. 예를 들어, 야 우리 이제 마린만 만들 게 아니라 파뱃과 메딕을 섞자! 라고 결정하고 아카데미 짓는 데에 반 년 걸린 셈. 그래도 실행이 되면 다행이다.

상반기에 아이디에이션 하고, 하반기에 프로젝트 들어가고, 건물 짓는 중인데 갑자기 내년에 예산 깎아야 한다면서 건물 취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산은 있는데 리더가 바뀌어서 취소하고 갑자기 야 우리 테란 아니라 저그야! 이러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은 좀 다르긴 하다. 리더가 오늘 아침에 a를 이야기하면, 오전에 a의 실현가능성과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바로 a를 테스트해보는 게 가능하다 (경험). 좀 더 큰일이라도 주 단위, 월 단위 내로 실험해볼 수 있다. 체계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실행하는 사람이 마도를 잡고 하면 어느 정도 구현은 된다는 뜻이다. 각 체제마다 장단이 있다.

 

요지는, 시차다

자원이 제한됐다면, 아이디어와 실행의 시차를 줄여서 여러가지를 실험해보면서 자신들의 생존 수단을 찾는 게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은 시차가 길더라도, 아다리만 맞으면 광폭행보가 가능한 곳이다 (시차가 존나 길긴 함).

차이는 불안정성이다. 덜컹덜컹대는 불안정성을 감내하지 못한다면 기존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있는 회사에 가는 게 맞다. 아니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고.

그럼에도 삶은 꽂히면 가는 거고, 답은 구하기 나름이며, 중요한 것은 미래를 추론하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웬만하면 맞춤법 틀린 부분 없을 텐데, 있으면 봐주셈. 

본업 : 비밀

부업 :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

기타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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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언

    0
    3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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