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 없는 것 같은데, 무언가 팀의 에너지나 성과가 잘 느껴지지 않을 때. 팀장에게 이만큼 답답한 순간도 없는 것 같다. 처음엔 '기분 탓이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다가 팀원이 퇴사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야 팀워크가 이미 깨져 있었음을 깨달은 적도 많다.
돌아보면 팀이 크게 흔들리기 전에 늘 먼저 나타나는 신호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 신호를 당시에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팀에서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팀 얼라인먼트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첫째, 회의에서 '어떻게'는 사라지고 '왜'와 '네'만 들린다.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팀은 '어떻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같은 질문이 오가며 'what'과 'how'에 토론이 집중된다.
반면 팀 정렬이 잘 안 된 팀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왜 지금 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잦아진다. 아직 목표와 맥락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방향을 수정할 만한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면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논의나 회의에서 how나 what보다 why의 비중이 높다면,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목표와 전략에 정렬되어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한편 건조한 '네'만 반복되는 분위기도 의심할 만하다. 팀원이 능동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보다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질문도 의견도 없이 '네'라는 대답만 이야기한다. 공동의 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주어진 일만 처리하겠다는 자세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험상 아무 의견이나 말없이 알겠다고만 대답하는 사람들 중, 제대로 업무를 이해하고 수행한 사람은 없었다. 특히 스타트업에선 크고 작은 변화가 많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처해 나가는 역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는 없고, '왜'와 '네'만 오가는 회의가 반복된다면, 워크숍이든 비전데이든 1on1이든 멈춰 서서 팀 정렬을 점검하길 권한다.
둘째, 각자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팀원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대답이 팀의 최우선 과제와 다르다면 얼라인먼트를 점검해 봐야 한다. 팀에서 가장 신경 쓰고 중요하게 다루는 일에 팀원도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팀의 리소스를 집중해야 팀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팀원 역시 자신이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상 이런 경우는 팀 전체보다 한두 명에게서 나타났다. 대개 한 사람만 팀의 우선순위 기준과 다른 일에 집중하는 식이었다. 이럴 때에도 팀원 개인의 일탈 내지는 역량 부족으로 판단하기보다, 왜 그 팀원은 그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묻는 게 중요하다. 들어보면 그 팀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그 일이 팀의 최우선 과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조금 더 풀어서 팀에 전체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기준이 어긋나 있으면 바로 잡으면 된다.
과거 토스에선 아무나 잡고 "지금 가장 중요한 지표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모두가 동일한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선순위는 팀원 모두가 조건반사처럼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우선순위에 대해 머뭇거리거나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한다면 팀 정렬을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셋째, 잡담만 많고 일 이야기는 없다.
점심을 먹거나 커피챗을 할 때 혹은 1on1을 할 때, 현재 팀에서 진행하는 주요 목표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캐주얼한 잡담만 나누는 팀원이 있다면 역시 얼라인먼트를 점검해 봐야 한다.
팀과 목표에 강하게 몰입하고 있는 팀원과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일 이야기가 나온다. 팀원의 머릿속에 그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팀원과는 팀장도 대화하는 게 즐겁다. 우리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감각이 팀워크와 동료 의식을 키우고, 서로 의지할 수 있게 만든다.
반면 언제나 농담이나 캐주얼한 이야기만 하는 팀원과는 팀장도 대화하기가 어렵다. 일 이야기를 꺼내도 금세 대화가 가십거리로 돌아가 버린다.
잡담이 무조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절한 캐주얼 토크는 자연스러운 윤활유 역할을 하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캐주얼 토크는 어디까지나 마중물이다. 결국 우린 일로 만난 사이이고, 일과 관련된 대화가 메인 디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땐 억지로 일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얼라인먼트를 높이는 장치를 통해, 이 팀원의 머릿속 우선순위를 팀의 우선순위와 자연스럽게 일치시키는 게 먼저다. 팀의 목표가 충분히 도전적이고, '나도 여기에 이만큼 기여할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 팀원도 잡담보다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고민하는 쪽이 훨씬 재밌다고 느낄 것이다.
세 신호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방향을 두고 다투는 팀은 오히려 얼라인이 살아 있는 편이다. 정말 위험한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예전에는 이런 신호를 잘 알아차리기 어려웠고, 알아채더라도 대개는 개인의 의욕이나 컨디션, 역량 문제로 넘겼던 것 같다. 물론 개인의 문제인 경우도 있으나, 팀장이라면 처음엔 의욕 넘치던 사람이 왜 지금처럼 됐는지, 그 이면의 구조를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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