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구독자 님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이 할 사람으로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화하고 싶으신가요? 바보 같은 짓이라며 나를 말려주는 친구보다 그거 정말 웃기다며 나도 할래! 하고 동참해주는 친구가 더 귀한 편이죠. 오늘 레터에서는 문상훈이 속한 빠더너스가 수입하고, 타블로와 타블로의 딸 하루가 번역한 것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이하 <너바나 더 밴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B급을 가장한 A급 영화의 맛을 느껴볼까요?



<너바나 더 밴드>의 주인공 맷과 제이는 토론토의 공연장 ‘리볼리’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밴드입니다. 그들은 꿈을 가진 채 17년이 지났고 아직도 리볼리 무대에 서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맷에게는 언제나 계획이 있습니다. 맷은 CN타워 꼭대기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한 뒤, 바로 아래의 스카이돔으로 들어가 수많은 관중 앞에서 리볼리 공연을 선포해버리자고 해요. 멧과 제이는 누가 들어도 허무맹랑한 이 계획을 실행하고, 역시 처참히 실패하죠. 맷은 다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두 번째 계획, '타임머신' 아이디어를 냅니다. 하지만 제이는 이제는 꿈을 포기할 때가 왔음을 직감하죠. 맷의 타임머신은 실제로 작동하게 되고 둘은 갑자기 2008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과거로 돌아간 이 두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영화는 그들의 시간 여행을 단순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너바나 더 밴드>는 사실 2008년 웹시리즈 영상으로 시작했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는 17년 전 찍은 영상과 지금 영상을 합쳐서 만든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태로 제작되었죠.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은 거창한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설정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두 사람은 매우 허술하고 황당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도 과거와 현재를 맘껏 넘나들며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B급 감성 표방하는 영화의 매력에 빠져 들 수 있어요.

<너바나 더 밴드>를 보다 보면 익숙한 장면들이 눈에 띄죠. 번개를 이용해 시간여행을 시도하는 장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설정, 역사를 바꾸려는 주인공들의 분투까지. 이는 모두 1985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향한 노골적인 오마주에요. <백 투 더 퓨처>는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대중적인 오락영화로 풀어내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대부분의 시간여행 영화 문법은 이 작품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화 속에서 <백 투 더 퓨처>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작품은 모두 ‘과거를 바꾸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부모의 과거를 바꾸며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 하고, <너바나 더 밴드>의 맷과 제이 역시 과거를 바꾸어 자신들의 현재의 목표를 이루려고 하죠.
그러나 두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입니다. 결국 그들에게 시간여행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현재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되죠. 그런 의미에서 <너바나 더 밴드> 속 <백투더퓨처>는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40년 전의 영화를 통해 시간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속에서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2008년’이라는 특정한 시기가 생생하게 복원되고 있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2008년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SNS의 일상 지배가 본격화되기 이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혼란스러운 시기예요. 그럼에도 문화적으로는 인디 음악과 독립 문화가 활발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2008년을 ‘인터넷이 완전히 세상을 바꾸기 직전의 마지막 시기’ 로 기억하기도 하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시간여행 장치로 활용되는 음료 ‘Orbitz’입니다. 형광빛 액체 속에 젤리 알갱이가 떠다니는 독특한 디자인의 음료로, 2008년 당시에는 미래지향적인 상품으로 보여졌죠. 과거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의 물건’이 오늘날에는 오히려 복고적 소품으로 소비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또한 영화에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작품에는 실제 2008년도에 촬영된 웹 시리즈 영상이 사용되는데요. 낮은 해상도와 흔들리는 캠코더 화면은 오늘날 사용하는 전문적인 카메라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너바나 더 밴드>는 바로 여러 소품과 연출들을 통해 그 시대의 공기를 스크린 위에 복원해냅니다. 그렇게 2026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2008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너바죠.

<너바나 더 밴드>에서 2008년을 추억하는 것처럼 최근 패션과 소비 트렌드에서도 과거를 향한 향수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올해 대표적인 SNS 키워드로 ‘back to 2016’가 부상하고 있어요. 체인스모커스 노래가 사방에서 흘러나오고, 스냅챗 강아지 필터 포즈로 셀카를 찍어올리며 저스틴 비버와 드레이크가 플레이리스트를 장악하고 있는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죠. 올해 초 틱톡에서는 ‘2016’ 키워드의 검색량이 452% 급증했으며, 해당 연도의 이름을 딴 필터를 낀 영상이 5,500만개 이상 제작되기도 했어요.

패션 트렌드에서도 과거에 대한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올해 여름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는 카프리 팬츠, 로우라이즈 진, 민트색 의류와 같은 아이템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이 아이템들이 어디서 왔나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2010년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올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고, 오래된 웹디자인과 그래픽 스타일을 다시 불러오며 자신을 표현하고 있어요.
2008년은 인터넷이 이미 일상에 자리 잡았지만, 아직 알고리즘과 SNS 플랫폼이 삶에 완전히 들어오기 이전의 시대였습니다. 또 2016년은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결국 두 시기 모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던 것이죠.
세상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특히 향수에 젖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두 시기에서 찾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너바나 더 밴드>와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들처럼 과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난 금요일, 연희동에 위치한 책방 온유어마인드에서 69개의 새로운 책갈피를 모아볼 수 있는 특집 기획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로 벌써 6번째를 맞이했다고 하는 이번 기획전은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이 매년 같은 형식 안에서 다시 만나는 자리라고 하는데요.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온유어마인드 또한 직접 책갈피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책을 지면삼아 위로 올라오는 플라스틱 재질의 집 모양 책갈피는 이번 기획전 '69개의 책갈피 2026'을 통해 처음 공개한다고 해요.
기획전은 이번 달 29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새로 책읽는 맛을 들이고 싶은 리드나이터에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이고 책갈피도 장만할 수 있는 이번 기획전을 추천드립니다. 혹시 69개나 되는 책갈피 중 어떤 친구를 데려올지 결정하기 어렵다면, 두 가지 질문을 담은 책갈피 테스트를 통해서 조금 더 쉽게 고를 수도 있어요! 하나 둘 나이를 먹어가며 잊어버렸던 책 읽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기획,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이 참 반갑습니다. 리드나이터가 기대하고 있는 책과 관련된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국내외 박스오피스 화제작 <백룸>의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품은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사진에서 시작된 기묘한 공간, '백룸' 괴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작품의 세계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어요.
배급사인 A24는 백룸의 비주얼을 담은 옥외 광고 뿐 아니라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테이프를 설치하는 과정을 담은 푸티지 영상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는데요. 세트장을 꼭 닮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와 백룸에서의 디제잉 퍼포먼스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이나 극장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작품의 세계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백룸 괴담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의 좌표를 모아둔 백룸맵과 영화 속 공간의 벽지를 실물 굿즈로 출시하면서 백룸을 재현해볼 수도 있어요.
이런 백룸과 같은 익숙하면서도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리미널 스페이스'라고 하는데요. <트루먼 쇼>의 인공적으로 현실처럼 보이도록 꾸며진 세트, <비바리움>의 무한히 반복되는 듯한 같은 모양의 주택단지 등이 영화 속 '리미널 스페이스'로 볼 수 있어요. 구독자님은 어떤 곳에서 익숙하면서도 위화감을 느끼시나요?

여러분은 과거로 돌아갈 타임머신이 생기면 누구한테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은가요?
- 에디터 이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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