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23시, 구독자님의 밤은 어땠나요? 갑작스럽게 언론을 통해 선포된 비상계엄령으로 걱정 가득한 밤을 보내셨나요? 12월 4일 새벽 4시 30분이 되어서야 해제된 45년 만의 계엄은 야권(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박근혜 정부 이후 8년 만의 촛불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칠흑 같은 밤에 우리에게 벌어진 이번 사태는 레터가 발송되는 지금도 한국 경제와 국제 정세에 큰 여파를 미치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1980년 비상계엄 속 광주에서 발생했던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를 소재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과거의 계엄과 오늘의 계엄이 보여주는 다른 양상에 주목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시작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입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 후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던 시점에, 전두환과 노태우의 하나회를 중심으로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는데요.
수많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화를 외쳤고, 이후 반란군은 대중운동을 사회 혼란으로 규정했습니다. 결국 5월 17일 24시에 전국적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새벽 2시에 국회는 봉쇄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군부는 포고령에 저항하는 모든 세력을 '적색분자', '불순세력', '폭도'로 규정하고 무차별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택시운전사>에서는 삼엄한 감시 속에서 광주의 참상을 직접 취재하여 세계로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광주의 한 택시기사 김사복의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당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어떤 이유로 5.17 계엄과 광주민주항쟁이 역사 속에 짙게 남게 되었는지 낱낱이 파헤쳐볼까요?
비상계엄이 전국적으로 퍼지며 특수작전임무를 수행하는 군사 조직인 공수여단은 대학을 점거하며 물리적으로 탄압했습니다. 광주의 요충지였던 '금남로'에서 18일부터 발생했고, 경찰은 최루탄 등을 사용해 이들을 진압했습니다. 군 지휘부는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 체포 명령을 내렸고, 공수부대는 진압봉에 대검까지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했어요.
19일에는 계엄군 장갑차를 공격하던 시민이 군인의 총상으로 사망했고, 4~5만 명의 시위대가 계엄군과 대치한다는 사실에 군은 시위대를 '난동자'로 간주하고 부대에 실탄을 배부했습니다. 그 후 공수부대는 광주 시청과 광주역 일대에서 시민들을 총살했고, 시신을 발견한 시위 참여자들 10만 명이 거리에서 계엄군과 대치하며 사과 및 공수부대 철수 등을 요구했어요.
그러나 해당 요구는 수용되지 못했고,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를 시작으로 자체 무장한 시민들과 계엄군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공수부대는 광주 시내와 인근 외곽을 포함한 경계 내 모든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그 누구라도 벗어나거나 이동하는 민간인이 발견되면 또한 사살했습니다.
계엄군의 철저한 보도 통제로 현지 취재가 아닌 계엄군의 발표문에 따라, 석간지였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사태를 '광주 일원 데모 사태' 등의 평범한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태에 대해 정확한 설명 없이 가짜 뉴스가 왜곡되어 퍼지기도 했어요. 시간이 흐르며 특별 취재반에 의해 자세한 상황이 설명되기는 했으나, 당시 언론은 총기 탈취, 방화 등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행태 를 보이기도 했어요. 그 뿐만 아니라 경찰, 군인, 시민의 부상 및 사상자 수에만 집착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 대신 '광주의 아픔'이라는 이미지를 부각 시키기도 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한국 언론 사이에서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필름이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녔던 것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언론에서 왜곡하여 이야기하는 '폭도가 점령한 광주'의 모습이 아닌 '계엄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광주'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법제처에서 2010년에 발간한 <헌법주석서>에서는 "행정만 현저히 수행이 곤란한 경우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못하고 (중략) 전시라 해도 행정 및 사법 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이상 당연히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는 비상계엄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서 선포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근거가 되는데요.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정해진 계엄의 타당성을 충족시키지 않고, 헌법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와 국회의 정부 예산 삭감 등을 계엄 이유로 들었으나 이는 사회 질서를 극히 위협하는 요소가 아닐 뿐더러 의회와 행정부 간의 정치적 갈등이 주된 배경이었어요.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미애 의원은 지난달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비서실에서 계엄 선포에 대비한 계획 문건을 사전에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입수한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5.17 당시 공포된 '계엄공포령 10호 전문'이 첨부되어 있었고, 당시 포고문과 거의 동일하게 '위반자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 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14조에 의해 처단한다'로 마무리하고 있음 을 확인할 수 있어요.
따라서 이번 12.3 비상계엄이 긴급 선포한 계엄이 아니라 올해 3월부터 계획되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며, 결국 헌법에도 어긋나는 위법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계엄군은 계엄사령관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단체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미화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에요.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은 폭력을 서슴지 않았던 5.17 계엄군과 달리 일부 군이 부당한 명령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시민을 물리적으로 탄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보다 더 큰 차이는 과거 수도권역 시민들이 오롯이 철저하게 통제된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만 광주 현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이번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앞에서 시민들을 가로막고, 국회의원이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고, 장갑차가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것을 SNS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추미애 의원의 문건 공개와 한뜻의 사람들이 국회로 나서서 함께 민주주의를 행사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것도 결국 미디어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만약 언론이 제대로 통제되었다면 그 후가 어떻게 흘러갔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이번 비상계엄을 가벼이 여길 수 없고, 역사를 바로 알고 진중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2030 세대는 계엄과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과정을 역사를 통해 배웠어요. 강압적인 무력에 맞서 몸이 부서져라 싸워본 적은 없지만, 촛불이 가득했던 광화문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음을 눈으로 보고 경험한 세대임은 명확하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는 국민이니까'라는 마음에서 시작해 그들이 가진 것중 가장 소중한 응원봉을 들고 나와 목놓아 외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에 부디 민주 국가가 응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관련된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웨이브와 넷플릭스, 티빙 등 OTT에서 과거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 시청이 급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웨이브에 따르면 12.12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서울의 봄> 시청 시간은 874.3%,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는 1108.7% 상승했다고 합니다.
두 작품 외에도 ‘화려한 휴가’, ‘5월의 청춘’, ‘1987’ 등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는데요. 해외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튜브 영화는 <서울의 봄>과 <택시운전사>를 무료 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시청이 어렵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니,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리드나이터는 참고해 주세요!
지난 10일, 주류 마케팅 기업 주나라가 술 게임 ‘아파트 APT’의 이름을 딴 ‘APT 증류주’를 출시했습니다. 해당 게임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노래 ‘APT’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는데요.
양금용 주나라 대표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더 나아가 K-술맛을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품의 핑크색 띠지에 그려진 흰색 아파트와 번개 그림은 뮤비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APT 증류주’는 SSG 닷컴과 이마트 24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리드나이터는 방문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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