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세이

폭설 내린 시골이 따뜻한 이유는

12월 8일 월요일의 한쪽편지

2025.12.08 |
from.
임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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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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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당신에게.

 

지난주에는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첫눈이라기엔 좀 과했지요.

폭설로 여기저기 불편을 겪은 곳이 많았습니다.

 

서울에 살 때는 눈이 오는 게 좋았는데

시골로 이사온 뒤부터는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예쁘긴 한데, 저걸 또 언제 치우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게다가 버스도 자주 안 다니는 동네라서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눈길 운전이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요.

 

첫눈을 가장한 폭설이 내리던 날,

하필 그 시간에 귀가를 해야 했던 저는

집까지 가는 언덕배기를 20km/h로 지나면서

운전대를 너무 세게 잡았는지

집에 도착하니까 목덜미 근육이 뻐근.

 

(차라리 여기가 스키장이었으면 좋겠어...)
(차라리 여기가 스키장이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보다 더 걱정된 건

이 길이 밤새 얼어붙지는 않을까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5시30분에 나가야 했거든요.

원래 계획보다 일찍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긴장된 마음으로 조심조심 차를 몰고 나오는데

커브를 트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누군가 밤새 길을 치워놓았네요. 

 

버스가 다니는 큰길이라면 

제설차가 다녀갔구나 하겠지만, 

여기는 제설차가 오지 않는 좁은 마을길.

게다가 치워진 흔적을 보니 

사람이 직접 눈삽으로 밀어낸 자국이네요.

 

지나가다 보니 마을회관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뉘신지는 몰라도 지금 저기 계신 분들이

밤새 고생해가며 눈을 치워주셨겠지요.

따뜻한 차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일단은 마음만 감사를 외치며 지나왔네요.

 

눈이 내리면 시골마을은 바빠집니다.

혼자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들을

서로 도와가며 조금씩 해치워야 하거든요.

 

산 아래 주민들은 윗동네 이웃들에게

기꺼이 마당을 주차공간으로 내어주고,

누가 뭐랄 것 없이 나와서 눈을 치웁니다.

그렇게 힘든 일이 끝나면 누군가는

따끈한 믹스커피와 떡을 내오지요.

 

(좀 귀찮지만 따뜻한 동네단톡방)
(좀 귀찮지만 따뜻한 동네단톡방)

 

누군가는 시골이 그놈의 '텃세' 때문에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도 하지요. 

아마 그런 곳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아직까지 그런 걸 못 느낀 것도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이었을지 모르고요.

 

사실 저는 동네 이너서클(?)에서 한발 물러나

조용히 구경만 하는 외지인 1인이거든요.

오히려 저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으로는 늘 미안하고 감사한데

먼저 끼어들기 부끄러워서 가만 있는 편.

 

어쨌든 사람끼리 부대끼는 모습이

저는 아직 정겹고 좋습니다.

이곳에 얼마나 더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머무는 동안에는 그 정을 실컷 느껴보렵니다.

 

(눈이란 원래 실내에서 볼 때 예쁜 것) 
(눈이란 원래 실내에서 볼 때 예쁜 것) 

 

 

...

춥지만 예쁜 시골의 겨울을 즐기는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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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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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와케이크의 프로필 이미지

    커피와케이크

    0
    14 days 전

    아이고. 동네 주민분들께 제가 다 감사합니다. ㅠㅠ 커피믹스라도 보내드리고 싶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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