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클로드야, 우리 아까 분명히 약속했잖아..."
얼마 전, 클로드와 함께 가벼운 메모앱을 하나 만들 때였어요. 분명 시작은 "심플한 텍스트 메모장"이었는데, 한 시간쯤 지나니 클로드가 갑자기 제 허락도 없이 화려한 이미지 첨부 기능과 소셜 공유 버튼을 달고 있더라고요.
"이건 기획에 없던 거잖아? 빼줘"라고 하면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이미 비대해진 코드 여기저기서 버그가 터지고, 그걸 고치라고 하면 "네, 수정했습니다!"라고 외치지만 정작 중요한 저장 기능이 작동 안 하죠. 결국 "이거 진짜 잘 만든 거 맞아?"라고 물으면 자기가 만든 거라 무조건 완벽하다고만 합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속도는 놀랍지만, 그 1에서 100으로 다듬어가는 과정은 기획자에게 고문의 시간과 다름없었습니다. AI가 프롬프트를 받자마자 설계도 없이 코딩부터 시작하니 발생하는 문제였죠.
2. Superpowers "기획 좀 하고 코딩하시죠"
이런 갈증 속에서 등장한, 현시점 무려 18만 8천개의 스타를 받고 있는 Claude Code 플러그인[1] Superpowers는 단순히 코드를 잘 짜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1. Superpowers는 스펙 먼저 물어보고, 나중에 코드 짭니다.
일반 AI 코딩 도구에 "메모앱 만들어줘"라고 하면 바로 주르륵 코드부터 씁니다. Claude에 Superpowers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같은 요청에 대해 이렇게 흘러가요.
먼저 brainstorming 스킬[2]이 발동돼서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요구사항을 캐내요. "로컬 저장이에요, 클라우드예요?", "검색 기능이 필요한가요?", "마크다운 지원할 거예요?" 하나하나 짚어가면서요. 그렇게 정리된 스펙을 기획서로 만들어주고 승인을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 다음엔 writing-plans 스킬이 그 스펙을 받아서 주니어 개발자도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개발 구현 플랜을 작성해요. 이 플랜에 OK를 해야 비로소 코드 작성이 시작됩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AI로부터 제대로 된 기획서를 역제안 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평소에 개발자와 소통할 때 "이건 어떻게 처리하지?" 하고 막혔던 지점들을, AI가 먼저 물어봐주는 거예요.
2. 스펙이 "휘발되지 않는 문서"로 저장됩니다.
더 좋았던 건,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그냥 대화창에 띄우고 끝내는 게 아니라 파일에 저장한다는 점이에요.
때문에 세션이 바뀌어 AI의 기억이 리셋되어도, AI는 저와의 대화를 잊지 않고 약속했던 스펙을 정확히 지켜나갑니다. 뒤에서 일할 서브 에이전트들도 이 문서를 같이 참고하고요. 사람이 나중에 "이거 스펙대로 만들어진 거 맞아?" 검증할 수 있습니다.
3. "스펙을 준수했는지"를 별도로 검증합니다.
일반 Claude는 한 세션에서 기획도, 구현도, 검증도 다 합니다. 그러니까 컨텍스트가 오염될 수밖에 없어요. 자기가 짠 코드를 자기가 평가하니까 "잘 됐어요"라고만 하고요.
Superpowers는 작업마다 새로운 서브 에이전트를 띄우고, 그 결과물을 별도의 리뷰어 서브에이전트가 2단계로 검수합니다. 먼저 스펙 준수 여부를 보고, 그 다음 코드 품질을 봐요. 코드 품질보다 스펙 준수를 먼저 본다는 게 핵심이에요. 일반 AI 코딩 도구에는 이런 검증 단계가 아예 없어요. "AI가 두세 시간 자율적으로 일해도 계획에서 안 벗어난다"는 게 이 도구의 셀링 포인트예요.
3. 그래서, 같이 Superpowers로 한 번 만들어봐요.
말로만 설명하면 뭐가 좋은지 와닿지 않으실 것 같아서, 직접 메모앱 하나를 만들면서 보여드릴게요.
1. 먼저 설치하고 둘러볼게요.
먼저 Superpowers 플러그인을 설치합니다.
/plugin install superpowers@claude-plugins-official설치 후에는 잘 활성화되었는지 확인해보세요. 아래 명령어를 입력하면 열리는 창에서 superpowers가 enable 상태라면 정상적으로 설치된 것입니다.
/pluginSuperpowers가 제공하는 스킬 목록은 여기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스킬들은 자동 발동되기 때문에 별도 사용 방법이랄 것도 없습니다. 설치만 하면 클로드가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판단해서 스킬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이 버그 고쳐줘"하면 systematic-debugging 스킬이 자동 적용 될거고, "코드 리뷰해줘"하면 requesting-code-review 스킬이 자동 적용 될거고, "새 기능 만들어줘"하면 brainstorming 스킬, writing-plans 스킬, executing-plans 스킬이 순서대로 자동으로 적용될거예요.
2. Superpowers 쓸 때 vs 안 쓸 때
Superpowers 플러그인을 쓰지 않고 그냥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먼저 확인해 볼게요. 아래 명령어를 입력해서 잠시 Superpowers 플러그인을 비활성화했습니다.
/plugin disable superpowers그리고 요청해봤습니다. 1초 만에 코드를 뱉어냅니다. 빠르지만 제 의도는 실종된 상태죠.

이번에는 아래 명령어로 다시 플러그인을 활성화시키고 동일한 요청을 해보겠습니다.
/plugin enable superpowers곧바로 brainstorming 스킬이 발동하며 요구사항을 꼼꼼히 체크합니다. "웹 앱? 네이티브 앱? 어떤 형태로 만들고 싶으세요?", "데이터는 어떻게 저장할까요?", "필수 기능은 어떤 것 생각하세요?"와 같이요.

4. 본격적으로 만들어봐요.
좀더 쉽게 보여드리려고, 이제부터는 CLI[3]가 아닌 Claude Code Desktop의 </Code> 환경에서 진행할게요.
1. 먼저 질문이 쏟아져요 — 브레인스토밍 단계
동일하게 "메모 앱을 만들고 싶어"라고 요청을 넣어볼게요. 바로 brainstorming 스킬이 발동돼서 질문 세례가 시작돼요.

이 단계에서 이미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요. "아, 내가 메모앱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건 결정 안 했었구나" 싶은 지점들이 줄줄이 나오거든요. AI랑 대화하면서 제 기획이 더 또렷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질문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런 화면이 뜨면서 Visual Companion 기능을 쓰겠냐고 물어봅니다.

Visual Companion은 Superpowers 플러그인의 brainstorming 스킬에 포함된 기능인데 브레인스토밍 중에 AI가 "이건 보여드리는 게 낫겠다" 판단하면 (목업, 다이어그램, 레이아웃 비교 등등에서) 브라우저에 띄워서 보여주는 동반 도구예요.
기술적으로는 로컬에 작은 HTTP 서버를 띄우고, Claude가 HTML 파일을 쓰면 자동으로 브라우저로 서빙해주는 구조예요. 만들어진 HTML 로컬 파일은 브라우저(예: http://localhost:64816)에서 확인할 수 있고, 우측의 Launch preview 패널에서도 보입니다.
유저는 어떤 안이 더 좋은지 텍스트로 답변할 필요가 없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클릭으로 선택도 되거든요.


지금까지 AI랑 디자인 얘기할 때 가장 답답했던 게 "이런 느낌으로 가고 싶은데 텍스트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것" 이었거든요. Visual Companion 기능은 그 답답함을 해소해줘요. "이 레이아웃이 좋아요"를 텍스트로 안 쓰고 그냥 해당 목업을 클릭하면 끝이에요. PM이 디자이너랑 일할 때 하는 행동을 그대로 AI랑 할 수 있는 거죠.
Visual Companion 기능은 Superpowers의 일관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더 빠르게"가 아니라 "AI가 사람과 더 잘 협업하도록" 만들겠다는 철학이요.
2. 이제 기획서를 작성해서 보여줍니다.
질문이 다 끝나면 스펙을 정리해서 기획서를 작성해 줍니다. 완료되면 커밋도 해서 한 눈에 볼수 있게 해줘요.
엣지 케이스까지 정의된 문서를 보니 제가 쓴 것보다 낫더라고요. 저는 기획서에 기술 스택이나 데이터 구조를 이렇게 자세하게 작성해드린 적이 없는데, 이렇게 했으면 개발자, 디자이너 분들이 정말 좋아하셨겠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OK라고 하면 다음 단계인 구현 계획(writing-plans)으로 넘어가겠대요. 몇가지 수정하고 싶은 스펙을 수정한 다음에 넘어가요. 커밋된 파일이 궁금한 분이 계실것 같아 개인 🔗 Github Gist[4]에 올려두었습니다.
3. 구현 계획서를 작성해서 보여줍니다.
writing-plans 스킬을 사용해서 구현 계획을 작성한대요. 그러고는 또 커밋해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올려줍니다. 기획자로서 이런 거 항상 궁금했었는데, 알려주는 개발자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도대체 무슨 순서로 만들 거야?", "이건 어디 파일에 들어가는 거야?" 같은 것들이요. 이렇게 풀어서 보여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작업도 그냥 우당탕탕 하는 게 아니에요. 각 작업은 2-5분 단위 단계 (테스트 작성 → 실패 확인 → 구현 → 통과 → 커밋)를 거쳐요. 아주 체계적이고 믿음직합니다. 이것도 🔗 Github Gist에 올려두었으니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은 확인해 주세요.
4. 이제서야 드디어 구현한다고 합니다.
구현 방식을 고르라고 해요. 저는 Superpowers의 강점인 Subagent-driven 방식을 선택했어요. 작업마다 새 서브 에이전트를 띄우고, 그 사이사이에 리뷰가 들어가는 방식이에요. 빠른 반복과 컨텍스트 격리가 가능해서 추천된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시간은 오래 걸려요. 토큰도 살살 녹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몇 가지 테스트해보고, 발견한 버그 제보해서 수정해서 완성했습니다.
제가 만든 결과물은 개인 Github에 올려뒀으니 최종 결과물이 궁금하신 분들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C 웹 환경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5. AI 코딩 시대에서 Superpowers가 의미하는 것
요즘 AI 코딩의 가장 큰 문제는 "프로토타입은 되는데, 프로덕션엔 못 쓰겠다"가 아닐까요? "바이브 코딩"이라며 그냥 던지면 알아서 만들어주는 흐름이 한동안 강했는데, 막상 실서비스로 올리려니 곳곳에서 무너집니다. 합의 안 된 기능이 끼어 있고,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추적이 안 되고, 기획이 조금 바뀌면 와르르 망가지고.
그래서 요즘 다시 떠오르게 있는게 스펙 드리븐 개발 방식(Spec-Driven Development)이에요. 코드가 진실이고 문서는 부산물이던 관계를 뒤집어서, 스펙을 원본으로 두고 코드는 거기서 파생되는 산출물로 취급하자는 접근이죠.
문제는, 이 개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결국 사람이 의지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었다는 거예요. "스펙 먼저 쓰자"고 모두가 동의해도, 급하면 그냥 코드부터 짜는 게 현실이었죠. Superpowers는 이걸 AI에게 구조적으로 강제하는 프레임워크로 풀어냈고, 그래서 기획자 입장에선 다음 세 가지가 가능해져요.
1. AI 코딩해도 AI가 합의 없이 폭주하지 않아요.
일반 AI 코딩 도구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말 안 한 것까지 알아서 만든다"는 거예요. 기획자가 "메모앱"이라고 하면 어떤 AI는 댓글 기능까지 만들고, 어떤 AI는 검색 기능을 빼먹어요. Superpowers 플러그인을 쓰면 스펙에 명시된 것만, 명시된 만큼만 만들어요. 기획자 입장에선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이 가능해집니다.
2. AI 코딩해도 "왜 이렇게 만들었어?"가 추적이 가능합니다.
구현된 모든 항목이 스펙의 어떤 요구사항에서 왔는지 연결돼요. 기획자가 나중에 "이 기능 왜 들어갔지?"라고 물으면, 스펙의 어느 줄에서 비롯됐는지 답이 바로 나옵니다. 그냥 AI는 "그때 이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정도밖에 답을 못 하는 것과 비교되죠.
3. AI 코딩답게 기획자가 코드를 안 봐도 됩니다.
검증을 스펙 레벨에서 할 수 있어요. "이 스펙 요구사항이 충족됐는지" 보면 되니까 코드를 한 줄도 안 읽고도 품질 검증이 가능한거죠. 비개발 PM한테는 이게 진짜 결정적이에요.
AI가 코드를 짜는 게 쉬워질수록, 진짜 병목은 "뭘 만들지 정확히 정의하는 일"로 옮겨갑니다. 그건 원래 기획자의 영역이에요.
바이브 코딩 시대에 "기획 없이 그냥 만들어!"가 잠깐 유행했지만, 결국 프로덕션 품질이 발목을 잡으면서 기획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흐름이 시작됐다고 느낍니다. Superpowers는 그 흐름의 가장 앞에 있는 도구고, 기획자/PM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단순한 코딩 보조 도구가 아니라 AI 시대에 기획자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프레임워크가 아닐런지요.
📮 다음 호 예고
[15호] AI로 자료조사할 때 자유를 주면 안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장 조사와 경쟁사 분석에서 AI의 정확도는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막느냐'에서 결정됩니다. 리서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프롬프트에 넣는 제약 조건들을 다음 호에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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