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e스포츠 산업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브랜드 '더 케스파(THE KESPA)'를 공식 런칭했다고 합니다.
더 케스파는 올해 총 7개의 세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항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LCK 프로게임단이나 게임사, 프로덕션 등 취업을 희망하는 다수의 취업 준비생들이 주목하는 세부 항목은 '참여형 실습'과 '행정특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 'e스포츠 취업생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스포츠 취업에 대한 높아지고 있는 관심
최근 e스포츠 취업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양한 곳에서 e스포츠 취업과 관련된 강의, 컨설팅 등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협회가 보도자료 초반부에 "공공 영역에서 진행하는 통합형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 LCK 프로게임단이 직접 운영하는 아카데미 산하에서 이루어지는 직업 교육 및 컨설팅은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퀄리티는 물론이고 일부 수강생을 인턴십으로 채용하는 등 실제로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과 혜택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직접 수용을 못하는 경우에는 다른 팀에 인턴 면접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도 이런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서울청년센터가 지난 해 'e스포츠 취업 트랙'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안산시에서 디플러스 기아, 젠지, 광동 프릭스와 연계되는 'e스포츠 산업 인력 양성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협회도 더 케스파 런칭에 앞서 토크콘서트나 대학생 리더스 운영을 통해 e스포츠 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나 지원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왔습니다.
저도 한 프로게임단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e스포츠 취업을 희망하는 수강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연한 기회로 취업 희망자들과 업계의 주니어 분들 다수가 소통하고 있는 'ESSR'이라는 디스코드 서버에 들어가 그 분들의 뜨거운 열정을 피부로 느끼기도 했었죠.
좋은 인재가 몰린다는 것은 e스포츠 산업이 그 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입니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 대회는 팬이 줄어드는 것보다 대회에 출전할 신인 선수층이 줄어드는 것이 더 위험한 신호라고들 말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e스포츠 산업은 많은 신인들이 대기 중인 유망한 산업인 셈입니다.
e스포츠 취업의 현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취업은 어렵습니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e스포츠 업계는 인재채용 빈도수가 적고, 비정기적입니다. 많은 지원자들은 LCK 프로게임단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LCK 프로게임단은 매년 적자 운영을 하고 있어서 필요한 만큼 인재 채용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때 LCK 팀들은 풍족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며 몸집을 크게 불렸던 적이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적자폭이 심해지면서 다시 규모를 줄이는 팀들도 있습니다.
LCK 프로게임단 외에 다른 종목의 게임단, e스포츠 종목을 운영하는 게임사, 한국e스포츠협회, 지자체 거점 경기장과 관련 진흥원, e스포츠 대회 운영 및 제작사, 서드파티 등 취업처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인재를 수급하지 않고, 취업 정보를 알기 어렵습니다.
e스포츠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반면, e스포츠 산업의 자생력, 수익성은 몇 년전부터 계속 위기인 것도 사실입니다. 업계에 돈을 잘 버는 곳이 별로 없는데 정기적으로 신입 사원을 꾸준히 뽑는 곳이 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긴 합니다.
취업을 했다고 해서 한숨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은 인턴십이 많은데요.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잠시 경험을 쌓고 다시 취업 전선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하는 경우도 있고, 재계약을 기대했으나 되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턴십이 아니더라도 e스포츠 관련 기업들은 아직 업력이 길지 않아서 조직이 안정화되지 않거나, 시니어나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이상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업계 특성상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게 되거나, 불명확한 역할 설정이나 사람과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도 꽤 많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e스포츠 업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는데요. 지원자들은 주로 e스포츠의 화려한 면만 보고 '덕업일치'를 위해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각과 다른 현실에 놀라거나, 실망하는 정도가 더 큽니다.
취업생 교육이 반드시 말해줘야 하는 것
-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도 없는데 무슨 취업 교육이냐~
- 실효성 있는 취업 교육을 위해서 각 기업들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더 고민해라~
취업 교육들을 상대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이죠? 제가 아마 그냥 e스포츠 업계에서 계속 기자만 했었다면 진짜 저렇게 말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안 그럴겁니다. 세상에 취업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이 가능한 업계는 없으니까요.
저는 프로게임단을 직접 경험했었고, 지인 또는 다른 기업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가 처한 현실이 생각보다 어렵고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상적인 말은 얼핏 그럴듯 하지만 막상 이해당사자들에게는 '하나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밖에 안 들릴 겁니다.
최근 정말 많은 곳에서 'e스포츠 취업생'을 타겟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취업 교육은 수익을 위한 컨설팅 비즈니스일 수도 있고, 공공영역의 사회 공헌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취업 교육이 의미있고, 알차고, 좋다라고도 할 수 없죠.
다만, 저는 이런 교육 과정들이 수강생들에게 반드시 알려주어야 할 내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e스포츠 업계의 현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입니다.
올해 초 취업생 특강을 의뢰 받았을 때 저는 담당자에게 '우리 업계가 이 수강생들을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인데, 취업생 교육이나 특강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놀라운 답변을 받았습니다. 'e스포츠 업계의 현실과 실제 일하며 느낀 어려움, 한계점이나 부당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e스포츠 취업이 특히 어렵기 때문에 희망자들은 더욱 더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요.
간혹 취업 교육 비즈니스나 프로게이머 아카데미 등이 참가자나 교육생들에게 '희망'을 파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교육은 분야의 다름을 넘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고 좋은 것만 공부하지 않았던 것처럼 취업 교육 또한 그래야 하는 것이죠.
알면서도 도전하는 것과 모르면서 달콤한 꿈을 쫒는 것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특강에서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e스포츠 업계의 밝은 면과 어려운 면을 최대한 말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더 케스파'에 대한 실제 반응
앞에서 제가 최근 e스포츠 취업 희망자와 업계 주니어 분들이 있는 디스코드 서버 'ESSR'에 초대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도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더 케스파'에 대해 어떤 생각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익명의 한 멤버는 "공인된 기관을 통해서 e스포츠 산업의 직무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지만, 그것이 취업 시장에서 역량으로 인정받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며 "참여형 실습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쌓아서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취업을 희망자들은 취업 교육에 절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시학원을 다니는 것처럼 취업 교육에 돈을 내며 희망을 걸어보는 것입니다.
최소한 더 케스파는 이런 취업 희망자들에게 '희망'만을 파는 교육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더 케스파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커리큘럼과 실질적인 기회 제공까지 가능한 취업 교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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