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연구실

e스포츠 산업 진흥은 왜 필요한가 |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지속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를 위한 업계 간담회 후기

2025.04.30 | 조회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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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크리틱

조금은 Deep하지만 다양한 e스포츠 이야기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제가 최근 e스포츠 크리틱 뉴스레터를 통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본업과 생업으로 인해 편안히 앉아서 글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는 핑계고, 사실 더 부지런했어야 했는데요. 아무튼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기다리셨을 분들이 계시다면, 사죄의 마음을 담아 이번 뉴스레터는 따끈따끈한 🍚고봉밥으로 준비했습니다.

그 동안 밝히지 않고 있었는데요.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7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게임특별위원회(이하 게임특위)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벤(민주당 게임특위 출범, 심의 자율신고제 등 4대 과제 발표)
출처 - 인벤(민주당 게임특위 출범, 심의 자율신고제 등 4대 과제 발표)

게임 산업 및 e스포츠 진흥, 게임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출범한 게임특위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G분과), 지속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 조성(A분과), 등급 분류 제도 혁신(M분과), 게임&e스포츠 컨트롤 타워 신설(E분과)이라는 4대 중점 활동 과제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활동에 e스포츠가 포함되었고, 제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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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A분과는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2일 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를 위한 업계 간담회가 진행되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를 소개하면서, 왜 e스포츠 진흥 정책이 필요한지, 실효성 있는 진흥 정책을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자 합니다.

※ 게임 특위 A분과의 활동과 간담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개인적인 입장이며, 일부 게임 특위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의 현실과 저력

추억의 스타리그,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었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추억의 스타리그,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었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시대에는 e스포츠라는 개념을 방송 산업과 결합시켰던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만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동경했고, 2005년부터 전문 기자로 산업계에 뛰어든 뒤 스타리그, MSL, 프로리그 결승전 취재 때마다 느꼈던 짜릿함과 희열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화되는 와중에 변화되는 패러다임과 시장 논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의 현실을 바라보며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 모인 패널들도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이 낮은 수익성에 고전하고 있고, 투자 및 자금의 흐름 역시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단위에서 보면 중하위권 정도의 위치가 아닌가 하는 진단이 있었습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표현은 과거의 유산이라는데 동의하는 모습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이 모든 매력과 저력을 잃었느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글로벌 e스포츠 산업 내에서 리스펙(Respect)을 받고 있으며, 탑 티어 프로게임단, 선수들을 보유한 강국이라는 것이죠. 대회, 콘텐츠 제작 외에도 아카데미, 서드파티 등 다양한 파생 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며, 프로게임단들은 단순히 ‘프로게이머들이 모여있는 회사’를 넘어 종합 이스포츠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페이커 보유국이다
우리는 페이커 보유국이다

특히,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이 중국이나 사우디 그리고 동남아시아 몇몇 국가들과 달리 거의 대부분 민간의 노력만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저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e스포츠 제작사들의 수준 높은 콘텐츠 제작 능력과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철권 등 주요 종목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글로벌한 팬덤을 보유한 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을 생각해본다면, e스포츠가 K-POP, K-Drama, K-Food, K-Movie 같은 차세대 K-산업이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위기는 산업계 스스로가 어느 정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른 문화,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제대로 된 국가의 진흥이 실행되지 않았으니,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차세대 글로벌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간담회에 모인 패널과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오히려 외면 받았던 산업 진흥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스포츠 사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中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스포츠 사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中

이번에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그 동안 정부가 e스포츠에 사용한 예산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이스포츠 사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문체부 예산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이스포츠협회, 국제이스포츠연맹을 통해 e스포츠를 위해 사용되었고, 규모는 약 295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정부 예산이 이 정도 규모로 e스포츠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해당 예산들이 주로 아마추어 대회, 지역 경기장 구축 등 저변확대와 기반구축을 위해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한 프로게임단 법인세 공제 정책이 있고, 2025년부터는 법인세 공제 대상에 e스포츠 대회도 포함되도록 확대될 예정이지만,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이 e스포츠 저변확대와 기반구축에 사용된 것에 당위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산업계가 건강하게 지탱을 해주어야 저변확대와 기반구축에 대한 투자가 의미를 갖고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에 마련한 경기장이 진정한 의미로 활용되려면 인기 대회가 열려야 하고, e스포츠 인구가 늘어나는만큼 산업계가 젊은 인재들을 흡수해주어야 저변확대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네랄이 많아야 저 많은 SCV들이 모두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미네랄이 많아야 저 많은 SCV들이 모두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e스포츠 학과를 설치하는 대학교나 e스포츠를 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특성화 중고등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위상이 높아진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아카데미 사업 역시 성장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역시 ‘덕업일치’를 꿈꾸며 e스포츠 업계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죠.

그러나 지속가능성의 악화 속에 산업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그 동안 쌓아둔 공든탑과 문체부가 꾸준히 지출해온 e스포츠 관련 예산들은 무쓸모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산업계의 어려움을 단지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최소한의 제도적 지원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프로게임단 / 종목사 / 제작사들의 사정

간담회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산업계의 생생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듣는 것. 이를 위해 e스포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주체인 프로게임단 / 종목사(게임사) / 제작사를 우선 떠올렸고, 그 중에서도 지속가능성이라는 핵심 어젠다에 대해서 가장 절실한 곳들을 추린 뒤 섭외에 나섰습니다.

프로게임단의 경우 대기업이 운영하는 팀, 상대적으로 큰 자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팀보다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팀을 탐색했습니다. 종목사는 글로벌 e스포츠를 하고 있는 곳과 국산 e스포츠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곳을 탐색했고, 제작사는 현재 e스포츠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간담회에는 DRX / BNK FearX(프로게임단), 크래프톤 / 님블뉴런(종목사), SOOP / WDG(제작사)가 참석했습니다.

이미지에 삽입된 링크를 누르면 간담회 보도자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에 삽입된 링크를 누르면 간담회 보도자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들이 각자 겪고 있는 문제점과 가장 높은 순위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가 어떤 문제와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전달하기보다는 패널들이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들을 큰 흐름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프로게임단 / 종목사 / 제작사는 e스포츠 생태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상호 작용을 하는 주체들입니다. 종목사는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고, 프로게임단과 제작사가 거기에 참여합니다. 프로게임단은 프로게이머를 양성 및 관리하여 종목사가 개최하는 대회에 직접 참가하며, 제작사는 종목사와 외주 또는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콘텐츠를 만들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돈의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종목사가 지출하는 비용만으로 프로게임단과 제작사가 유지될 수 없고, 종목사 역시 무한정 비용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스폰서십, 광고, 굿즈, 티켓 판매, 팬덤 비즈니스 등 다양한 사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각 주체들이 지출하는 비용만큼의 매출이 최소한 발생해줘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가능한 것입니다.

e스포츠 에코 시스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e스포츠 에코 시스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중계권과 관중 티켓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이 아주 적습니다. 또한 프로게임단을 유지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특히, LCK 팀을 운영하는 프로게임단들의 경우 프랜차이즈 과정에서 꽤 많은 투자금을 확보했으나 글로벌하게 발생한 연봉 인플레 현상, 공격적인 수익 사업 전개 등으로 예상보다 많은 지출을 감행하는 바람에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제작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받은 종목사들은 갈수록 e스포츠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싶어했고, 제작사들은 경쟁을 위해 제작비를 낮추며 비딩에 참여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들의 외주 제작 의존성이 높아졌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오리지널 콘텐츠 비즈니스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진행할 여력을 잃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낮은 수익성이라는 e스포츠 산업의 한계, 업체들의 실패 및 실책에 대한 지적이 발생하는데요. 이는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할 비판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을 이유로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여전히 e스포츠 산업은 잠재성이 크고, 글로벌 트렌드 역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는 것도 충분히 좋은 옵션입니다.

진흥 정책에 대한 아쉬움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스포츠 사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中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스포츠 사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中

앞서 문체부가 e스포츠 관련 사업에 꾸준히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 외에 e스포츠 진흥과 관련된 법안들도 존재합니다. 지난 2012년 마련된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과 이스포츠경기부를 운영하는 법인 단체의 법인세 중 10%를 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 대표적이죠. ‘조세특례제한법’의 경우 오는 5월, 법인세 공제 대상을 ‘이스포츠 대회’로도 확대하는 입법 예고가 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산업계는 이러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실제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 패널들의 중론이었는데요. 프로게임단 법인세 공제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프로게임단들은 법인세를 내지 못하며, 2022년 이전에 창립된 팀들의 경우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오는 5월 입법 예고된 ‘이스포츠 대회 법인세 공제’ 역시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비수도권’으로 한정되기 실제로 혜택을 볼 종목사, 제작사가 적다는 한계가 지적됐습니다.

대전 e스포츠 경기장, 드림 아레나
대전 e스포츠 경기장, 드림 아레나

문체부가 주도하는 e스포츠 진흥 사업이 지역 경기장 구축 등 하드웨어와 아마추어 대회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 됐습니다. 동시에 e스포츠가 본질적으로 ‘콘텐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문화 영역과 달리 콘텐츠 진흥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인데요. 심지어 문체부 예산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콘텐츠 지원 정책이 없었다는 것이죠.

e스포츠가 제도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지적됐습니다. 현재 e스포츠는 스포츠도 아니고, 게임도 아니고, 콘텐츠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e스포츠는 체육진흥법에 따른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하고,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범위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진행하는 e스포츠 이벤트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e스포츠를 활용한 축제, 페스티벌이 늘어나고 있지만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 예산이 부족한 이유로 무의미한 행정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제작사들에게 이런 행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한 중요한 외주 사업이지만, 지자체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예산은 점점 줄어들어서 비딩에 참여할 제작사들이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좋은 제안과 아이디어들

간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흥 정책에 대한 아쉬움만 토로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 e스포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효율적으로 지역 기반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님블뉴런은 지역 관련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증언했고, 한 프로게임단의 CEO는 제도적 차원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 e스포츠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준다면 수익성 개선, 인식개선, 지역 e스포츠 등 나머지는 열심히 뛰어 해결하겠다며 국가와 민간의 팀플레이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좋은 제안과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간담회를 기획하면서 그 동안 정치권의 소위 ‘e스포츠 팔이’에 산업계가 시니컬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산업계 최전선에서 치열한 생존 전쟁을 하고 있기에 제안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 가셨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보겠습니다.

1. e스포츠 특화 모태펀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육성을 위해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육성을 위해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모태펀드에 대한 아이디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e스포츠 산업계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활발한 투자와 지속적인 자금의 유입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e스포츠는 기존 모태펀드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태펀드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하여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재원 공급, 정책적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하여 조성된 정부 주도의 펀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체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부처에서는 매년 모태펀드 정시 출자를 통해 벤처펀드 선정을 하고 있는데요. 문화 영역에서는 K-POP, 영화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모태펀드를 통한 지속적인 투자와 자급 유입이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간담회가 국가가 e스포츠 산업을 ‘어떻게’ 진흥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했던만큼 ‘모태펀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설득력이 높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목표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개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설정하고, 우리나라 프로게임단 / 종목사 / 제작사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국가 주도의 e스포츠 산업 진흥의 당위성 역시 확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두뇌 활동 기반 스포츠의 체육 개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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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에 대한 명확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e스포츠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단순히 e스포츠뿐만 아니라 바둑 같은 두뇌 활동 기반 스포츠를 체육의 개념으로 포함시키는 것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e스포츠는 현재 스포츠도 아니고, 콘텐츠도 아닌 애매한 회색 영역에 놓여 있는데요. 두뇌 활동 기반 스포츠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e스포츠가 그에 포함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에서 이미 포착되고 있습니다. 바둑, 체스들은 ‘마인드 스포츠’라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고, e스포츠는 ‘두뇌 활동’이라는 점에서 ‘마인드 스포츠’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사우디의 EWC(이스포츠 월드컵)은 2025년 정식 종목으로 ‘체스’를 선정하면서 e스포츠와 마인드 스포츠의 융합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국제e스포츠연맹(IeSF)가 개최한 WES 24 컨퍼런스에는 국제 마인드 스포츠 협회(IMSA)의 CEO가 참석해 e스포츠와 마인드 스포츠의 유사성 및 융합 가능성에 대해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3. 국가 주도의 대형 e스포츠 이벤트

2018년 지스타에는 23만 5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2018년 지스타에는 23만 5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게임에 ‘지스타(G-STAR)’가 있는 것처럼 문체부 주도의 대규모 e스포츠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사우디,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e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의 경쟁력을 활용한 대형 이벤트가 마련된다면 글로벌 위상 재고와 비즈니스 기회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죠.

구체적인 컨셉과 계획은 추후 면밀하게 검토되어 준비되어야겠지만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스포츠 이벤트가 꼭 EWC 같은 대규모 대회일 필요는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 내에서 우리나라 e스포츠가 산업 규모와 재정 측면에서 최상위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높은 수준의 선수 육성 시스템, 스타 플레이어와 넓은 저변의 팬덤, 제작사 또는 크리에이터들의 우수한 콘텐츠 제작 능력, e스포츠 종목화를 염두하고 개발 중인 게임, e스포츠에 대한 오랜 역사와 노하우 등 내세울 만한 강점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B2C 또는 B2B 전시회, 컨퍼런스, 이벤트 매치 등 다양한 컨셉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스타나 BIC(부산 인디게임 커넥트) 같은 이벤트가 국내 게임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을 고려한다면, 매력적인 흥행성과 고도화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e스포츠 이벤트 역시 고민하여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4. e스포츠 콘텐츠 진흥 정책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를 소재로 제작된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를 소재로 제작된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

e스포츠의 본질 중 하나는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것입니다. 제작 지원, 창작 아이디어 대한 공모전 등 e스포츠를 ‘콘텐츠’로 규정하여 진흥하는 것 또한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KOFIC)는 영화창제작지원, 영화유통지원, 영화영상로케이션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e스포츠 역시 비슷한 컨셉의 콘텐츠 지원을 마련하여 오리지널 IP 개발과 대회 이외에 다큐멘터리, 예능 등 e스포츠 콘텐츠의 다양화를 독려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e스포츠 제작사 외에 새로운 제작사들이 e스포츠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여 글로벌에서 흥행할 만한 콘텐츠 제작 및 포맷 개발을 통한 판권 사업 등 콘텐츠 비즈니스의 영역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5. 신규 e스포츠 종목 지원

https://www.tg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386
https://www.tg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386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종목이 외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였기 때문에 ‘국산 e스포츠 종목 육성’이라는 어젠다가 중요하게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국산 e스포츠 종목 육성은 ‘가장 인기 많은 종목을 국산 게임으로 만든다’를 목표로 하지 말고, 국산 e스포츠 종목 육성을 통해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다양하게 하여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죠. 글로벌 흥행 종목이 되는 것은 단순히 육성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산 e스포츠 종목에 대한 접근을 현실적으로 하자는 설명입니다.

특히, e스포츠를 고려하여 개발되는 게임의 경우, 종목화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 있다면 게임사 내에서 담당 부서나 사업팀이 보다 적극적으로 e스포츠 종목화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소규모 게임사의 경우 지원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e스포츠 종목화에 유용한 도움이 된다 등 는 리얼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6. 도시개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지역 경기장 조성

Esports Stadium Arlington
Esports Stadium Arlington

지역에 e스포츠 경기장 등을 조성할 경우 도시개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 마련된 지역 e스포츠 경기장들이 활성화되기에 어려운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요. e스포츠 경기장을 마련할 때 경기장 외에 다양한 부대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는 야구장, 미식축구 경기장, 테마파크, e스포츠 경기장이 함께 모여 있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바람직한 예시도 언급되었습니다.

마치며

아무래도 정치권에서 e스포츠 산업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중하여 발언을 경청하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어젠다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큰 아이디어만 언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의 실효성 있는 개편처럼 기존 법률에 대한 개선 의견부터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지원 정책인 내일배움카드를 e스포츠 아카데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작은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게임 특위 A분과에서도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하는 거대한 정책 만큼이나 즉시 처방할 수 있는 정책(ex, e스포츠 기업의 청년 채용 지원, 프로게임단 특화 국가 사업 마련)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논의되었고, 산업 외에 문화, 지역, 학계, 장애인 등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산업이 무너지면 다른 영역들의 존재의 이유는 사라질 수 밖에 없기에 산업계에 포커싱하여 간담회가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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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크리틱을 시작한 지난 2024년 이후 저는 우연한 기회로 e스포츠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e스포츠를 좋아해서 대학교 전공을 선택한 열정 넘치는 친구들도 많았고, 전공은 아니지만 취업 전략을 e스포츠 산업으로 정하고 아카데미 수료, 인턴, 스터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우리 e스포츠 산업이 이런 젊은 인재들을 충분히 수용할 정도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학업을 마친 뒤 꿈을 이룰 수 있는 졸업생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기에 e스포츠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대학교들이 많아지는 등 높아지고 있는 학계의 관심이 가끔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때문에 e스포츠 산업의 진흥은 지속가능성 개선을 통해 이스포츠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스포츠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산업의 안정화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게임과 e스포츠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강합니다. 만약, e스포츠 산업이 전도유망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정 받고 많은 젊은이들이 e스포츠 혹은 관련 업종에서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인식 개선 역시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게임 특위는 지속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 조성(A분과)외에도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G분과), 등급 분류 제도 혁신(M분과)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전략과 정책을 효과적, 집중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게임&e스포츠 컨트롤 타워 신설(E분과)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함께 설정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6월 3일 대선과 그 이후 집권하게 될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크게 후퇴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전반을 빠르게 수습하고 글로벌 경쟁력 회복 및 강화를 위한 압축 성장이라는 초고난이도 미션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저의 작은 전문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어쩌면 지금은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에게 중요한-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뉴스레터를 통해서 게임 특위의 의미있는 활동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스포츠 크리틱을 운영하는 mdk는 e스포츠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를 희망하는 전문가입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소식과 의견을 꾸준히 전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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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빙

    0
    21 days 전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새롭고 재미있는 소식도 많아 정독했습니다 ㅎㅎ 간담회 아이디어 중에서는 대형 e스포츠 이벤트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자금이나 인력, 참가 리그 등 걸림돌이 많겠지만 온라인 스포츠가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는 상징성과 직관의 짜릿함, 이벤트 관련 부대 경제 효과 창출, 바이럴 등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네요 ㅎㅎ 더불어 말씀주신 e스포츠 인식 개선과 산업의 안정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꿈과 열정을 가진 많은 청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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