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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지대의 애매함, OGN '게임 낫 오버(Game Not Over)'

좋았던 기획 의도에 비해 부족했던 장치들, 다음이 있을까?

2024.07.18 | 조회 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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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Deep하지만 다양한 e스포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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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게임 전문 채널 OGN이 런칭한 신규 프로그램 '게임 낫 오버(Game Not Over)'가 지난 6월 18일, 마지막 라이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OP.GG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난 뒤 유튜브 채널 재정비 및 소소한 컨텐츠 제작을 해오던 OGN이 와신상담 끝에 내놓은 비장의 카드였는데요.

'게임 낫 오버'는 지난 5월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은퇴한 레전드 게이머들을 활용한 e스포츠 컨텐츠로 소개되었습니다. 출전 선수들에게는 제2의 인생을 열어줄 기회의 장, 팬들에게는 추억의 장이 될 것이며 <리그오브레전드>로 시작한 뒤 추후 종목을 확장 해나갈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게임 낫 오버'의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미디어 간담회 이후로는 진행 상황이나 경기 결과, 우승 팀 등에 대한 기사나 글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회가 끝나면 결과와 성과를 정리한 보도자료라도 하나 배포했을 법 한데... 없었습니다.

2024년 7월 18일 기준, 네이버 뉴스 '게임 낫 오버' 검색 화면
2024년 7월 18일 기준, 네이버 뉴스 '게임 낫 오버' 검색 화면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에도 '게임 낫 오버' 관련 글은 많지 않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 역시 부족했습니다. 두 번의 라이브는 나름대로 천단위의 동시시청자를 모았고, 1회차보다 2회차의 누적조회수가 높았으나, 다른 일반 영상들의 조회수는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OGN 부활을 위한 회심의 한 발이었을 '게임 낫 오버'. 출전한 레전드 선수들 뿐 아니라 OGN의 게임 역시 끝나지 않았음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 텐데, 결과가 좀 아쉽게 되었습니다.

기획 의도는 좋았지만, 부족했던 장치들

게임 낫 오버는 LoL 판의 최강야구를 꿈꿨던 것은 아닐까?
게임 낫 오버는 LoL 판의 최강야구를 꿈꿨던 것은 아닐까?
✅ 출전하는 레전드 선수들에게는 제 2의 인생을 열어 줄 기회의 장 ✅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는 추억의 장

'게임낫오버'의 기획 의도는 단순하고 좋았습니다. 의도대로 됐다면 무한도전의 <토토가>나 JTBC의 <최강야구>처럼 과거 LCK를 좋아했던 팬들과 레전드 선수들이 흥겹게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됐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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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뚜껑을 연 '게임낫오버'는 그저 은퇴한 선수들의 특별 이벤트 매치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기회의 장이라기엔, 레전드 선수들은 경기만 했고, 추억의 장이라기에 팬들 역시 은퇴한 선수들의 경기만 봐야 했습니다. 

이런 콘텐츠는 e스포츠 대회 형태를 띄지만, 사실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는 오랜만에 등장한 선수들의 이야기와 예능적인 상호작용입니다. 가끔 터지는 감동, 감성 코드가 있다면 더욱 좋죠. 이 과정을 통해 출전 선수들의 서사가 쌓여야 본 경기의 이유와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죠.

게임 낫 오버에서 레전드 선배 두 팀과 맞대결을 펼친 젠지 스콜라스 선수들
게임 낫 오버에서 레전드 선배 두 팀과 맞대결을 펼친 젠지 스콜라스 선수들

아니면 '은퇴 선수들이 프로급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의 예선에 도전한다' 정도로 그들이 진지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이유를 강하게 부여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게임 낫 오버'에서는 젠지 3군 선수들과의 맞대결이라는 장치가 있었기는 했습니다만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강민의 올드보이, 다양한 장치가 결합되어 최고의 시너지를 냈던 기획이었다
강민의 올드보이, 다양한 장치가 결합되어 최고의 시너지를 냈던 기획이었다

좋은 예로 과거 온게임넷이 제작한 바 있는 '강민의 올드보이'가 떠오릅니다.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고 있었던 이 콘텐츠는 은퇴한 강민이 다시 스타리그 예선에 도전한다는 컨셉으로 제작되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강민의 코믹한 캐릭터가 발굴되며 예능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깨지며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지한 연습 과정이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온게임넷과 지금의 OGN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 DNA가 남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게임낫오버'는 좋은 기획 의도를 살려줄 '강민의 올드보이' 같은 장치들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인터뷰로는 서사를 만들기가 어렵다
이런 인터뷰로는 서사를 만들기가 어렵다

실제로 '게임 낫 오버'의 주요 컨텐츠는 두 번의 본 라이브와 단순 경기 영상에만 집중되었습니다. OGN 유튜브 채널 '게임낫오버' 재생목록에는 총 19개의 영상과 두 개의 라이브 다시보기 영상이 있지만, 대부분은 라이브로 진행된 본 경기를 여러개로 쪼갠 영상입니다. 시청자들이 레전드 선수들의 플레이에 몰입시킬 만한 장치가 부족했던 것이죠.

바이럴을 위해 쇼츠를 다수 찍어내는 시도도 없었습니다. 서사를 만들기 위한 사이드 컨텐츠들이 선수들의 경기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프로와 인플루언서 사이, 애매한 회색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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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낳대'라는 대회를 다들 아실 겁니다.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팀을 짜서 일정 기간 동안 연습을 하고 대결을 통해 우승 팀을 가리는 인플루언서 대회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대회가 프로대회 못지 않은 인기를 끄는 시대입니다.

LCK 같은 프로 대회는 오래 전부터 쌓인 서사가 있고, 승패 자체가 드라마와 같습니다. 이와 달리 인플루언서 대회는 그런 서사를 쌓기가 어렵고, 실력 또한 프로게이머 레벨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경기력만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자낳대의 진짜 컨텐츠는 인플루언서 팀들의 경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자낳대의 진짜 컨텐츠는 인플루언서 팀들의 경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인플루언서 대회의 핵심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출전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필수 조건입니다. 팀 추첨식이나 지명식을 한 뒤 진행되는 최소 1주일 이상의 연습 과정은 참가자들의 개인방송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됩니다. 그러면서 스트리머들 사이의 다양한 상호 작용이 발생하는데,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사건사고든 이 때 발생한 이슈들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대회는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죠.

어쩌면 '자낳대류'의 인플루언서 대회는 본 대회보다 이 연습 과정이 진짜 콘텐츠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낳대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아닌 종목으로 대회를 열 때, 부족한 뷰어십을 최대한 커버하기 위해서 별도의 사이드 컨텐츠를 추가 제작해 서사를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게임 낫 오버'의 위치는 어디쯤이었을까요. 프로 레벨의 대회도 아니었고, 인플루언서 대회도 아니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을 조합해 대회를 기획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자낳대에 전프로게이머들이 나오는 것과 변별력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게임 낫 오버'는 프로 대회와 인플루언서 대회 사이 어딘가의 회색지대에 있게 되었습니다. 서사를 쌓기 위해서 인플루언서 대회의 문법을 최대한 따르는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프로 대회처럼 진지하게 가면서 애매함이 더 해진 것 같습니다.

출전 선수들이 인플루언서들처럼 연습 과정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토크 컨텐츠나 관찰 예능의 형태로 스크림하는 모습을 컨텐츠화하거나, 차라리 대회를 라이브로 송출하지 말고 '최강야구'나 '강민의 올드보이' 스타일의 리얼 예능으로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다음 한 발이 있다면? 아마도 스타크래프트?

개인적으로는 OGN이 '게임 낫 오버'를 통해 괜찮은 성과를 올리면서 부활의 초석을 놓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흥행은 예상보다 더 잘 안 됐고 첫 대회였던 만큼 든든한 후원사나 광고주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을테니 상당한 출혈이 남았을 것입니다. 

오리지널 컨텐츠는 어렵습니다...

오리지널 컨텐츠는 첫째도 흥행이고, 둘째도 흥행입니다. 광고나 PPL을 최대한 유치할 수 있는 영업력이 그 다음으로 필요하죠. '게임 낫 오버' 역시 첫 대회는 자체 투자를 통해 최대한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들고, 그 다음 대회나 시리즈에서 최대한 매출을 발생시키자는 계산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첫 대회가 흥행에 실패한 현재, 다음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e스포츠 대회나, 게임사 공식 콘텐츠를 외주 제작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OGN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게임사가 직접 하거나, 아프리카TV, WDG 같은 신흥 강자들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게임사들은 확실한 수치를 뽑아낼 수 있는 인플루언서 컨텐츠를 선호하거나, 높은 게임 이해도를 바탕으로 제작해야 하는 공식 컨텐츠의 경우는 비딩을 통해 전문성과 가성비를 갖춘 전문 프로덕션들을 찾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OGN이 승부를 걸 만한 분야가 오리지널 컨텐츠이기는 합니다. 프로 대회, 쏟아지는 인플루언서 컨텐츠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으면서 사업적으로도 지속가능한 기획을 내놓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최근 올드 스타1 선수들과도 컨텐츠를 제작했던 OGN

만약, 마지막 코인이 있다면 OGN은 <스타크래프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을까요? 그나마 현재 OGN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많은 과거의 스타리그 명경기이고, 올드 스타1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하는 컨텐츠는 그래도 호응이 있는 편이니까요.

다만, <스타크래프트> 는 '게임 낫 오버'가 접근하기에 <리그오브레전드>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TV 스타1 판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대학
아프리카TV 스타1 판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대학

대부분의 스타1 전프로게이머들은 현재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아프리카TV에서는 ASL, 스타대학처럼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오리지널 컨텐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틈새 시장을 찾거나 경쟁한다기 보다, 이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기획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문득 드는 생각인데, 스타1 올드 선수들 중 몇 명을 모아 스타대학판에 뛰어 들어 스타BJ들과 한판 승부를 펼치는 컨텐츠는 어떨까요? 요건 좀 재밌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OGN이 한 번의 실패에 주저 앉지 않고, 또 한 번 '게임 낫 오버'를 외쳐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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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빙

    0
    5 months 전

    애매하면 애매한 결과를 낳는다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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