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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정부 기관과 e스포츠의 콜라보레이션

LCK X 경주시, 국가보훈부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본 e스포츠 지방기회론

2024.07.10 | 조회 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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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크리틱

조금은 Deep하지만 다양한 e스포츠 이야기들

 

얼마 전 발행한 e스포츠 토토에 대한 뉴스레터에서는 e스포츠가 국민체육진흥법의 영향을 받는 제도권에 진입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젊고 강한 트렌드이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 위기를 넘겨 건강한 산업으로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e스포츠의 스포츠 제도권 진입은 요원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e스포츠를 환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광안리 10만 관중,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 등 e스포츠 이슈가 정치, 행정 쪽에 영향을 준 적도 있었죠. 이번 뉴스레터는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 산업이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눈을 살짝 돌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LCK X 경주시, LCK X 국가보훈부

이미지 : 경주시 제공
이미지 : 경주시 제공

최근 LCK가 경주시, 국가보훈부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LCK는 지난 6월 3일 국가보훈부와 제복 근무자 감사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을 약속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경찰, 군인, 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의 희생과 헌신에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굿즈 제작 판매 협업, 수익금 기부를 비롯해 홍보 부스 및 공익광고 송출 등 다양한 협력이 예정되어 있죠.

7월 9일에는 경주시와 LCK 서머 결승전 성공 개최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작년 LCK 서머 결승전이 대전에서 열린데 이어 올해는 경주에서 열리며 지자체와의 협력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과거에 스타리그와 프로리그가 그랬던 것처럼 요즘에는 LCK도 지자체나 정부 기관에게 핫합니다. 지자체나 정부 기관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요.

알고 지내는 지방 공무원 지인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충주시를 기가 막히게 홍보하고 있는 '충주맨' 때문에 홍보, 마케팅 역할을 맡은 공무원들이 꽤나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소위 말해 이런 'MZ스러운' 업무들은 대규모 팀보다는 소규모 팀이나 개인의 역량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센세이셔널한 아이템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e스포츠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국가보훈부 역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고심하던 중 LCK와 <리그오브레전드>를 좋아하는 한 주무관의 열정적인 제안을 계기로 e스포츠를 인지하게 되었고, 조직 차원에서 이를 적극 수용한 뒤 LCK와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이번 업무 협약을 성공시켰습니다고 합니다.

 

니즈가 통하는 Point

의외로 지자체나 정부 기관들은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지자체들은 주민들이 즐길 만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외지인들의 방문을 촉진시키는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점점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JUMF, 좋은 컨텐츠는 지방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점점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JUMF, 좋은 컨텐츠는 지방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축제들이 난립하고 있고, 그 중 몇몇 축제들은 꽤 유명해지고 있는데요. 전라북도 전주에는 JUMF(JeonJu Ultimate Music Festival)라는 뮤직 페스티벌이 있고, 안 좋은 이슈도 있었지만 충청남도 예산시는 백종원과의 콜라보를 통해 전국구가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e스포츠는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타겟한다는 점에서도 좋죠.

국가보훈부의 경우 LCK와의 업무 협약을 통해 전보다 더 쉽게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보훈'이라는 단어 자체가 올드한 느낌이 있는데, LCK의 젊은 팬들이 '국가보훈부'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만 제대로 알아도 성공인 셈이죠.

경주시 역시 LCK 서머 결승전을 통해 더 많은 여행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LCK 서머 결승전을 개최한 대전 역시 하루에 3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고 하죠.

LCK 외의 사례도 은근히 많습니다. 최근 님블뉴런의 e스포츠 경기장이 있는 지자체들과 협력하여 지역연고 실업 리그를 출범시킨 <이터널 리턴>은 대전드림아레나에서 대회를 자주 개최했는데, 늘 300여명 이상이 모여 현장 관람을 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 한국e스포츠협회는 경상북도 예천과 국가대표 훈련센터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경기도 안산시는 젠지, 디플러스, 광동과 함께하는 'e스포츠 산업 인력 양성 교육' 아카데미를 주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e스포츠는 지자체나 정부 기관들에게 생각보다 환영 받는 아이템입니다. e스포츠 업계가 각 지자체의 니즈에 맞는 협업 제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죠.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T1 홈그라운드 행사를 언급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T1은 이번 홈 경기를 주최하기 위해서 한국관광공사, 고양시와의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직접적인 금전 지원은 아니더라도 실효성 있는 지원은 받았을 것입니다. 업무 협약까지 맺었는데 고양시가 소노 아레나의 대관 비용을 정가로 받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FearX는 부산 연고를 표방하고 있었으나, 그 동안 부산과의 연결고리가 뚜렷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도전 끝에 부산저축은행 BNK와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에어부산과도 파트너십을 맺는 등 부산 색체를 띄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부산 e스포츠 경기장 워치파티 등 지역 친화적인 행사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듯 합니다.

LCK, 님블뉴런처럼 리그 주최사들 뿐 아니라 프로게임단들도 지자체, 정부 기관 쪽과의 협업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팀 단위로 지자체와 협력할 만큼 큰 볼륨의 협업을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명분을 중요시하거나 지자체장, 기관장 같은 최고 결정권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공무원 조직과의 협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방에도 e스포츠 팬들은 상당수 존재하고, 롤파크 직관 같은 기회와 거리가 먼 것도 사실입니다.

인구 60만의 전주지만 전북 현대 축구단의 평균 관중은 1만 명을 자주 넘는다
인구 60만의 전주지만 전북 현대 축구단의 평균 관중은 1만 명을 자주 넘는다

흔히들 지방에는 '사람이 없다', '젊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읍면리'면 몰라도 광역시, 도청소재지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런 곳들은 오히려 컨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한 기회가 온다면 수도권 못지 않게 열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속가능한 프로게임단 비즈니스를 위해 고민하며 기회를 찾고 있다면, 지방이나 정부 기관 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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