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한강의 기적은 이제 불가능하다

원문: <Export Nation or Ecosystem Power: South Korea’s Choice in the AI Industrial Age>

2026.07.09 |

* 본 아티클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Export Nation or Ecosystem Power: South Korea’s Choice in the AI Industrial Age> 보고서를 번역 및 편집하였습니다.

 

전통적인 지표로 보면 한국의 수출 모델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5년 한국은 7,097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수출액을 기록했으며, 2017년 이후 최대 규모인 78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반도체 수출은 한국만이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전년 대비 22% 급증한 1,734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이제 현실을 보여주기보다 가리는 것에 가깝다. 한국의 수출 주도형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세계는 사라지고 있으며, 한국이 선택하지 않았고 무시할 수도 없는 동인들에 의해 번역되는 번영의 조건들이 새로 쓰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자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다. 그러나 이 관계는 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전자,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전반에서 한국산 수출품을 대체함에 따라, 한국은 지난 10년의 대부분 동안 대중국(홍콩 포함) 무역 흑자 감소를 겪어왔다.

 

흑자 규모는 2018년 997억 달러에서 2025년 196억 달러로 급감했다(그림 1).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하기는 어렵지만, 2018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2019~2025년 동안 한국이 중국 시장에서 잃어버린 누적 수출 이익은 1,589억 달러(홍콩 포함 시 2,583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중국발 수입 충격'의 한국판 버전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한국의 최대 흑자국이 된 미국은 관세 정책을 동원해 구조적 흑자를 내는 무역 파트너들이 미국의 재산업화에 투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처럼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 대처하는 동시에, 주요 경제국 중 가장 가파른 인구학적 역풍에 직면해 있다. 2024년 기준 0.75명인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치로, 이는 한국의 수출 모델을 구축한 노동 인구가 해당 모델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1

출처: CSIS
출처: CSIS

 

이러한 도전들은 외교적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하나의 성장 모델을 닫고 다른 모델을 열어젖히는 구조적 조건이다. 자본 집약, 제조업 규모, 개방된 시장을 바탕으로 구축된 한국의 수출 모델은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압축적인 발전 경로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가속화되는 기술 경쟁 속에서 이러한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관건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수출국 중 하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훨씬 희소한 존재인 '생태계 권력(Ecosystem Power)'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생태계 권력이란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대한 기술과 산업을 조직하는 인터페이스, 표준, 인증 시스템, 플랫폼 등 아키텍처의 통제점(Architectural Control Points)을 점유하는 국가를 말한다.

 

이러한 전환의 기회를 놓친 국가라고 해서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경학적 경쟁의 시대에 그 국가는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고 외부의 영향력에 취약해질 것이다. 그 나라의 기업들은 수익은 내겠지만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의 자본은 이익을 얻겠지만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그들의 뛰어난 산업 역량은 찬사를 받겠지만 결국 대체 가능한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글로벌화의 새로운 지형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이 한국 속담은 두 고래가 싸우는 사이에 새우의 등이 부러진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온전히 미·중 경쟁이라는 렌즈로만 해석하고 싶겠지만, 고래에만 주목하면 글로벌 경제를 재편하는 더 깊은 저류를 놓치게 된다.

 

한강의 기적이 실현되었던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중상주의, 군민 융합 전략,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하려는 성향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했다. 그러나 그들이 촉발한 동인들은 이제 글로벌화되었으며 스스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 안보가 경제 성장의 부산물인 동시에 성장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네 가지 동인이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국을 위해 글로벌화의 규칙을 새로 썼으며, 과거 효율성 중심으로 조직되었던 세계를 회복 탄력성과 가치 정렬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 공급망이 지정학적 경쟁의 장이 되었다.
  • 첨단 기술이 경제 경쟁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 글로벌 무역과 투자는 역전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렬되고 있다.
  • 정부가 산업 경쟁의 설계자로 귀환했다.

 

그 결과는 탈글로벌화가 아니라, 생산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는 것에 경쟁 우위가 좌우되는 글로벌화의 새로운 단계다. 개방된 시장과 '최고의 제품이 승리한다'는 명제 위에 번영을 일구어온 한국인들에게 이것은 일시적인 역풍이 아니다. 수출 모델 자체에 대한 구조적 도전이다.

 

생태계 권력이 승리하는 이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국가들은 가장 영토가 넓거나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아니다. 이들은 과학적 리더십, 산업 역량, 자본, 표준, 그리고 동맹을 결합하여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자국 기업들의 입지를 다지고, 타국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들이다. AI 산업 시대에는 생산만큼이나 위치가 중요하다. 다른 이들이 혁신하고, 생산하며, 경쟁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를 형성하는 기업과 국가가 가장 큰 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을 독차지한다.

 

현대의 생산은 수직 계열화된 기업보다는 모듈화된 생태계를 통해 점차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툰, 탈리오니, 스터전, 달라스(2022)가 '거대한 모듈화(Massive Modularity)'라고 표현한 현상이다.

 

스마트폰 산업을 레고 세트라고 생각해보자. 수천 개의 전문 기업들이 프로세서, 운영체제, 디스플레이, 메모리,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레고 블록을 생산한다. 그러나 모든 레고 조각이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다른 모든 블록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결정하는 커넥터 블록, 즉 인터페이스, 표준, 인증 시스템, 소프트웨어 플랫폼, 디자인 아키텍처를 제공한다. 다른 모든 이들이 그들의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조직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생태계의 조율자가 된다.

 

삼성은 제조업의 탁월함이 가진 기회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의 생산 영역은 스마트폰, 메모리 칩,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제조를 아우르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수직 계열화된 기술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그런 삼성조차도 ARM의 명령어 집합 아키텍처(ISA),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및 앱 생태계,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글로벌 기술 표준 등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의 탁월함은 회복 탄력성을 만들지만, 아키텍처의 통제는 지속 가능한 권력을 창출한다.

 

이러한 아키텍처의 통제점을 점유하는 데는 기술적 탁월함 그 이상이 필요하다. 생태계 권력은 상호 강화하는 다섯 가지 요소에 기반한다.

 

(1) 새로운 역량을 창출하는 첨단 기술

(2) 이를 대규모로 전개하는 생산 시스템

(3) 타사들이 연결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표준

(4) 어떤 생태계가 확장될지를 결정하는 자본

(5) 생태계에 지리적 범위와 정치적 내구성을 부여하는 동맹

 

따라서 경제 외교의 핵심 과제는 이제 단순히 산업을 보호하거나 공장을 리쇼어링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기술 생태계의 아키텍처 통제점을 누가 차지할지 형성하는 일이다.

 

생태계 권력으로서의 한국

한국은 스택(AI, 반도체, 통신), 정밀(배터리 및 첨단 제조 시스템), 생산(기계 및 산업용 로봇), 기반(핵심 광물 및 에너지)이라는 네 가지 상호 보완적인 기술 영역 전반에 걸쳐 결합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리더십은 어느 한 영역에서의 지배력이 아니라, 이들을 탄력적인 산업 생태계로 결합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 네 가지 영역 모두에서 유의미한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은 스택을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희토류 및 배터리 소재 가공을 지배하고 있는 기반 영역의 일부에서는 여전히 의존적이다. 핵심 광물과 에너지에 대한 안전한 접근이 없다면, AI와 반도체에서의 리더십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묵인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스택과 정밀 기술의 강점을 결합하고, 경쟁력 있는 생산 역량을 제공하며, 기반 영역에서도 빠르게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역량 자체만으로는 생태계 권력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전략적 목표는 단순히 각 기술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연결하는 것, 즉 기술들이 교차하고 아키텍처의 통제점이 출현하는 지점에 한국 기업들을 위치시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그 차이를 잘 보여준다. HBM은 단순히 또 하나의 반도체 부품이 아니다. 이는 AI 생태계를 잇는 결합 조직이 되었다. 엔비디아의 가속기 아키텍처는 HBM의 사양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를 대체하려면 여러 산업에 걸쳐 칩, 소프트웨어 스택, 패키징,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모두 재설계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제조 능력이 아니라 아키텍처적 권력이다. 삼성의 파운드리 역량, LG의 배터리 공정 기술, 한화의 해양 공학 시스템도 각자의 생태계 내에서 이와 유사하게 전략적인 인터페이스를 점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려아연이 테네시주에서 추진하는 희토류 가공 합작 사업은 한미 동맹이 이미 무역을 넘어 공통의 산업 아키텍처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전략자본실(Office of Strategic Capital)의 참여는 동맹 전략의 더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한다. 자본이 단순히 생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넘어,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점차 배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기술 생태계 내에서 단순한 공급업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가 될 수 있는 기술적 깊이, 제조업의 폭, 표준의 신뢰성, 동맹의 신뢰, 자본 파트너십을 갖춘 몇 안 되는 미들 파워(Middle Power) 중 하나다.

 

그림 2

출처: CSIS
출처: CSIS

 

생태계 경쟁은 고립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보다는, 완전한 산업 시스템 전반에 걸쳐 기술을 통합하는 국가에 보상을 준다. 한국의 산업 전략이 산업 강화에서 생태계 조율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비교 우위는 약화될 것이다. 전략적 과제는 이제 단순히 더 많이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미 관계를 단순히 무역 수지나 방위비 분담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이 자동차나 배터리를 너무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중국이 지배할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돕느냐는 점이다.

 

AI 산업 시대에 모델, 플랫폼, 자본 시장에서의 미국의 우위는 칩, 메모리, 에너지, 데이터 센터, 핵심 광물에 대한 안전한 접근에 달려 있다. 한국은 이러한 레이어 중 여러 개를 공급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공동 설계할 이유가 충분하다. 조선 분야에서 미국 해군은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생산 규율과 공급업체의 깊이를 필요로 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아세안(ASEAN) 국가들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의 산업 아키텍처를 대체할 동맹 표준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 중 하나이며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공급망,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패키징, 필리핀의 조선업에 투자해 왔다.

 

동맹 생태계 구축

한국의 생태계 권력 전략은 수출 모델에서는 결코 던질 필요가 없었던 질문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시장 접근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어떤 파트너가 생태계 권력을 강화하는가?' 그 답은 세 가지 속성, 즉 첨단 과학에 대한 접근성, 장기 투자를 지탱하는 수요, 기술 통합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정치적 연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은 중국이 점차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잔인할 정도로 주기적인 순환 매커니즘을 가진 산업에서 운영된다. 메모리 가격은 폭락하고, 조선 수주는 끊기며, 배터리 마진은 축소된다. 한국 기업들을 미국의 AI 인프라, 방산 생산, 핵심 광물 가공에 편입시키는 것은 이러한 변동성을 구조적 수요로 전환하여, 차세대 혁신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확실성을 제공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필리프 아기옹이 보여주었듯, 기술 최전선과의 근접성은 불균형적으로 큰 생산성 이익을 창출한다.

 

첨단 AI 역량에 대한 접근이 상업적 라이선스 결정에 계속 좌우되도록 둘 수는 없다. 앤트로픽(Anthropic)이 가장 강력한 모델에 대한 동맹국 및 파트너국의 접근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사건은 이러한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따라서 한국은 접근을 재량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으로 만드는 거버넌스와 표준의 공동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국제 AI 표준 서밋의 주최국이자 기술표준원이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한국이 '서울 선언'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이다.

 

핵심 광물은 한미 파트너십이 가장 즉각적인 단기 시험대를 치르고 있는 분야다. 한국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의 후속 기구인 '자원 전략적 관여를 위한 포럼(FORGE)'의 의장국을 맡아 호주, 일본, 인도, 캐나다, 유럽연합(EU), 걸프국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한국은 또한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해외 핵심 광물 투자에 370억 달러를 책정했다. 하지만 기회는 단순한 조달보다 더 크다. 핵심 광물은 한국의 자본, 미국의 수요, 호주의 자원, 아세안의 가공, 동맹의 표준을 결합하여 중국의 초크포인트를 줄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상업 관계를 창출하는 '지경학적 플랫폼'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2025년 7월의 관세 협정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전략적 거래의 서막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기술-산업 기반 재건을 돕는다면, 미국은 AI, 방산, 에너지, 산업 수요의 최전선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AI 산업 시대에 걸맞은 규모의 빅딜이다.

 

생태계 권력은 국내에서 시작된다

생태계 권력은 국제 무대에서 확보되지만 국내에서 구축된다. 자국의 규제 기관, 혁신 시스템, 안보 아키텍처가 기업들을 최전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아키텍처 통제점을 점유할 수 없다. 따라서 세 가지 국내적 기반인 규제 개방성, 사이버 회복 탄력성, 기업가적 역동성이 가장 중요하다.

 

동맹국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적용되는 규제 개방성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 비례성, 그리고 기업의 출신이 아닌 규모에 맞춰 확장되는 집행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도 데이터 규제 제한을 재고하려 했던 용기는 장벽이 공동 혁신을 가로막을 때 제도가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예측 가능성은 양날의 검이다. 플랫폼 법안(가장 최근에는 무산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제안하고 철회하고 다시 도입하기를 6년 동안 반복한 것은 불확실성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이 세금은 한국이 가장 성장시켜야 할 국내 도전자들에게 가장 가혹하게 작용하는데, 이는 대기업만이 계속 움직이는 과녁을 향해 상시적인 방어 인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별 논쟁은 논외로 하더라도,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비례성은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규모를 키우는 모든 플랫폼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AI기본법은 20개의 산재된 법안을 하나의 틀로 통합하고 유예 기간과 가이드라인을 공표함으로써 더 나은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단일 규칙보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국내 기업들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요소다.

 

사이버 회복 탄력성은 두 번째 기반이며,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분야다. 한국의 기관들은 주로 북한의 간첩 활동과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아시아 전역의 반도체 및 통신 부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사이버 간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상업적인 외피를 쓰고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하며, 산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전직 직원의 잔존 시스템 접근 권한을 통해 한국인 3,370만 명의 데이터가 유출된 쿠팡의 보안 사고는 다른 종류의 경고였다. 소비자 지향적 기업들조차 취약한 소프트 인프라 위에 앉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공격이 성공한다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이나 솔트 타이푼(Salt Typhoon) 같은 사건을 위해 남겨둔 CSIS 사이버 공격 심각도 분류 프레임워크의 최고 등급인 '심각(Severe)' 단계에 기록될 것이며, 여러 대륙의 AI 추론 능력에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 것이다. 한국은 자신을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만드는 산업 지식을 방치한 채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가 될 수 없다. 이는 이제 동맹의 의무다.

 

오늘날의 생태계를 단순히 보호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쇄신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하는 기업가적 역동성이 세 번째 기반이다. 세 번의 연이은 한국 정부는 재벌들이 더 깊은 미드티어 혁신가 기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해 왔으나, 생산성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소수의 대체 불가능한 기업들에 의존해 구축된 생태계는 취약하기 마련이다. 수백 개의 혁신적인 중견기업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는 생태계는 복제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플랫폼은 가치를 창출하지만, 밀도 높은 생태계는 회복 탄력성을 만든다.

 

국가 전략으로서의 자본

자본이 없는 표준은 갈망에 불과하다. 표준이 없는 자본은 재정적 이익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지경학적 우위를 구축하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글로벌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이 둘이 함께 전개될 때, 국가와 기업들은 기술 생태계에서 조율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워싱턴의 정책 논쟁은 관세, 수출 통제, 보조금에 초점을 맞춰왔다. 서울은 산업 정책과 수출 다변화를 이야기한다. 양측 모두 AI 산업 시대의 핵심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표준과 결합된 자본이 어떤 생태계가 성장하고 어떤 국가가 그 아키텍처의 설계자가 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 전략은 역량을 구축한다. 무역 전략은 시장을 열거나 제한한다. 기술 전략은 최전선을 보호한다. 자본 전략은 생태계를 구축한다. 누가 초기 위험을 감수할지, 누가 자본 비용을 낮출지, 누가 전략적 프로젝트를 은행 대출이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할지,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곳에 누가 투자 가능한 경로를 만들지를 자본 전략이 결정한다.

 

중국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 중국의 인내심 있는 국가 자본은 손실을 감수하고, 역량을 구축하며, 초크포인트를 장악해 왔다. 동맹국인 시장 경제 체제들은 더 깊은 민간 및 기관 자본의 풀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자본을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배포할 수 있는 수단을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례적으로 강력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NPS), 한국투자공사(KIC), 그리고 새로운 한미전략투자공사를 포함한 한국의 국권·기관 투자 기구들은 총 1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실체의 규모를 합치면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유사한 자본 풀과 견줄 만한 크기다.

 

연금 자산을 정치화하거나 수탁자 책임을 산업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두라는 것이 아니다. 자본을 활용해 최전선에서 전략적 지분 펀드, 공동 투자 슬리브, 수출 신용 보증, 혼합 금융 시설, 그리고 한국 및 동맹의 표준과 일치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을 동원하는 '제일손실 부담구조' 등의 혁신적인 수단을 만들라는 것이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은 투자 조건으로 싱가포르식 거버넌스 표준을 내재화했다. 아부다비의 ADIA는 자신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인프라 프로젝트에 기술 표준을 고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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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SIS
출처: CSIS

 

시험대는 실천적이어야 한다. 한국의 자본은 그것이 창출하는 수익뿐만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전략적 관계에 의해서도 평가받아야 한다. 투자가 한국 기업들을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 내에 더 깊숙이 편입시키는가? 새로운 기술 표준을 확립하는가? 핵심 인터페이스를 강화하는가? 동맹국들과 지속 가능한 상호 의존성을 창출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재무적 성과만큼이나 중요하다. 자본이 단순히 생산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치느냐, 아니면 산업 아키텍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기회는 최근 무역 협정에 따라 합의된 한국의 투자액과 미국 정부 및 기관 자본을 하나의 펀드 구조로 결합하는 '한미 기술 기민성 펀드(U.S.-South Korea Technology Dexterity Fund)'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와 AI 인프라에서부터 핵심 광물과 첨단 제조에 이르기까지 동맹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기술 및 산업 기반 전반에 투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수단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의 금융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구축하고자 하는 산업 생태계 내에 한국 기업들을 더 깊이 편입시킬 것이다.

 

일본은 중요한 반면교사를 제공한다.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친 수십 년간의 투자는 광범위한 제조 네트워크를 만들어냈지만, 충분히 내구성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중국 경쟁업체들이 등장했을 때, 일본은 아키텍처가 아닌 생산을 편입시켰기 때문에 많은 운영 기반이 대체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한국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AI 하드웨어, 메모리, 배터리, 첨단 제조, 조선 부문에서 전략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기회는 단순히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이러한 관계를 점차 대체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자본을 배포하는 것이다. 수출 관계는 고객을 만들지만, 산업 통합은 이해관계자를 만든다.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배포된 자본은 아키텍처적 권력을 창출한다.

 

수출국에서 생태계 권력으로

한국은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두 압박은 질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강도에서도 차이가 나며, 이 둘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양다리를 걸치는 전략(Hedging)을 잘못 장려하게 된다. 중국의 압박은 구조적이며, 기술적 의존성을 창출하고 자급자족을 추진하기 위해 상업적 관계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사드 사태, 요소수 차단, 희토류 제한 등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그러한 전략의 발현이었다.

 

반면 미국의 압박은 국내 정치와 중국의 중상주의로 인해 왜곡된 관계를 재균형 잡으려는 더 광범위한 노력을 반영한다. 관세와 투자 요구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의존성을 유도하기보다 궁극적으로 더 통합된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사회와 산업은 이미 이러한 변화하는 지형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연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인들은 점차 단기적인 미국의 정치 상황과 동맹의 장기적 가치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 민간 부문 역시 자본을 통해 의사를 표명했다. 대중국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와중에도 반도체, 배터리, 조선, 첨단 제조를 아우르는 한국의 대미 투자는 극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서울의 과제는 이러한 기업의 결정을 국가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워싱턴의 과제는 한국을 관세 문제로 취급하는 것을 멈추고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로 대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 안보는 순전히 방어적인 프로젝트로만 남을 수 없다. 경제 안보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 표준, 기술, 그리고 노하우를 지금 구축되고 있는 아키텍처 속에 투사하는 데서 나온다. AI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칩, 동맹의 억제력을 지탱하는 군함, 전동화를 구동하는 배터리, 디지털 인프라를 지배하는 표준, 핵심 광물 가공에 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은 단순한 상업적 자산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의 결합 조직을 형성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형성하는 국가들은 수십 년에 걸쳐 복리로 증폭되는 영향력을 획득하게 되는데, 다른 기업과 정부들이 점차 그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조직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울산의 빈 백사장에 한국 최초의 현대식 조선소를 건설할 때, 그는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영국 금융가들을 설득했다. 한국이 과거에 위대한 배를 건립한 적이 있으니 다시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훗날 "경제에는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온 국민의 진취적인 정신, 개척자 정신, 그리고 열정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수출국에서 생태계 권력으로의 전환은 변화된 전략적 지형에 적용되는 동일한 정신을 요구한다. 첫 번째 한강의 기적은 글로벌 시장을 마스터함으로써 구축되었다. 두 번째 기적은 그 시장들이 점차 의존하고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구축될 것이다. 질문은 한국의 외교 정책이 이미 이를 구축하기 시작한 산업계와 엔지니어들만큼 야심 차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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