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온 가족이 행복해야 할 가정의 달에 부모와 아이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서울시가 공공이 책임져야 할 보육을 포기해 수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며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어요. 학부모들은 서울시에 “국공립어린이집 운영 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오히려 공공돌봄을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학부모들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더 강도 높게 공공 돌봄 축소를 주문해 양측의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요. 이에 미션100은 서울시가 왜 국공립어린이집 등의 공공 돌봄을 축소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학부모들은 왜 서울시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는지, 그 배경을 알아봤습니다.
돌봄 예산 대폭 삭감, 위기에 처한 국공립어린이집
서울시는 올해 국공립어린이집 등 공공돌봄기관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예산을 100억원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에 전체 예산 중 3분의 2가량(168억원 -> 68억원)이 삭감된 서사원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노원, 서대문, 영등포, 중랑, 은평 등 서울시 내 총 7곳에서 운영하던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고요. 시의 결정에 따라 서사원에서 운영하던 송파든든어린이집은 오는 9월 말에 운영이 종료되고, 나머지 국공립어린이집 6곳도 순차적으로 운영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서사원의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배경에는 서사원에서 고용한 돌봄 노동자의 시간당 급여가 민간기관보다 2~3배가량 높은 반면, 돌봄의 질은 낮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에 서울시는 국가가 지원하던 서사원의 예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공공돌봄기관의 운영을 민간에 넘겨 효율화를 이룰 것을 주문했고요.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올해부터 서사원이 지원하던 국공립어린이집 7곳은 효율을 추구하는 민간기관으로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양질의 서비스 제공하던 서사원 어린이집, 서울시의 결정 이해하기 힘들어…
서사원 사업을 중단한다는 결정은 교사 혹은 학부모들과의 소통 없이 급하게 이뤄졌다고 해요. 학부모들은 서사원의 갑작스러운 어린이집 운영 중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요. 서사원의 국공립어린이집은 서울시가 주장하던 것과 달리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했거든요. 서사원 공동대책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98% 이상의 학부모가 서사원 어린이집의 돌봄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사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경영평가 역시 A등급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서울시가 지적했던 방만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요. 이외에도 서사원의 국공립어린이집은 언어 학습 능력이 늦은 아이와 다문화가정, 장애영유아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1:1로 진행되고, 급식의 질도 훌륭해 학부모들은 서사원의 어린이집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에 김지영 서사원 든든어린이집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든든어린이집이 민영화된다면 아이를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었던 순간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다시 어린이집을 찾아 순번을 기다리고 입학시킬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며 "어린이집 민영화는 저희 가정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많은 맞벌이가정에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저와 같은 워킹맘들을 경력 단절의 길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해요.
서사원의 높은 돌봄의 질, 배경에는 교사 처우 개선이 있었다
서사원 어린이집이 높은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사 처우 개선에 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2019년에 설립된 서사원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공적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가 그동안 민간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또한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대부분의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고요.
그간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 대부분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에 시달렸습니다. 민간 서비스 시장에서는 악명 높은 근무 환경으로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아 교사들의 연령대는 높아져만 갔고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민간·가정 보육교사의 94.7% 즉, 10명 중 9명이 여전히 최저임금 또는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어요. 정부에서는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처우 개선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어요. 연차가 쌓여도 수당이 크게 높아지지 않아 교사들이 개선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거든요.
어린이집 교사들은 2년 혹은 1년 계약직으로 체결되는 경우도 많아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요. 경기도 어린이집 교사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1년 혹은 2년 계약직으로 채용되어 고용불안정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해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연차가 쌓일수록 어린이집의 부담이 커 알아서 나갈 것을 권유 받아 실업 상태가 지속되고요. 낮은 급여에 고용 불안정까지, 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2020년 한 해 동안 그만둔 보육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은 전체의 70%가 넘는다고 합니다. 국공립과 민간 모두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경험 있는 교사들이 떠나 업무 강도는 더욱 극심해지고 돌봄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거예요.
서사원은 민간·가정 혹은 일반 국공립어린이집과 다르게 교사들에게 정규직을 보장하고 다양한 교사들을 채용해 노동 부담을 줄일 수 있게끔 노력해 왔어요. 비록 높은 급여는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교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다양한 교사들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러한 시(市)의 지원은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 아이들에게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어요. 서사원의 어린이집에서는 다양한 배경(장애아통합, 다문화아동 등)의 아이들을 위한 1:1 프로그램과 야간 운영 등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었다고 합니다. 시의 지원으로 급간식도(4,074원)도 서울시 평균(2,543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었고요.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안정적인 처우와 질 좋은 보육환경에 만족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예산을 중단하면서 이야기했던 설명과는 달랐던 거예요. 결국 효율화 이유를 핑계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축소하고 교사들의 고용 안정을 막은 것이었죠.
돌봄 서비스는 수익성보다는 공공성, 학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 제공되어야
서울시의 서사원 예산 지원 중단은 공공이 맡아야 할 돌봄의 책무를 외면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여요. 또한 그동안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고용 상태, 고강도로 일해 왔던 보육교사들의 노동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죠. 이대로 서사원의 어린이집이 민간에 넘어간다면, 아이들은 다양한 수업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상실될 수 있어요. 교사들 역시 고용불안정에 시달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권을 잃게 되죠. 이대로라면 정부의 표어였던 ‘약자와의 동행’이 허울뿐인 것처럼 보이게 될 거예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공공 분야의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문헌]
레디앙. 2023. "서사원 어린이집 폐쇄? 부모 96%, 운영 중단 반대"
TBS. 2023.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직접돌봄 중단?... 허울뿐인 약자와의 동행"
뉴스토마토. 2023. “학부모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없어져서는 안 돼"”
베이비뉴스. 2022. "경기도 어린이집 보육교사 절반은 계약직... 고용불안 시달려"
베이비뉴스. 2021. "초임 보육교사와 15년 차 보육교사의 급여명세서"
이투데이. 2022. "서사원 예산 100억 삭감... '개선 동력 잃을까 우려"
오마이뉴스. 2022.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
오마이뉴스. 2022.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
오마이뉴스. 2023. "서사원 예산삭감-돌봄중단 사태, 사회복지계도 쓴소리"
주간경향. 2023.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20)보육 문제와 정책의 시간차”
한국NGO신문. 2023. "출생률 낮다면서 공공돌봄 예산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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