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향한 꿈, 와장창💥
주거비로 만만치 않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우리에게 공공주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언젠가는 저렴한 가격에 공공주택을 분양 받아 내 소유의 아파트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되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파트를 향한 꿈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철근이 60% 이상 누락됐다는 인천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된 이후, LH 아파트 중 최소 20개 단지에서 철근누락이 확인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니까 위험하게 짓지는 않았을 거라는 믿음, 국가가 직접 공급하는 집이니까 품질이 어느정도 보장돼 있을 거라는 믿음이 산산조각 났죠. 정부는 이제 민간아파트의 철근누락 여부 및 안전성에 관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LH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민간아파트도 지었기 때문에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어요.
건설의 모든 과정이 엉터리였다
처음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소식을 들었을 때 ‘건설사가 시공단계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철근을 빼먹는다는 괴담이 현실로 드러났구나’, 싶었는데 실상은 더한 거였어요. 국토부가 붕괴 원인을 조사한 결과,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거든요. 설계도 자체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의 철근이 포함되지 않았고, 시공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철근이 누락되었으며, 건물이 안전하게 잘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감리단계에서 이 같은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건설의 전 과정이 엉터리로 이뤄진 거죠.
‘부실 설계도’는 어떻게 탄생했나
이번에 철근 누락 논란이 발생한 아파트들은 모두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어요. 무량판 구조물은 수평 기둥을 뜻하는 ‘보’ 없이 기둥으로 상판을 지탱하게 만든 형태라 기둥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하중을 막아주든 보강근이 필수예요. 그런데 국토부가 무량판 구조의 LH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필수 요소인 보강근이 설계 때부터 오류가 나거나 누락된 경우가 많았어요.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LH가 설계를 발주하면 그중 일부를 구조설계사들에게 주고 다시 쪼개서 하청에 발주하는 식으로 설계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력이 부족한 기술자들이 설계에 참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민간건설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LH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소수의 회사가 무량판 구조 설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무량판 구조물은 부실하게 지으면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진다
무량판 구조물은 정밀하게 설계하고 시공하지 않으면
붕괴 위험이 큰 데다가, 붕괴할 때 짧은 시간 안에 무너져버리고 구조물들이 떡시루처럼 붙어버리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크다고 알려졌어요. 5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무량판 구조의 건물이
무너진 거였죠.
누락 설계도에서 ‘또 누락’… 부실시공 원인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조사 결과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추가적으로 누락되었다고 밝혀졌는데요, 건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아파트 도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일하는 데에만 최소 5년이 걸리는데, 현장에는 숙련된 노동자가 없어 철근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숙련노동자가 아니면 도면을 제대로 보는 것부터 불가능한 데다가, 철근을 어느 곳에 시공하느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묶어야 하는데 이러한 노하우를 모른다고 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시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고요. 건설 현장에서 수십년 일해온 숙련노동자들은 “수직근과 수평근을 연결하는 결속 작업 자체를 하지 않고 철근만 붙어 있으면 넘어가는 관행이 전국의 모든 현장에서 일어난다고 단언할수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어요.
감리사는 허수아비 역할
건물을 지을 때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면 끔찍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을 감시할 감리사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감리사의 존재가 유명무실 하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죠. 그동안 민간 발주 아파트의 경우 감리사의 월급을 시공사가 주기 때문에 감리사는 사실상 허수아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감리 담당자가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사를 빨리 마치는 걸 어렵게 하면 시공사가 감리사에 압력을 넣어 담당 직원을 잘라버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현장에서 감리사는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 게 역할인 거죠. 문제가 된 LH아파트의 경우 부실시공 아파트 중 최소 10곳이 LH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서 감리를 맡았어요. ‘LH출신 전관예우’에 의해 감리단계가 마비되면서 봐주기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더 빨리’, ‘더 싸게’ 짓기 경쟁이 부실 아파트 만들어냈다
과거엔 숙련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부실시공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요새는 숙련공들이 목소리를 내 봤자 소용이 없는 구조가 되고 있어요. 더 빨리, 더 싸게 지으라는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이죠. 튼튼하고 질 좋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파트 건설의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거의 모든 건설 현장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일어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저품질의 재료를 쓰고 저숙련 노동자로 인력을 채웁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위험한 시공을 마다하지 않고요. ‘최대한 이윤이 많이 남는 아파트 짓기 경쟁’에 매몰되어 집 다운 집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모습인데요, 사는(Buying) 것이 아닌 사는(Living) 곳이라는 집의 본래 목적이 최고로 중시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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