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 양금덕 할머니가 배상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동원 된 피해자들을 배상해주겠다는 ‘강제동원 피해배상안’을 발표했어요.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정부의 배상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린 시절 일본 기업에 강제로 동원되어 고된 노역을 한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 죽어도 그 돈은 받지 못하겠다’며 정부의 배상안을 거부하고 있어요. 미션 100은 양금덕 할머니와 피해자들이 왜 정부의 배상안을 거부하고 있는지, 정부의 제안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알아봤어요.
일본인 교장에게 속아서 간 공장,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양금덕 할머니는 초등학교 때 매년 반장을 할 정도로 공부에 소질이 있는 아이였어요. 일본인과 막힘없이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도 잘했고, 운동에도 소질이 있었다고 해요. 공부에 소질이 있었던 양금덕 할머니는 중학교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사키 도시오(正本俊夫)라는 일본인 교장 선생님이 군인 한 명과 같이 교실에 들어왔어요. 교장 선생님은 일본인 군인과 함께 일본에 갈 아이들을 찾고 있다고 했어요. 교장 선생님은 ‘일본에 가서 일하면 원하던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보내준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며 아이들을 설득했어요. 공부를 잘 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망설였던 할머니에게는 꽤나 솔깃했던 제안이었죠. 양금덕 할머니는 교장 선생님의 말을 믿었고, 양금덕 할머니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일본인 군인과 함께 일본으로 향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일본에 도착한 양금덕 할머니는 교장 선생님의 말이 거의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일본인들이 양금덕 할머니를 데리고 간 곳은 나고야의 한 항공기 제작소였는데, 이 제작소는 지금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 기업 중 하나로, 항공기를 만들던 방위산업 기업이었던 거에요. 중공업의 방위산업인만큼 일이 힘들고 위험했죠. 바라던 중학교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어요.
도망칠 수도 없는 강제노동, 남은 것은 상처와 고통뿐
양금덕 할머니와 아이들은 공장에서 오전 8시부터 하루 10시간씩 강제로 노동에 동원됐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자 마자 공장으로 향해야 했고, 공장에서는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일을 했어요. 화장실이라도 가려 하면, 일본인 작업반장이 혼을 내어 참아야만 하는 것이 다반사였죠. 심지어 보호장비도 없이 일을 해야 했어요. 때문에 제작소 공장에 파견되었던 김성주 할머니는 왼쪽 집게손가락이 절단기에 잘리는 사고를 겪었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고 해요. 양금덕 할머니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무급 노동 때문에 돈도 없었고, 도망치는 아이들이 일본인들의 군화발에 차이는 것을 보고 금방 포기했다고 해요. 할머니는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17개월 동안 강제 노동에 동원됐고, 고강도의 노동 때문에 지금까지도 눈 한 쪽과 코 한 쪽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었지만, 약속했던 임금은 한 푼조차 못 받았어요. 중학교는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죠.
일본에서의 30년 간의 소송, 피해자들이 싸운 결과는 단 돈 99엔
할머니들은 억울한 심정으로 수 차례 일본에서 청구 소송을 벌여왔지만 패소했어요. 일본 법원은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러한 점 때문에 일제강점기 시절 할머니들을 강제로 동원할 수 있게 한 일본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할머니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했다는 거에요(일본 법원은 당시 조선이 일본의 일부였기 때문에 일본인인 양금덕 할머니와 피해자들에게 일본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그리고 양금덕 할머니와 당시 어린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미쓰비시 등의 기업이 크게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고,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양국의 모든 채무가 사라졌기에 할머니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없다고 했어요. 할머니들이 일본 기업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업에서 가입해주는 연금을 탈퇴할 때 받는 99엔(한화 약 960원) 뿐이었어요.
피해자 손 들어준 대한민국 대법원, 반성 없는 일본 정부
이후 양금덕 할머니와 피해자들은 한국에서 소송을 이어 나갔어요.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 끝에 ‘일본기업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죠. 대법원은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행위를 자체를 불법이라고 판단했고, 일본의 국가 권력이 관여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개인이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그리고 국가가 조약을 체결하여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키는 행위는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어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이 보란 듯이 국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에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이 국내에 가지고 있는 자산을 현금화하여 배상금이라도 지급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어요. 강제동원에 대해 아무런 인정과 사과가 없는 일본 기업에게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당연한 조치였죠.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는커녕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 경제제재로 보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에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고, 한국을 수출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어요. 동시에 일본 언론은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실행된다면 한국인의 비자 발급 제한 및 한국에 투입된 일본 자금 전량 회수 등 다양한 조치가 단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고요. 당시 문재인 정부도 곧바로 일본의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협정인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통보하며 일본의 보복에 맞대응했죠. 일본 정부의 강대응으로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뜬금없는 정부의 제안, 매국∙친일이란 비판 쏟아져
일본 정부가 적반하장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을 제재하여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윤석열 정부는 뜬금없는 제안을 해요. ‘스텔라케미화’와 ‘모리타 화학공업’ 등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맞대응으로 인해 매출이 연간 약 640억원이나 대폭 감소했고, 일본 주요 언론인 도쿄신문 역시 일본의 막심한 피해에 대해 “아베 정권이 한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보도할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6일,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3자 변제’라는 방안을 제안했어요. ‘제3자 변제’는 피해자들을 강제로 동원한 일본 기업이 배상을 하는 것이 아닌, 제3자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것을 의미해요.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하여 이 재단이 피해자에게 배상금과 이자를 주게끔 했어요. 재단의 돈은 일본 기업이 아닌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때 수혜를 받은 포스코와 KT&G 등에서 자발적으로 낼 것으로 보이고요.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을 사과하지 않고 입장을 유지한다면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취한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은 달라요.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서울대 민교협) 소속 교수 50여명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두고 너무 충격적이라며, 배상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어요. 민교협은 “정부 배상안은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빠진 일방적인 해법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내놓은 배상안에 대해 “일본 극우세력에 투항하는 일”이라고 해요. 민교협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합당한 정책 전환을 하도록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한국역사연구회 등 49개 역사단체 역시 "대한민국은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난 70여년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규명하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번 배상안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배상안에 일본 기업과 정부의 사과가 동반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배를 눈 감고 넘어가주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노동계 역시 앞장서서 정부의 배상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어요.
강제동원 문제, 일본의 인정과 사과 없이는 풀 수 없어…
정부의 배상안은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은커녕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배상안은 가해 당사자인 일본 기업의 책임 언급이나 판결 이행 요구가 없어 국가가 피해자들이 일본에 사과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에요. 정부의 결정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책임과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판결과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이고요. 그리고 배상안이 이행된다면 국제적으로도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반인도적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이 문제없음을 인정한다고 국제적으로 알리게 되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다른 나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죠.
30여년 동안 소송을 이어나가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의 사과를 받는 것이 평생의 원이라고 해요. 양금덕 할머니는 “나는 못 받은 임금을 받는 것보다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는 것이 내 원이여... 우리 정부가 일본의 사과하고 배상도 못 받아 준다먼 나라도 멋(무엇)도 아니제이... 안 그랑가?”며 나라가 외국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죠. 그리고 이번 배상안은 피해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와 기본적인 노동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해치는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철회되어야 마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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